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커다란 여정을 끝낸 느낌이었다. 
총, 균, 쇠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어쩌면 약 600페이지의 분량이 적을 수도 있지만, 정독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읽을 수는 없었다. 참으로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방대한 지식과 뉴기니에서 체류하면서 탐사 활동을 한 것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역사를 역사과학으로 생각하며, 논리적 전개를 통해 하나씩 궁금증을 풀어 나간다. 이렇게 풀어 나갈 때 설득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책이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어찌 재미있지 않겠는가.

책의 구성도 정말 짜임새가 있다. 
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길에서 왜 민족마다 다른 진화를 하고, 어떤 민족은 멸망의 길로 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과정은 피사로가 잉카 문명의 절대 군주 아타우알파를 생포한 사건을 통해 궁금증의 절정으로 유도한다.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에서 각 대륙마다 다른 진화 속도로 인해 발전이 달랐고, 민족의 우수성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 환경의 차이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하나씩 설명한다. 사실 위주의 역사 내용을 기술하는 것을 뛰어넘어 진화생물학, 지질학, 생태지리학 등의 역사적 과학의 접근 방법을 통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저자가 역사학이 아닌 역사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에서는 2부, 3부에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각 대륙의 발전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2부, 3부 설명의 예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반복되는 내용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반복됨으로써 머릿속에 잘 각인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2부, 3부의 원인들이 떠올랐다.

특별 증보판에서는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추가 논문이 있다. 
뭐. 어디에서 왔을까? 당연히 한반도에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남을 침략하는 짓과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보면, 우리와 너무 달라서 그들의 조상은 대체 누구였는지 납득이 안 간다. 일본인들은 태생 자체에 열등 콤플렉스가 있어서 역사를 왜곡하고, 우등 콤플렉스로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는 거 같다.

그러면, 저자의 주장을 간단하게 요약해 본다. 인류 역사의 방대한 전개를 내가 요약해 본다는 것은 재레미 다이아몬드가 책을 얼마나 잘 썼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여러 가지 역사학 자료와 과학적 논증, 추론을 통해 유라시아/남북 아메리카는 약 5000년 정도의 발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라시아(크게 보면 유럽, 아시아이지만 발전 시기로 보면 지금의 지중해 동안, 중동지역)가 가장 발전이 빨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식량생산에 유리한 종자와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식량생산과 가축화가 중요한 것일까? 


수렵 채집 생활을 떠나 정주형 생활을 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식량생산이 가능한 곳을 찾은 것이다. 식량생산을 할 수 있으면 굳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고, 필요한 것만큼만 구해서 나누어 먹을 필요가 없다. 계속 그 자리에서 식량을 생산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잉여 농작물이 생겨나고, 식량생산을 담당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나타나 이들이 군인, 관료, 기술자 등의 전문화 계층이 생긴다. 전문화 계층은 자신들의 분야에 힘쓰게 되고, 인구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서로 경쟁하면서 기술발전을 초래한다.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를 통해 식량생산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들 동물을 통해 병원균이 인간에게 전파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짧은 시기 동안에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지만, 점차 인간은 면역체계를 통해 극복한다. 유럽에서 창궐한 많은 유행병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후예들이 아즈텍, 잉카 제국을 공격하여 치명적인 병원균을 현지인에게 퍼뜨렸고, 현지인들이 극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나머지 건강한 소수의 현지인들을 잔혹하게 말살함으로써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정복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인디언, 멕시코의 아즈텍, 페루의 잉카 모두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종자와 포유류가 존재했지만, 대규모 식량생산으로 확대되거나 가축화된 포유류 비율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유라시아가 월등하게 좋은 환경에서 출발한 것이다.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문장에서 몇 마디만 바꾸면 바로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유명한 첫 문장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서로 성적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중동 지역이 점차 사막화되고, 서유럽이 점차 비옥한 토지가 되면서 점차 서쪽으로 발전이 옮겨가고, 서유럽의 집중된 인구밀도와 민족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무기, 항해술, 중앙집권제, 군사기술 등이 발전한다. 
서유럽의 백인들이 뛰어난 것이 아니고, 환경적,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발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만약 서유럽에서 빼어나지 않고, 미국 미시시피나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면, 그들도 인디언들과 똑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말에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했을 때 아이누족 마을을 방문하고,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마을에는 곰을 사육하는 장소도 있었다. 홋카이도는 곰을 많은 지역이고, 아이누족은 새끼 곰을 포획하여 키우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저자는 그들이 새끼 곰이 어느 정도 크면 잡아먹는다고 한다. 

곰을 가축화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이점이 되지 않았을까? 만약, 말처럼 키울 수 있다면, 전쟁에서 수천 마리의 말을 대신해서 수천 마리의 곰이 달려든다면, 전쟁의 양상을 바꾸었을 수도 있다. 일본인을 몰아내고, 다시 일본 본토를 수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 같은 생각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 미안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가축화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이다. 영토 면적과 인구에서 중국, 일본과 확실하게 차이가 나면서도 역사적으로 고난을 겪으면서도 아직까지 잘 버티고, 어찌 보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식민지를 피했음에도 가까운 나라 일본에 당한 치욕은 있지만, 결국 그것도 극복했다. 물론, 아직까지 민족적 사고가 뒤떨어진 친일파들이 이 나라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축출하는 당면 과제는 안고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 나름대로 기술도 발전시켰고,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자도 만들었고, 일본에도 가르침을 주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유라시아보다 다소 늦지만, 중국도 고대 문명사회를 이룩했기 때문에 그 후 강력한 중앙집권제의 통일국가로 폐쇄적인 정책을 피지 않고,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로 구성되어서 좀 더 세계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했다면, 어쩌면 서유럽보다 동아시아가 먼저 북아메리카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미국을 백인이 아닌 동아시아인이 건국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환경적, 지리적 요인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고, 정보와 지식을 구하기는 쉬워졌다.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환경적, 지리적 요인으로 핑계를 댈 수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더 힘든 시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민족과 국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가 비웃는 작금의 사태를 인지도 못해 태극기를 온몸에 둘러메고 거리에 나타나서 국가를 구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 민족과 국가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로 정세 판단을 못 해서 왜에게 침략을 당한 선조나 아무 힘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다가 청나라에게 침략 당한 인조 같은 사람들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긴장해야 한다. 천년 후에도 우리 후세에게 민족과 국가를 넘겨주기 위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중국이 장거리 항해를 못하도록 막고, 조선소를 모두 불태운 것으로 인해 나중에 서양의 각 국가들에게 치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2017.02.11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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