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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시간이 너무 빠르다. 2017년 1월도 어느덧 우리 곁에 지나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던, 무엇을 생각하던 상관없이 말이다.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데, 현재는 너무나도 짧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책표지 디자인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햇볕이 따사롭게 스며드는 방에 노트북, 이불, 안경 하나만 놓여 있다. 마치 어디 여행이라도 온 느낌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미니멀리즘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저자의 방이다. 사진만 봐도 단아하고, 뭔가 좌선이나 명상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냥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바로 그 순간..
미니멀리즘이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도 관심을 가졌지만, 한창 레고에 빠져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내 방에 어떻게 하면 레고를 좀 더 진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냥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후 레고를 사면 살수록 방은 더욱 좁아지고, 장식장도 사고, 그 장식장도 채우고.. 결국, 다른 사람들이 올린 레고 진열된 사진을 보면서 레고의 끝판왕은 큰 집이라고 한탄을 했었다. 신상품 찾아보고, 리뷰 찾아보고, 카탈로그 뒤지면서 정말 갖고 싶던 레고를 정작 손에 넣으면, 조립은 안 하고, 박스째로 모아 놓고, 다시 신상품 찾아보면서 처음부터 다시 반복을 했다. 결국, 레고를 더 이상 내 방에 놓을 수가 없을 때 레고를 끊게 되었다. 뭐, 레고사의 터무니없는 가격 책정 정책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내용 중 하나는 뭔가 원하는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을 사고 나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고를 사고, 배송을 받거나 혹은 집에 가지고 들어올 때의 기쁜 마음은 그 다음날 아니 몇 시간 뒤에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느냐 듯이 없어진다. 이 물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불과 몇 시간 뒤에 없어지는 것을 예측 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를 실천했다. 아래는 내가 버린 것들이다.
- 안 듣는 CD들. 그중에 대학교 때 선물 받았던 뉴에이지 장르의 CD가 있었는데, 한 곡당 15분 이상 연주하는 음악들이 있는 CD였다. 이 CD는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이 CD를 선물했던 대학교 동창 이름도 생각이 안 난다.
- 초, 중,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모아 놓은 각종 상장과 성적표 등을 스캔하고 버렸다. 부모님이 힘들게 모아 놓으셨는데, 학교 졸업 후 쳐다본 적이 없었다.
- 초, 중, 고등학교 졸업 앨범. 내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서 도저히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 철 지난 잡지. 해당 월 지나면, 다시는 안 본다.
- 레고, 이케아 등의 각종 카탈로그. 나중에 뭔가 사고 싶을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지고 있었다. 이케아는 대표적인 수납가구를 판매하는 곳인데, 카탈로그를 자꾸 볼수록 가구를 사서 그곳에 채워 놓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한다. 이케아 카탈로그는 참 잘 만들었다.
- 각종 오래된 책들. 한 번 읽었는데, 별로 기억도 안 나고, 정도 안 생기는 책들을 버렸다.
- 각종 전선류, 전산 장비들. 언젠가 쓰겠지 하고 모아 놓은 것들도 버렸다.
- 게임 한정판들. 게임 한정판 살 때는 한껏 설레었지만, 한정판 내용들을 본 적은 없다. 각종 화보 및 설정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게임하는 데 도움도 안 되니 볼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런데, 왜 산 거야.. 대체..
라면 상자 5박스 정도의 분량이 버리고 나서 방을 보니 흐뭇하고, 깨끗해진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뭔가 삶이 변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책장과 수납장이 비니 왠지 그곳에 뭔가 놓아야 할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수납장 같은 가구를 없애야지 수납을 포기하게 된다고 했는데, 참 공감 가는 내용이다. 기껏 버렸는데, 다시 채울 생각을 하다니..
마시지도 않는 각종 양주병, 게임을 하지도 않는 구형 게임기, 고전 클래식 CD 전집, 레고 등이 진열된 오래된 장식장 등을 버려야 하는데, 아직 결심을 못하고 있다.
아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에는 멀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버릴 것도 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다.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계속 많다면, 언젠가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뭔가 살 때 한 번쯤 더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장 갔을 때 예쁜 조개껍데기를 몇 개씩이나 사가지고 오는 한심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할 시간도 없는데, 각종 게임기나 게임을 무작정 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기 위해 수납 박스를 몇 개씩이나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샀으면, 읽어야 하고, 읽어야 할 책이 있으면, 다른 책을 사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물건을 버리는 노하우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물건들을 버리고 찾아오는 삶의 변화, 생각의 변화는 신선한 거 같다. 나 같은 초보 실천자는 모두 느낄 수 없겠지만, 수긍이 간다. 특히 현재에 충실해지는 변화는 참으로 매력적인 거 같다. 나도 이런 변화를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2017.01.19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