택시 드라이버
최성각 지음 / 세계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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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책이 하나 배달되어 왔다. 알라딘에서 책 이미지도 안 뜨는 책.

단편을 공부할 때 이 책을 참고하라는 권유로 보게 되지 않았더라면

내 평생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책 <택시 드라이버>

1996년에 1쇄가 발행되어 재판에 들어가지 않은 걸 보면 나처럼 아는 이가 적기 때문일 것이다.

엽편소설이라는 말 역시 처음 들어보는데 나뭇잎 하나 정도 되는 넓이에 그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지극히 짧은 소설을 지칭하는 용어란다.

정말 짧다. 단편소설하고는 또다른 맛이 느껴지는데 이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난 매번 허를 찔리고 고꾸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단편의 맛을 알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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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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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뭐, 이런 실수가 있어야 좋은 책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엔 후회막급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에 마음을 빼앗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서점에 달려가 오가와 요코의 다른 책을 찾는 일이었다.

<임신 캘린더>를 찾았지만 재고 없음, <호텔 아이리스>도 재고 없음.

그리고 나타난 책이 바로 <약지의 표본>이다.

읽어가는 동안 내내 <향수>가 생각났다. 냄새를 표본으로 만들었던 남자 그루누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감추고 싶은 일, 힘든 일,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절대로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표본으로 만들어주는 남자는 어딘가 닮아있더니 결국 '나'는 나를 표본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실험실을 찾아내려가고야 만다.

독특한 상상력은  일본소설에서 훔쳐오고 싶은 일이긴 하지만

그게 한 치의 어그러짐 없이 기괴함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건 왠지 비호감이다.

나는 여전히 만들어진 틀안에서 헤엄치는 개구리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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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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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추천도 있었지만 <명혜>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망설임은 없었다.

시각적인 이미지에 약한 내게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김동성의 그림.

두루마기에 섬세하게 들어가 있는 꽃무늬와 입을 열면 금방이라도 하얀 입김이 쏟아질 것 같은

작은 체구의 아이 모습에서 한참을 지체한 후에야 책을 열 수 있었다. 참 고운 그림이다.

이 책은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집이다. 그런데 나는 장편 동화겠거니 하고 그냥 읽어내려갔다.

'꽃신'에서 '방물고리'로 넘어가면서 선혜는 어디 가고 덕님이 이야기만 나오는 걸까?

어디 쯤 읽어야 선혜가 꽃짚신을 신고 간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 혼자 기다렸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지만 그렇게도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는 건 힘든 시기를 꿋꿋하게 견뎌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작가가 친절하게 뒷머리에서 각 작품이 지닌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주는데 그런 것이 없어도 좋다.

아버지가 역모에 휘몰려 갑자기 도망자의 신분이 된 선혜나,

가난한 게 죄라서 어머니 돌아가신 후 얼마 안 남은 재산마저 노리는 친척을 피해 방물장수로 나서야 하는 덕님이나,

종의 자식으로 태어나 양반에 대한 원한을 품었다가 귀양온 정선비에게 글을 배우고

다시 더 먼 곳으로 쫓겨가는 그에게 소중했던 다홍치마를 건네주러가는 큰돌이나

모두 참 착하고 예쁜 심성을 지녔다. 자기가 스스로 운명을 헤쳐나가려는 모습도 아름답다.

작가의 소박한 바람대로 아이들이 이런 책을 통해서 역사에 조그만 관심이라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거니와

나는 아이들이 심지를 갖고 자라날 수 있는 데 보탬이 되기를 더 원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된다면 얼마냐 좋으랴

*초등학교 4학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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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장봉군..2008년 6월 26일자 한겨레 신문에서.

 

***

청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돈 모아서 보청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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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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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얌전한 척(?)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하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에서의 그녀가 아니다.

예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만났던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그래서 참 반갑다.

작가의 말대로 영화에 심취한 마니아가 아닌 그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보았을 영화들에 대해

이토록 유쾌하게 토막토막 잘라 걸쭉한 입담을 늘어놓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해 했음을 실토한다.

(그래서 책 이쪽저쪽에 혹시라도 사진이 실리지 않았을까 샅샅이 훑어보는 이상한 짓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게는 재미있게만 보면 그만인 영화들을 다른 시각으로,

놓친 부분들을 다시 붙잡아다 눈앞에 들이대는 이 책이 참으로 즐거웠다.

너무 가볍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무거워 책장이 안 넘어가지도 않는 이 책을 선물하고픈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퐁퐁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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