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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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는 '빛을 그린 사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화가이다. 이 책의 표지가 바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은 미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쓴 단편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나는 단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상상력의 부재인지, 아니면 생각의 짧음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단편 소설로 받은 감동은 기억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선듯 추천하기 어렵다. 그림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재미는 있겠지만, 그다지 단편을 읽고 나서 줄거리 자체에 재미나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그림 한 장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소설을 쓴 작가 중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많지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의 재미를 떠나서 그들의 능력에 존경심이 간다. 능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먼저 이 책을 기획하는데 발단이 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부터 이야기하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집, 가게, 방, 호텔, 사무실, 극장 등을 배경으로 1~2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 궁금증이 많아진다. 저 여자는 왜 옷을 벗고 있을까? 그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저 남자는 신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따로 떨어져 있는 저들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일까?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그저 궁금증만 표출할 뿐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들은 다르다. 그림 한 장으로도 저렇게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다면, 그들의 소설은 과연 몇 장의 그림으로 만들어졌을까 궁금하다. 작가들도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뿐 마음속으로 또는 머릿속으로 상상의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추천하기는 쉽지 않은 책이라고 했지만, 몇 가지 단편 소설은 놀라웠다. 저 그림을 보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말이다. 작가들은 그들의 세계에 이 그림을 담았기 때문에 단편 소설을 읽고, 작가 분위기나 이전 작품들을 연상할 수 있었다. 

1932년작 <뉴욕의 방>은 신문을 보는 한 남자와 피아노 치는 한 여자가 있는 방을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그림이다. 얼핏 보면, 편안한 저녁식사 후 한 가족의 모습이지만, 스티븐 킹에 의해 무서운 범죄, 스릴러 소설로 재탄생한다. 
1942년작 <밤을 새우는 사람들>은 심야 식당에서 한 커플과 한 남자, 요리사를 보여주는 그림인데, 마이클 코넬리에 의해 탐정 소설로 재탄생한다. 더구나, 그의 소설 속 유명한 주인공 보슈가 등장하기 때문에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1943년작 <호텔 로비>는 호텔로 보이는 곳에 한 중년 신사와 중년 여성을 보여주는 그림인데, 리 차일드에 의해 KGI가 등장하는 스파이 소설로 재탄생한다. 잭 리처로 유명한 소설 시리즈를 만든 작가이므로 낯설지 않은 스토리이다. 
그밖에 조 R. 랜스데일과 조이스 캐럴 오츠의 단편 소설은 나름 재미있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 한 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예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댈 필요는 없다. 그저 생각과 사색일 뿐이다.


2017.10.26 Ex. Libir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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