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와이프와 함께 교보 문고를 방문했다. 와이프는 지인들과 1년 넘게 독서 클럽을 하고 있다. 만나기 힘들면 줌을 통해서 영상으로 미팅을 한다. 솔직하게 부럽다. 와이프는 나보다 책을 안 읽기는 하지만, 독서 클럽에서 선정한 책은 열심히 읽는다. 책장 한 칸을 별도로 지정해서 독서 클럽에서 읽었던 책을 모아놓고 있는데, 벌써 10권이 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왜 아내라고 쓰지 않고, 와이프라고 쓸까 의문이 들었다. 영어를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가 영어보다 더 과학적이고, 멋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라고 쓰면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느낌이 든다. 한국어는 오래되고, 영어는 좀 더 젊은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와이프는 교보 문고에서 소설 분야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다가 <츠바키 문구점>을 찾아냈다. 2017년에 초판 1쇄가 나온 후에 2021년 초판 16쇄 발행을 했으니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책이다. 하지만, 이건 내 시각이고, 와이프가 책을 고른 이유는 책 표지이다. 와이프는 책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기자기하면서 세련된 책 표지를 좋아하고, 그림이 있는 책 표지를 좋아한다. 책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책 표지는 중요하다. 첫인상이기 때문이다. 와이프의 말을 듣고 보니 왠지 절제된 컬러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와이프가 책을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나도 읽었다.
일본 가마쿠라 지역에 있는 오래된 문구점 주인이면서 대필업을 하는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선대부터 내려온 대필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마쿠라 지역에 사는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 대필을 부탁하는 사람들과의 인연과 그들의 사연 등이 어디에서 많이 읽었던 내용과 전개 방식과 유사하다.
내가 시리즈 전권을 소장하고 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는 고서점 주인이면서 책과 얽힌 사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젊은 여자가 주인공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와 서점 배경이었기 때문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을 재미있게 읽었다.
비슷한 전개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츠바키 문구점>은 문구점 주인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좀 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때 연필, 만년필, 종이 등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어서 <츠바키 문구점>에 글을 쓰는 재료에 관한 내용이 반가웠다. 요즘 메일로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하기 때문에 편지, 연하장 등에 대한 추억이 점차 사라진다.
일본은 전자 기기 사용 측면에서 후진국이라고 들었다. 아직도 펙스와 도장 문화가 산재하고, 정부의 디지털 전환도 늦고, 전통을 중시한다고 한다. 이런 일본이 한심하게 느껴지지만, 고서점, 문구점 등에 관한 일본 소설은 재미있다. 특정 지역에서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좋다.
우리나라에 가마쿠라 보다 멋진 지역이 많을 것이다. <츠바키 문구점> 같은 부류의 소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소설 속에 나오는 가게들이 실제로 가마쿠라에 존재한다. 신사에서 행하는 제사나 참배 등에 관심이 없었지만, 장어덮밥, 카레, 빵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은 한 번쯤 찾아가고 싶었다.
일본이 아직도 반성을 안하고,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자격지심을 드러내며 험한을 하는 한 일본을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나쁜 짓을 하는 일본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2021.12.28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