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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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캐럴라인 냅은 거식증, 알코올중독을 극복하지만, 결국 끊지 못한 담배 때문인지 2002년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만 볼 때는 본인이 세상으로부터 고립을 원하고, 그로 인한 강박증으로 중독에 빠졌지만, 나름대로 세상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쓴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솔직하고, 주관적인 시선에 공감을 느꼈다. 

나는 극단적으로 사람을 피하지 않지만, 가끔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나 술을 마실 때 빨리 집에 가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고립보다는 고독에 가깝다고 할까. 암튼 그렇게 며칠을 집에서 혼자 보내다 보면, 다시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은둔자는 아닌  거 같다.


혼자 지내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자신을 판단하고, 이를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이 부럽다. 나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대체 왜 나는 고독을 즐기고,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을까? 왜 나는 집에서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할까? 

물론, 이렇게 나 자신을 파악한다고 문제점을 해결할 대책을 세워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많은 법이다. 여기에서 문제점이라고 정의할 수 있느냐도 사실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2년 동안 연달아 부모님을 암으로 떠나보낸 저자는 많은 상실감과 고통을 느끼지만, 나이 든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과 부담감 등을 솔직하게 서술한다. 도덕적은 아니지만, 나도 또한 같이 느끼고 있는 심정을 이렇게 책에서 누군가 말하고 있다는 것이 사뭇 흥미롭다. 


저자를 마음이 약해서 중독자로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를 절제하고, 강력하게 통제해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고, 이로 인한 만족을 느끼기 위해 거식증에 빠졌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38킬로그램까지 살이 빠졌다는 저자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지키면서 음식에 대한 갈망을 통제했다. 음식에 대한 갈망에 빠진 것이 아니고, 이 갈망, 욕구를 통제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의지가 약해서 얼마나 많은 다이어트 시도를 포기하는가를 보면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너무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는 법이고, 이로 인해 저자의 건강도 안 좋아졌지만, 저자는 극복을 했다. 


거식증과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강에서 조정을 하면서 근육을 키운 그녀가 책 마지막에 쓴 아래 내용은 정말 멋지다. 


몸매에 관한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나 자신의 열정과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능력들에 비롯한 미적 기쁨, 안에서 나와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날개가 된 나의 팔, 이것이 바로 해방의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P.343)


하지만, 이것을 쓴 후 2년 후에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많은 책을 썼을 것이고, 나는 그 책들을 읽으면서 만족감을 느꼈을 텐데, 정말 안타깝다.


2021.01.0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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