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ㅣ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0월

잔인하게 어린 소녀들을 산 채로 불태운 연쇄살인범이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이 살인범을 잡은 형사는 가혹 수사에 대한 비난을 받고, 분노 조절을 못한다는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하지만, 법정에서 풀려나온 연쇄살인범은 범죄를 또다시 저지르고, 결국 잡히고 만다. 살인범은 잡은 형사는 병원에서 풀려나오면서 영웅으로 대접받는 신세로 바뀐다.

몇 년 후 어느 날 갑자기 시체 6구를 서로 조합해서 만든 시체가 발견되고, 범인은 6명을 더 죽이겠다는 편지를 세상에 알린다. 그런데, 봉제인형처럼 만든 시체의 머리는 바로 연쇄살인범이었고, 예고 살인을 받은 6명 중에 마지막 인물이 바로 연쇄살인범을 잡았던 형사인데..

잔인한 시체, 예고 살인, 피해자들의 과거, 외부에 노출되는 수사 사실 등 독자를 몰입으로 이끄는 요소는 충분하다. 예고 살인이 계속 성공하면서 수사본부의 긴장감은 높아가고, 읽는 독자의 페이지 넘기는 속도도 같이 높아지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맥이 확 풀려버린다. 

개연성이 떨어지고, 억지로 짜 맞추는 듯한 전개, 갑자기 등장하는 파우스트는 대체 뭔지. 시작은 거창했지만, 저자는 모두 망쳐버리고 만다. 전체 플롯을 미리 모두 만든 후에 납득이 가도록 독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펼쳐 놓은 것을 수습을 못하니 무리하면서 임기웅변식으로 대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설마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독자에게 이런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지 않아 보인다.

완전 범죄인 듯한 사건을 파헤치고 결국 진실을 알게 되는 기쁨을 선사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말과 범인으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거나 아니면, 정황, 증거, 증언 등 범죄를 소명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치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독자의 머리를 쓰도록 유도를 하던가 해야 하는데, 이 책은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런던 도서전 최고 화제작이라고 하던데, 글쎄 나는 도저히 좋은 쪽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19.09.29 Ex. Libris. HJK

배심원 사만다 보이드는 법원 앞에 둘러진 폴리스라인을 뚫고 나와 고개를 들었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