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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
뭐, 이런 실수가 있어야 좋은 책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엔 후회막급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에 마음을 빼앗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장 서점에 달려가 오가와 요코의 다른 책을 찾는 일이었다.
<임신 캘린더>를 찾았지만 재고 없음, <호텔 아이리스>도 재고 없음.
그리고 나타난 책이 바로 <약지의 표본>이다.
읽어가는 동안 내내 <향수>가 생각났다. 냄새를 표본으로 만들었던 남자 그루누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감추고 싶은 일, 힘든 일,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절대로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표본으로 만들어주는 남자는 어딘가 닮아있더니 결국 '나'는 나를 표본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실험실을 찾아내려가고야 만다.
독특한 상상력은 일본소설에서 훔쳐오고 싶은 일이긴 하지만
그게 한 치의 어그러짐 없이 기괴함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건 왠지 비호감이다.
나는 여전히 만들어진 틀안에서 헤엄치는 개구리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