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혹시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을 거닐다가 우연히 선택한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는가?


주말 오전 도서관을 거닐면서 무슨 책이 있을까 둘러보다가 전혀 무슨 책인지 들어보지도 못한 책을 골랐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되었으니 모르는 법도 하다. 하지만, 우연히 고른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 헌팅의 재미라고나 할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데, 저자가 아무 연고도 없는 버지니아 주 빅스톤갭에 헌책방을 열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헌책방을 성장시킨다는 줄거리이다. 빅스톤갭은 조그만 도시인데,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토박이들의 텃새가 심한 곳이고, 예전에 비해 경제 규모가 작아지면서 활력을 잃어가는 도시이다. 


은퇴 후 한적한 동네로 가서 북 카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고, 현상 유지나 하면서 책과 커피,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은퇴 후 생활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노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할 때마다 언제나 망할 거라는 말만 들었다. 나는 아니라고 강한 부정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우리나라는 한 명이 한 달에 겨우 책 1 권을 읽고, 책에 쓰는 돈도 적다. 인터넷으로 책 구매하기는 너무 편하고, 대형 서점의 헌책방 체인점도 있다. 그런데, 조그만 동네에서는 더 심각할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가게에 혼자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다. 뭐, 예상했다. 대형 서점과의 가격 대결, 재고 관리, 책의 가치 판별 및 가격 책정, 짓궂은 손님들과의 갈등 등을 생각하면, 좋아하는 책이 쳐다보기도 싫을 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 잘 진열된 서가를 거닐 때 기쁨을 주었던 책들이 돈과 골칫거리로 보이면서 어쩌면 더 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인구수,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들,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책방의 위치 등을 생각하면, 현상 유지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헌책방을 성장시키고, 안정된 수익을 창출한다. 이 헌책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 책은 지역 사회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많은 이벤트를 개최해서 마을 공동 회관 같은 역할을 하여 친구와 단골을 만들어 해당 지역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사교성이 뛰어나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며, 인정을 받기까지 버틸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헌책방이 주인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나는 불합격이다. 책만 좋아할 뿐 사람 사귀기를 잘 못하는데 지역 사회 공동체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니, 책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얼굴에 가면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웬디, 이건 당신이 해고당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이 계속 머물지 말지 사람들이 확신을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야. 웬디와 잭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나도 알지만, 솔직히 두 사람은 그동안 거쳐간 '시골의 파라다이스를 발견한 도시 깍쟁이'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다들 와서는 우후죽순 가게를 내는데, 가게가 잘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지만, 그거랑 상관없이 여차하면 사업을 접고 세금 감면이나 받고, 아니면 여기서 긁어모은 돈을 가지고 다시 도시로 뜬다고. 지금 여기에는 댁들이 오래 머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P.136)


그러나 헌책방을 돈의 끝없이 나오는 화수분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몇몇 소수의 손님들은 돈 한 푼 안쓰겠다는 의지를 고수했고, 마을에 책방이 생긴 걸 좋아하면서도 자기들이 그렇게 행동할수록 책방의 존속에 해가 된다는 것을 끝까지 깨닫지 못했다. 이는 새로 생긴 서점에 놀러가 실컷 구경만 하고 집에 돌아와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것과 똑깥은 행위다. 그들은 무조건 최저가만을 원할 뿐, 자신의 구매 습관이 중소 서점에 미칠 영향은, 그리고 그 문제가 자기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전혀 이해 못한다. (P.215)


"중고책이 저자에게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중고책도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와 똑같이 저자에게 어떤 식으로 이득을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말을 퍼뜨리거든요. 글자 그대로의 뜻에서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새로운 작가를 얼마나 많이 발견하는지 아세요?" (P.342)


현실적인 책방 운영의 문제들과 책을 사고파는 것에 얽힌 각종 생각과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심각한 문제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은 덤이다. 


2019.11.8 Ex. Libris. HJK


새벽 세 시. 잠이 싹 달아났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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