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경복궁 마루 밑 - 눈물이 찔끔 가슴이 두근 005
심상우 지음, 한병호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한적하고 고즈넉한 장소로, 가끔 사극의 무대로 활용되거나 그저 우리 옛 임금들이 살았던 공간으로서 경복궁을 받아들이던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함원전이니 하향정이니 협길당, 집옥재 같이 경복궁을 샅샅이 휘저으면서 돌아가는 이야기는 우리의 것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키려는 의도는 다분하지만 그다지 밀어내고 싶지 않을 만큼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또 한가지, 어두컴컴하고 음침하고, 뽀얀 먼지 틈으로 고개를 들이밀면 어릴 적 잃어버린 고무신이나 구슬 몇 개, 시퍼렇게 번뜩이는 고양이의 눈을 마주하게 될 것 같은 마루 밑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켰다는 게 또 흥미를 끄는 요소이다.

이런 작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동화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 작가 사토 사토루가 지은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이야기에서는 코로보쿠루라는 작은 이가 나오는데 이들도 역시 자신들이 사는 곳을 인간에게 들키거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자신들을 보려고 하고 그들의 존재를 믿는 특정한 인물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영화 '보거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거짓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보거스는 엄마를 잃은 한 소년에게 나타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외로움을 달래주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주인공 소년만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결국 이모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간 소년에게 보거스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보거스는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은별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쿠쿠와 투투도 은별이가 용기를 갖고 미친 개 삼총사에게 대항해 결국 자유와 행복을 찾은 후에 떠나게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 반에 우리 학교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왕따를 당하는 아이와 괴롭히는 아이들의 문제를 경복궁 마루밑에 사는 작은 이들의 이야기와 섞어 흥미진진하게 끌어가고 있어 한 번 손에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더불어 경복궁에서 일어났던 민비시해사건 같은 역사적인 이야기와 은별이의 아버지 입을 통해 나오는 경복궁의 이야기는 재미있는 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레리나는 안경을 쓰지 않아 눈높이 그림상자 20
에인슬리 맨슨 지음, 딘 그리피스 그림, 박향주 옮김 / 대교출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앞 이빨이 빠지고 말라깽이에다가,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앨리슨은 거기에 한 수 덧붙여 안경까지 끼고 있는 발레리나이다. 이 책은 특히 이런 앨리슨의 이쁘지 않은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 것과 아울러 다양한 각도에서 잡은 그림 속에 살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들이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벤의 엉뚱함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앨리슨의 모습이 천진해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벤은 진지하게 자기 세계에 빠진 앨리슨을 다시 보게 되고. 재롱이나 떠는 강아지와 바꾸고 싶었던 앨리슨은 소중한 동생으로 변한 것이다.

몇 십 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누구나 동생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었고 어딜 가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동생을 피해서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친구들과 도망 다닌 기억도, 벤처럼 동생이 귀찮다는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여기저기 학원을 전전하느라 바쁘지도 않았고 특별하게 할 일이 없던 그 때는 동생들과 어울려 싸우기도 하고 같이 벌을 받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제애라는 것을 깨닫기 마련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동생이 나와 어울려 같이 커가는 존재라기보다 내가 받을 사랑을 빼앗아 가는 방해꾼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요즘 이런 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족의 소중함이나 형제간에 따뜻한 우애를 보여주는 건 필요한 일이다.

상상력이 독특하게 전개된 책도 좋지만 일상을 자연스럽게 다룬 이런 책들이 그래서 마음에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버와 유령친구들 - 카네기 상 수상작가 에바 이보슨의 판타지 동화 1
에바 이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문예당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착한 유령인 윌킨슨 가족과 나쁜 유령의 대표 드본 부부. 게다가 연약하고 힘없는 고아 소년 올리버와 악당 풀턴. 등장인물의 구성만을 보면 전형적인 디즈니판 영화 장면 그대로이다.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뒷부분을 들춰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집중해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유령들이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 보이기도 하고 냄새를 피울 수도 있는 등 흡사 산 사람과 똑같이 생활한다는 것이 특이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권선징악의 구조에 따라 유령들의 말로가 결정될 것인가, 아닌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동물유령의 등장이 그것인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예쁘고 귀여운 애완동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목이 잘리거나 눈이 하나 없거나 뱃구레가 총으로 뚫리거나에 상관없이 너무도 태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또 이상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작가가 이야기를 무난하게 끌고 가기 때문에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재미있는 책이다. 정말 신나는 영화 한 편을 보고난 후의 후련함,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가족용 오락 영화같은 책이다.

유령이야기는 다소 진부해 보이지만 영화 속에 등장했던 캐스퍼 같은 귀여운 유령들 덕분에 왠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시시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 주변에 아이들이 끓는 것은 어쩌면 그런 무서움 속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혹은 우리 모두 죽어서의 세상은 그렇다고 암암리에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사후세계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증이 일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책을 일일이 들춰보며 내용을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해가 될 책인지 봐도 괜찮을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면 일단 믿고 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이 책도 카네기상을 받았다고 해서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카네기상이 어떤 상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자꾸 반복하게 되지만 어쨌든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