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개정판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모처럼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세상의 중심이 어디일까? 그리고, 누구에게 사랑을 외치는 것일까? 여러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나의 소중한 사랑을 세상의 중심에서 외칠 수 있다면, 멋있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리 멋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작부터 연인의 이별을 알려 주기 때문에 애절한 사랑이 그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면서 현재를 힘들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주된 전개가 아닐까 생각했다. 

분명히 스토리는 애절하고, 슬픈데,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물 나게 하는 극적인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아름다운 지난 과거를 주인공과 함께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저자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연인을 상상했다. 그들은 정말 아름다운 사랑. 소중한 사랑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여자 주인공 아키는 이렇게 말한다.

“난 말이야. 지금 내 안에 모두 있다고 생각해.
모두 있고,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그러니깐 부족한 것을 신께 빌거나 저세상이나 천국에 바랄 필요는 없어. 왜 그러냐면, 전부 있는걸. 그걸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은 죽고 나서도 역시 없다고 생각해.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이 죽고 나서도 계속 있는 거야. 제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이 소중하다는 것. 또한 내가 소중하다는 것. 내 안에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걸핏하면, 과거를 돌아보면 후회하고, 남을 부러워하고, 내 안을 가꾸는 것보다 바깥을 쫓아 동경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닐까 한다. 
슬프지만,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면서 나의 사유의 폭을 넓혀가는 여정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을 냉담하고, 지독하게 비관적으로 보게 된 남자 주인공 사쿠타로에게 평소 친하게 지내던, 그리고, 같은 아픔을 가졌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는 실현되는 것과 되지 않은 것이 있다.
실현된 것이라면 인간은 금방 잊어버리지. 그런데, 실현되지 않은 것은 언제까지고 소중하게 가슴속에서 키워간다. 꿈이라든가 동경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모두 그러한 것이지. 인생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으로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실현되지 않은 것이 있다 해도 아무 가치 없이 남겨지는 게 아니다. 사실은 아름다움으로 이미 실현되어 있는 거란다.”

무언가를 소유하면, 너무 평범한 것이 되어서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어떤 것은 기쁨의 감정이 계속 유지되면서 간혹 생각할 때마다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지만, 어떤 것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그냥 그저 그런 걸로 남는다. 며칠 지나면, 그것을 생각조차 안 하게 된다. 너무 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종의 허무감이랄까.
하지만, 누군가와 평생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서 실현할 수 없음을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이해가 될까? 아마 안될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창밖을 보며 그때를 떠올리면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의 아픔을 잊은 채.

역시 책에 나오는 멋진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7.06.1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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