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구의 비밀 - 르 코르뷔지에의 의자부터 루이스 폴센의 조명까지
조 스즈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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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욕조에 몸을 담든 후 피로를 풀고, 나와서 책을 읽는 기분은 가히 최상이라 부를만합니다. 혹자는 시원한 맥주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산책을 한다고도 하는데, 뭐 하던지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창문 열어놓고,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으니 참 좋았습니다.

명품 가구의 비밀은 유명 디자인 가구로 손꼽히는 가구를 소개하고,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이에 얽힌 일화를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사진도 많고, 디자인 업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인 조 스즈키는 리먼 브라더스사에서 일하다가 디자인, 해외 문화 등의 글과 사진을 쓰는 작가로 변신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이 책에서 일본의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가구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아마도 일본이 가구 디자인에서 선진국에 속하나 봅니다. 전 잘 모르겠지만, 한국도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특별히 가구가 아니라도 어느 디자인 분야라도 공통된 자세 또는 생각이 있는 거 같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설계, 고급스러움보다는 평상시에 쓰고 싶은 실용적인 접근, 유명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는 스테디셀러를 추구하는 모습, 커뮤니케이션 기반의 디자이너 능력 등은 어떤 디자인 일을 한다고 해도 필요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에서도 유명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내용이 나옵니다.

'The Big Easy'라는 소파를 디자인한 론 아라드(Ron Arad)는 좋은 디자인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습니다.
" 목적에 충실한 디자인. 그것 말곤 없어. 이를테면 병기를 만든다고 쳐. 그럼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최고지."

제가 좋아하는 허먼 밀러(Herman Miller) 가구 회사에서 1946년부터 1971년까지 디자인 디렉터를 했던 조지 넬슨이 늘 했던 말인 '마케팅에 휘둘리지 마라' 때문에 메시 소재를 사무용 의자에 최초로 도입한 에어론 체어가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마케팅 부서는 가죽으로 대치하자고 주장을 했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인기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는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크리에이터가 경제를 잘 모른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배신이다."

독일 가구 회사 발터 크놀 CEO인 마르쿠스 벤츠(Markus Benz)는 디자이너의 첫 번째 자질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언급하면서 아래와 같은 말을 했습니다.
"디자이너를 고른다는 건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에 들어와 살 인상 좋은 입주자를 찾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팀과 융화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유명해도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미적 비율이나 선, 색 등의 취향을 본다. 유명하든 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어떤 디자인을 하느냐다. 이를테면 화려한 풍모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그 사람.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이지만 대표작이 없지 않은가"

사실 전 허먼 밀러사에서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레이 임스(Ray Eames) 부부가 1956년 디자인한 임스 라운지 체어와 오토만(Eames Lounge Chair & Ottoman) 의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허먼 밀러사에서 직접 만든 제품은 아니고, 디자인을 채용한 모조품입니다. 현지 가격, 운송료, 관세 등을 고려해서 한국에서는 꽤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들어서 구하고 싶었는데, 원작은 염두를 낼 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지금까지 제 방에서 잘 쓰고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면서 책을 읽거나 주말에 영화를 보고나 게임을 할 때 항상 저와 함께 하는 의자입니다.  





2016.03.2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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