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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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를 읽고, 펜이 된 후에 간만에 다시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 보았다. 

2013년 여름 휴가를 제주도에서 보내면서 3박 4일동안 틈틈히 다 읽었던 책이다. 비치 하우스에서 대여한 미생 6권, 7권도 같이 읽었으니 비록 3박 4일이라도 어느 정도는 꽤 집중해서 읽었던 거 같다. 

다 읽기 전에 뭔가 정리가 되기를 원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궁금 투성이다. 왜 거짓말을 했는지, 왜 떠났는지, 누가 죽였는지, 과연 맺어질 지.. 궁금증에 조바심을 내며 빠르게 읽어 나갔지만, 저자는 어느 거 하나 속시원히 설명을 안한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사 친구가 자신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의 마음속 무언가를 보고, 떠날 수밖에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고, 암튼 나로서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면, 저자의 의도를 잘 못 파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결론을 내릴려고 하나 조용히 사색에 빠져 보아라는 의미일까?

라자르 베르만의 리스트 '순례의 해' CD1 8번째 곡 '르 말 뒤 페이'를 들어보아도 피아노 곡이다는 느낌만 들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느껴지지 않으니 독자로서 참 꽝인 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떠리.. 읽는 동안에 재미있게 몰입했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밤과 함께 지냈던 책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만에 감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해준 책이다. 


색채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다자키 쓰쿠루는 색채가 없는 특징이 없는 그냥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수영을 좋아하고, 역을 좋아하는.. 하지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고, 가장 가까운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다. 본인의 꿈이 있는데, 색채가 없다니.. 나를 돌아보면, 정말 색채가 없다고 느껴진다. 뭐 하나 집중하면서 좋아하는 것도 없고, 나중에 도서 카페 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하지만, 왠지 망할거 같아서 섣불리 할 수 없는..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고, 특별히 떨어지는 것도 없는.. 그런 모습이다. 나의 일상을 책으로 쓴다면, 정말 무미건조하다 못해 심심할거 같다. 나중에 다시 태어난다면, 혼자서 살아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혼자 살면, 이렇게 사색적이 될지.. 


16년만에 진실을 찾아 고등학교 친구들을 찾는 모습에서 왠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다시는 만날거 같지 않으면서도 나중에 시간나면 보자는 인사.. 나중에 시간나면 보자는 말은 이제 앞으로 더는 안 볼것이니 잘 가라는 뜻의 완곡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면, 그냥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찾지 않는다면, 위로가 될지.. 내가 고등학교 때만이라도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를 똑같이 그렇게 생각해 주는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처럼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머리속에 떠올리는 친구들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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