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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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회사 도서관을 방문했다. 요즘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읽는다. 읽어도 글로 남기지 않는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책이 열정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때도 있지만, 책이 아무리 다가와도 내가 무시하면 나를 거들떠도 안 보는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별로 지속성이 없는 거 같다. 인내심, 그릿, 습관 등이 나하고는 관계없는 용어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책을 아주 멀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회사 도서관을 방문했고, 이외의 새 책이 보였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찾아보니 1992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2021년 1월에 출간한 3판 12쇄본이 이번에 들어온 것이다.


한때 페미니즘 소설로 엄청 유명했다고 한다. 나는 페미니즘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여성을 학대하거나 무시하는 남성에 대해 혐오를 느낀다. 그런 남성들은 한심하다. 자기의 약함을 여성을 통해 숨기고 싶어 하는 비열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권 신장이나 남녀평등에 대해 내 생각을 떠벌리고 싶지는 않다.      


이 책에는 네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자원봉사하는 강민주

영화배우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백승하

강민주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면서 가슴속으로 사모하는 황남기

자기의 관심을 무시한 여자를 쫓아다니는 한심한 김인수


주인공 강민주는 상담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여자의 재산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거나, 여자를 멸시하거나, 성폭행을 당한 아내를 구박하며 헤어지려고 노력하는 남자들의 사연을 듣는다. 이 세상에서 한심하고, 추악한 남자들을 모두 모아 놓은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더구나 그녀는 아버지의 폭행으로 어머니와 함께 도망쳤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남성들의 언행을 읽으면서 한 남성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세상의 남자들에게 향한 복수심. 이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몇 명의 남자에게 복수하는 걸로 만족하지 못할 강민주는 유명한 영화배우인 백승하를 납치한다. 백승하가 여자들에게 남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는 잘못을 했다는 이유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그의 겉모습에 숨겨진 허상을 부셔주기를 기대한다. 구타와 회유를 통해 백승하를 사육하고, 납치한 이유를 세상에 알리고 동의를 받으려고 한다. 


스크린에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얼마나 쓰레기 짓을 일삼았던 연예인들이 많은가? 또한, 이런 연예인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듯이 쓰레기 기사를 써대는 언론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사를 쓰려면 정확한 팩트를 파악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요즘 기자들은 팩트에 관심이 없다. 그저 자극적으로 써대면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정의와 진실을 향하는 펜이 아니고, 부패와 부정으로 향하는 펜을 가지고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강민주가 얻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그녀의 행동을 보고 이 세상의 남성과 여성의 생각이 달라질까? 결말을 어떻게 맺을 것일까? 세상은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되고, 결국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뿐일 텐데. 


강민주와 백승하. 두 명이 이 모든 일을 끝낼 것이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한 한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 

고귀한 이상보다 남녀 간의 관계로 결말을 맺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구조이다.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결말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낮다.


2021.04.19 Ex. Libris HJK


삶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절망의 텍스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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