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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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끔씩 미용실에 가야만 보게 되는 잡지들은

머리하는 동안 그 따분한 시간을 잊게 만드는 서비스인 셈인데

광고가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 중 또 반은 온갖 연예계 소식이 난무한다.

더불어 자주 보게 되는 기사는 이름하여 '심리 테스트'

아무 생각 없이 yes 나 no를 따라 가다 보면

그럭저럭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이 책을 반의 반 가량 읽었을 때 머리엔 비닐 캡을 둘러 쓰고 앉아

잡지에 나온 심리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지금부터 셋을 세면 당신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하나, 둘, 셋!"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듯한 강렬한 인상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고

그게 거부감이 되어 돌아왔다.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는 일인데

작가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안 받는 것만이 행복한 일인 양 이야기한다.

여기 나오는 사례들 대부분이 나쁜 영향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별로 문제될 게 없긴 하지만 많은 독자들은 서로 간에 건강한 영향을 주고 받으니

이 책을 읽은 다음 나처럼

'내가 방금 했던 말이 저 사람에게 어떻게 들렸을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

하는 생각에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자기의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는 일은

꽤 괜찮은 일이긴 하다.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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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어둠 - 우울증에 대한 회고
윌리엄 스타이런 지음, 임옥희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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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을이 되면 가을병으로 불리우는 우울증을,

아이를 낳고는 산후 우울증으로 시달렸던 내가 다시는 알고 싶지도 않고 겪고 싶지도 않은

우울증에 대한 회고라는 이 책에 관심을 가진 단 한 가지 이유는 책 제목 때문이었다.

<보이는 어둠>이라니. 어둠이 어떻게 보일 수 있다는 거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우울증을 알고 나면 그걸 이길 수 있단 얘길까?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남의 일을 지켜 본 사람처럼

냉철하고 정확하게 말해주는데 보는 동안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어느 문학작품도 그 우울증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했노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내가 겪은 우울증은 아주 경미했으며 그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친구와 가족, 의사와 약물, 병원 중 어떤 것들이 치료약이 될 지는 모른다.

작가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말라고 권하면서 그들의 행동이 왜 그런 지 이해해줄 것도 요청한다.

모두 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 때 우울증 치료도 빨라질 것이므로.

앞으로 내게 우울증이 또다시 찾아오거나 누군가 우울증으로 괴로워한다면

예전보다는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게도 어둠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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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
박래부 지음, 안희원 그림, 박신우 사진 / 서해문집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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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구조가 참으로 오묘해서 거실에 책장을 들여놓을 수도 없고

이 방 저 방 분산되어 책이 널브러져 있는 나는 작가들의 서재가 참으로 부러웠다.

고급스러운 은희경의 방보다는 김용택 선생님의 푸근한 서재가 마음에 들고,

정갈하고 차가운 느낌이 나는 신경숙의 서재도 은근히 끌린다.

좋은 점들만 모았다가 나도 따라해야겠다 생각했지만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이문열의 서재는 넓긴 했지만 사람 사는 맛이 없어서 싫다.

내가 싫어하는 인물이라 더 그런가 보다.

서재를 훔쳐보며 내 욕망을 대신 충족시키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기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보기 딱 좋은 책으로는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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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라 - 인문학과 영화, 그 어울림과 맞섬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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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얌전한 척(?)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하던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에서의 그녀가 아니다.

예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만났던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그래서 참 반갑다.

작가의 말대로 영화에 심취한 마니아가 아닌 그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 보았을 영화들에 대해

이토록 유쾌하게 토막토막 잘라 걸쭉한 입담을 늘어놓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해 했음을 실토한다.

(그래서 책 이쪽저쪽에 혹시라도 사진이 실리지 않았을까 샅샅이 훑어보는 이상한 짓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게는 재미있게만 보면 그만인 영화들을 다른 시각으로,

놓친 부분들을 다시 붙잡아다 눈앞에 들이대는 이 책이 참으로 즐거웠다.

너무 가볍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무거워 책장이 안 넘어가지도 않는 이 책을 선물하고픈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퐁퐁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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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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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서 눈도 안 돌리는 내게

이런 책을 권해주는 이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동양과 서양, 양쪽에 있는 사람들 생각이 얼마나, 어떻게, 왜 다른 지를 알려주는 책인데

어렵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고 그저 술술 읽힌다.

 

'만일 사회 구조, 가치, 신념이 하나로 수렴된다면 사고 방식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경험이 바뀌면 아주 단기간이라도 사람들의 사고와 지각의 방법이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이중 문화적이다. 우리 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상호의존적인 특징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려는 독립성이 혼재한다.

따라서 이 중 어떤 특성이 더 강하게 부각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특징을 보일 수 있다..

 

앞으로 닥칠 미래의 모습은 동양과 서양이 적절히 섞인 그야말로 퓨전 음식 같은 모습이 되리라는

작가의 말에 동감한다.

각자의 것에서 좋은 것만, 다른 쪽에서도 좋은 것을 찾아 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상생의 길을 찾는 게 나쁠 건 없다. 다만, 자신의 것을 지나치게 무너뜨리는 것엔 반대한다.

어딜 가나 똑같다면 그것처럼 재미 없는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양쪽이 서로가 생각하는 것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쌓아가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누구보다 위정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래야, 협상 할 때 엉뚱한 짓을 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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