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계절
임하운 지음 / 시공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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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하지 않고,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이다. 저자인 임하운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책을 읽고, 소감을 남겼는데, 주제와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이야기 전개나 표현 방식은 '뜻밖의 계절'이 더 낫다. 물론, 전문가적인 시각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우리가 흔히 왕따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그들을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이상하다는지, 사교적이지 않다는지, 이기적이라는지 등 많은 원인을 갖다 붙인다. 심지어 집안이 안 좋다는 말도 한다. 집안이 안 좋은 것이 그 아이 잘못도 아닌데, 그냥 원인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기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이를 왕따시키거나 가담한다.


이 책에서 몇 명의 인물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간직한 채 오로지 살기 위해 나름대로의 대처를 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이런 마음을 철저히 숨긴 채 이기적인 행동, 남을 괴롭히는 행동을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들은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골칫덩어리 존재들이 서로 고백하고, 서로의 상처를 알 수 있을까? 알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제목이 왜 '뜻밖의 계절'인지 모르겠다. 나의 한계다. 


모두가 보편적인 상황을 만나,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구는 부모에게 버려졌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모를 잃었을 수도 있고, 누구는 부모의 잘못된 사랑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상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라고 어쩌면 그 한 번의 생각이 한 걸음이 되어 쓰러져가는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도 있다. 죽어가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처럼. (P.276)


어제 MBC 뉴스를 보았다. 요즘 TV 뉴스는 MBC만 본다. 그나마 가장 개념이 있고, 객관적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마트에서 생필품을 훔치던 아버지와 아들이 현장에서 들통났고, 경찰까지 출동을 했다. 마트 주인은 소리를 지를 것이고, 경찰은 체포해서 경찰서로 데려갈 것이고, 그걸 옆에서 보던 아들은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편견이 쏟아질 것인가?

하지만, 우리가 이 사회를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졌다.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그 모습을 여기에 남긴다.(왜 동영상 등록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https://youtu.be/ipfBjpbeXK4



2019.12.14 Ex. Libris. HJK


4교시가 끝날 때까지 나는 기절한 듯 잤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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