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2017년 2월에 좋은 책들을 읽은 거 같다. 총 균 쇠, 미움받을 용기, 그리고, 사피엔스..
총 균 쇠가 유라시아 대륙이 어떻게 다른 대륙들을 지배하고, 정복하고, 식민지화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설명한 책이라면,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으로 불리는 생명체가 어떻게 이 지구를 정복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설명한 책이다. 총 균 쇠와 사피엔스는 꼭 같이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인지 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을 지나 과학혁명을 통해 진화했고, 이러한 진화의 결과로 지구를 정복하고, 수많은 다른 종을 희생시키고, 멸망시켰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고, 생물학, 유전학 측면에서 다른 종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총 균 쇠는 수렵채집민에서 농경사회로 변하는 11,000년 전부터 초점을 밝혔지만, 사피엔스는 7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 종의 진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수렵채집민 시대에도 인지하는 능력이 있었고, 허구를 믿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물을 수렵하고, 동굴에서 살았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믿고, 따랐다는 것인데, 이러한 인지 능력이 종교, 신념, 민족 등의 개념으로 형성되어 호모 사피엔스 종이 지구를 정복하는데, 강력한 힘이 되었다고 한다.

농경사회로 변화하면서 잉여 생산물이 생기고, 이로 인해 농사를 짓지 않는 전문화 계층이 생겨서 점차 사회가 발전하고, 농사를 좀 더 쉽게 하는 정착 생활을 위해 대형 포유류를 가축화해서 병균에도 점차 강해졌다는 것은 총 균 쇠를 읽어서 알았다.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도 이러한 현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측면에서 이 현상을 바라본다. 
농업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점차 발전했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먹을 것만 수렵하거나 채집하면 되는 생활에서는 남은 시간에 여유를 즐길 수 있었지만, 농사를 하면서부터 일은 더욱 많아지고, 늘어난 인구와 전문화된 계층을 먹여 살리기 위해 더 힘들게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축화로 생긴 병균에 면역성을 갖기 전에 많은 사람들은 죽을 수밖에 없었고, 죽지 않고, 살아남았어도 지배 계층을 위한 무한한 노동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밑에서 각종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되어서 힘들게 외화를 번 사람 등이 없었으면, 경제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분명 대한민국은 단기간에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안에 속한 각 개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들에게도 국가가 이렇게 발전했으니 당신들도 행복했죠?라고 당당히 물어볼 수 있을까? 

사피엔스가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을 하나씩 정복하고, 점차 자본, 종교, 제국 기반으로 발전하면서 신대륙의 다른 사피엔스 또한 정복 후 멸망시켰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우리가 읽은 위인전에 나오는 제임스 쿡,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대단한 위인이지만 그들로 인해 신대륙에 펼쳐진 대량 학살을 생각해보면, 그냥 신대륙에 살고 있던 사피엔스에게 재앙을 선사한 사람들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호기심에, 탐구심에 떠난 여행 끝에 신대륙을 발견했지만, 그들이 쓴 비용은 모두 자본과 제국에 의해 마련된 돈이기 때문에 결국 호기심, 탐구심으로 인한 과학적 결과는 자본과 제국에 의한 결과로 탈바꿈되어 인종 학살, 노예 양산, 식민지, 각종 자원 수탈 및 초토화로 이어진다. 
이 당시에 그토록 융성했던 스페인이 왜 네덜란드와 영국에 그 자리를 빼앗기게 되었는지를 자본 측면에서 설명한 부분은 꽤 재미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이렇게 책을 통해서 명확하게 알아 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축화를 통해 얼마나 잔인하게 가축 동물을 대했는지, 그리고, 아직도 무자비하게 처리하는 현실을 들여다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사피엔스가 문명을 세우고, 발전하면서 이 지구에 사는 많은 다른 종들을 어떻게 멸망시켜 왔는지, 아니 같은 사피엔스임에도 불구하고, 종교, 제국, 자본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어떻게 희생시켜 왔는지를 생각하면, 사피엔스에 대한 혐오감마저 든다.

앞으로 사피엔스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욱 폭주를 하게 되어 지구를 소멸시키고, 멸망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종이 나타나 사피엔스를 지배하게 될지, 또는 전성기를 계속 누르면서 은하계까지 뻗어 나갈 것인지 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지 그 무엇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17.02.2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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