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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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러울 거 없는 한 여자가 남편을 죽인다. 그녀는 어느 정도 유명한 화가이고, 그녀의 남편 또한 유명한 사진작가이다. 그녀의 유죄 증거는 너무 명확하다. 하지만, 그녀는 잔인한 살인이 벌어진 이후부터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결국, 유죄로 인정되어 정신 병원에 감금된다. 그리고, 몇 년 후 한 심리상담사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심리상담사나 남편을 죽인 여자나 모두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으니..


어렸을 때 부모에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핍박을 받고 성장한 두 주인공이 묘한 관계를 맺는다. 이런 종류의 핍박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불안한 정신 상태가 어떤 결말을 초래할지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다만, 해피엔딩이 아닐 거 같다는 단순한 생각이 전부이다. 


심리상담사와 환자의 만남으로 이 소설은 시작하는데, 환자의 배경을 알아가면서 심리상담사는 그녀를 치료하고 보살피려고 노력하지만, 이야기 전개상 언제나 그렇듯이 환자는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러는 중에 심리상담사도 본인 와이프에 대한 집착으로 와이프의 잘못을 묵인하고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명확한 시간 묘사를 저자는 의도적으로 피한 거 같은데, 이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알 수 있다. 


성장 배경, 어울리지 않는 만남, 각자의 사연 등이 서로 엮어 있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각자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어떻게 이 스토리가 서로 이어질지 고민을 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정말 그녀는 유죄가 맞을까? 사건 당시의 진실은 무엇일까? 초반부터 등장하는 그녀의 독백이 담긴 일기장은 더욱 그녀가 남편을 살해하지 않았을 거 같다는 의혹을 자꾸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디 있을까? 그녀 주변의 인물들 중의 한 명일까? 범죄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갖은 질문과 별도로 두 명의 주인공의 관계가 심리상담사와 환자의 관계를 뛰어넘어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상투적인 러브 스토리 전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독자는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다소 충격적인 진실을 맞이한다.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런 반전을 준비해서 독자를 혀를 찔렀으니 저자의 의도는 성공했다. 사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 책의 결말을 설명할 수 있다. 마치 식스 센스 영화를 보고 나서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모든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을 말살시켜 버리는 한 문장을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읽어 보지 못한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자 한다. 절대 이 책을 마지막 부분을 먼저 펼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9.09.2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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