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닐 셔스터먼.재러드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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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는 상당히 마음에 안 들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재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꽤 많다. 흔히 전쟁, 바이러스, 외계인 침략 등으로 이 세상의 종말이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지구가 병들어 환경 재앙이 닥치는 것이 아닐까?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에너지 자원의 고갈 등이 초래되었을 때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이 책은 물이 없어서 세상이 망해가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약 일주일 동안 부모와 떨어져 물이 없는 삭막한 세상에 그대로 노출되어서 물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배경 설정이나 전개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고, 작위적인 부분이 있지만, 물이 없어진 세상을 상상하며 소설 속에 빠져드는 재미는 있었다. 


예전에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를 재미있게 보았다. 시즌 4 정도까지 봤다. 지금은 시즌 9까지 나왔다고 한다. 시즌이 갈수록 계속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어서 흥미를 잃었다. 정착지 찾기 위해 이동하고, 정착지를 찾은 후에 갈등이나 좀비의 습격으로 정착지가 무너지고, 다시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나서는 줄거리는 반복된다. 이해는 간다. 이런 형태의 줄거리는 엔딩을 끝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 <더 로드>는 그래도 희망을 발견하고, 여운을 남기면서 나름대로 끝을 잘 맺었다. 하지만, <워킹 데드>는 성공적인 끝을 맺기에 이미 늦었다.


<워킹 데드>를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시뮬레이션 해 본 적이 있다. 식료품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좀비를 어떻게 죽여야 할지, 정착지는 어디가 좋을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아니면, 그냥 자살하는 것이 나을지도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이>를 읽으면서 물이 없어지는 상황은 또 다르다고 생각했다. 만약, 비가 안 오고, 온난화로 기온은 올라가고, 모든 물이 없어지면, 종말은 정해져 있고, 좀 더 오래 생존했다는 뿐이지 다른 방법은 없다. 운좋게 비가 내릴 때까지 버틸 수는 있겠지.

이 책은 완전히 끝난 이 세상의 종말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마스>에서 나오는 번뜩이는 과학적 지식이 이 책에서 보이지 않지만, 이 책에 나오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상식 같은 것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만약, 개인 주택이라면 지하실에 대피소를 만들어 놓거나 외딴 산에 벙커를 구축해 놓을 수도 있겠다. 주택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초래해서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는 벙커가 도움이 되겠지만, 그곳까지 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도로에 차가 있을 것이고, 길에서 만나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아 발견은 우주 저편의 이야기이겠지. 암튼 나도 모르겠다. 지금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 둔다고, 내가 그대로 행동할 수 있을지 장담을 못 하겠다.

내가 아는 지식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기, 토목, 군사 지식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렸을 때 보이스카우트는 했었는데, 그때 열심히 안 한 것을 후회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것도 자연의 축복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이 지구를 지켜야 한다.


2019.11.17 Ex. Libris. HJK


부엌 수도꼭지에서 기묘한 소리나 난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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