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를 시작한 것은 내 몸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등부터 시작해 오른팔까지 저리는 고통이 9월 중순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7월, 8월 지난 2달 동안 안 좋은 자세로 게임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9월 초부터 게임을 자제했지만, 여전히 고통은 계속되었다. 

진통제를 먹으면 약 10시간 정도 괜찮았지만,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 또는 진통제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아픔이 시작되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자세를 올바르게 하면 괜찮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혹시 몰라서 물리치료와 한의원 가서 침도 맞았지만, 차도는 없었다. 


게임은 일주일에 거의 2~3시간으로 줄이고, 게임 대신에 독서를 다시 시작해서 9월에 6권의 책을 읽었다. 걷거나 앉아 있을 때 되도록 목과 등을 꼿꼿하게 세우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차도는 없었고, 목 디스크 손상으로 신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9월 중순부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9월 네 번째 주 중에 우연히 회사 도서관에서 하정우 씨가 쓴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을 발견하고, 책이 상당히 얇아서 출퇴근 시간에 읽을 생각으로 대출을 했다. 하루에 3만 보씩 걷고, 땅끝마을 해남까지 걸어서 국토대장정을 성공하고, 하와이까지 가서 하루 종일 걷는다는 그의 에세이를 읽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왠지 멋있어 보일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걷기가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도 했다. 마침 집에서 광교 호수공원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산책할 생각으로 주말에 약 5천 보라도 걸어볼 생각이었다. 

몇 년 만에 다시 광교 호수 공원을 나갔다 오니 기분이 좋았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하늘, 개천, 호수, 산을 보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물론, 나갈 때는 귀찮아서 몇 번이나 주저했지만, 일단 나가서 막상 걷고 오면 나른한 기분과 상쾌한 기분이 합쳐진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스르륵 잠이 들기도 했다.  


9월 28일 토요일 왕복으로 약 8천 보 정도 걸리는 광교 홍재 도서관을 가서 책을 빌렸다.

9월 29일 일요일 아침, 저녁 두 번 나누어서 광교 호수공원을 걸었다. 약 만 9천 보 정도였다. 

9월 30일 ~ 10월 2일 하루 평균 약 5천 보 정도 걸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건 잘 하지 못했다.

10월 3일 개천절 광교 호수공원을 걸었다. 약 8천 보 정도였다. 

10월 4일 휴가 아침에 광교 호수공원을 걸었다. 약 만 1천 보 정도였다. 


10월 넘어서부터 등 근육의 아픔과 팔이 저리는 현상이 많이 좋아지고, 1일 전부터 통증이 사라졌다. 물론, 걷기 때문에 좋아진 것인지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만, 현상만 있을 뿐이다. 2달 동안 괴롭히던 통증이 없어지니 삶의 즐거움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진 느낌도 든다. 물론, 피부가 좀 더 까맣게 변한 거 같기도 하다.


광교 호수공원은 하나인데, 매번 나갈 때마다 걸음수가 달라지는 것을 부정확한 데이터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실 광교 호수공원의 지리적 특징 때문이다. 

광교 호수공원은 아래 사진처럼 2개의 호수(신대 호수, 원천 호수)로 구성되어 있다. 지도 하단, 상단, 좌측은 개천과 연결되어 있다. 지도 하단 지역에서 광교 호수공원 진입하는 방법은 중간에 있는 공원을 통과하거나 약간 우측에 위치한 개천을 따라 들어오는 방법이 있다. 중간에 있는 공원은 야산으로 연결되고, 야산은 광교산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도 하단에 보이는 개천을 따라서 광교 홍재 도서관까지도 갈 수 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은 광교 호수공원은 어디에서 진입하느냐, 어떻게 연장하느냐에 따라 걷는 루트가 다양하고, 어떻게 루트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소요시간, 걸음수가 달라진다. 본인의 컨디션과 여가 시간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걸을 때 주변 풍경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겹지도 않다는 장점이 있다. 

단거리 코스로 걷다가 상황과 여건에 맞게 확장하면서 다른 루트를 개척해 보는 재미가 있다. 



광교 호수공원을 걸으면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걷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가보자. 내 주변에 이런 길도 있고, 이런 풍경도 있다고 구경하면서 걸어 보면 분명 후회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알려드린다.


길 한복판은 괜찮지만, 길 양쪽으로 갈 때 약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간혹 산책 나온 반려 건의 배설물이 있다. 빈번하지는 않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인이 치워야 하지만, 주인이 못 봤거나 무시했을 것이다. 그래도 주의 깊게 배설물까지 책임지면 좋겠다. 

밤, 도토리 등을 주어 가지 말아야 한다. 밤, 도토리 등은 다람쥐, 청솔모 같은 동물의 먹이인데, 이걸 사람이 다 주어 가면 어떻게 하나. 자연과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심지어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이니 생각보다 많이 주어 가는 거 같다. 

주말은 9시 이전에 산책하는 것을 권한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놀러 오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간에 좁은 길도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지면 걷기가 쉽지 않다. 주말 오후 5시 이후에 신대 호수 방향으로 가면 그나마 낫다. 


2019.10.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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