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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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정우성이다. 정치적 소신을 솔직하게 밝히고, 난민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그래서, 항상 정우성을 응원한다. 공인으로서 사회적 이슈나 현상을 외면하지 않고, 떳떳하게 맞서는 모습이 멋있다. 


하정우에 대해서 아는 것은 남자다운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가 전부였다. 그가 영화를 감독하고, 제작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림까지 그린다고 한다. 책을 모두 읽고 느낀 점은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현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 들은 바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물론, 본인의 자유이니 누가 뭐라 할 권리는 없고, 내가 아직 알 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하정우는 정말 열심히 산다. 하루에 3 만보 이상을 걷고, 새벽에 일어나며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먹고, 예술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 비싼 하와이를 가서 오로지 걷기만 한다고 하니 그는 남다르다. 10년 동안 무명으로 살다가 비로소 유명해졌다는데, 그의  이런 노력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몇 가지를 실천해 보면 좋다는 생각에 작성해 보았다. 


- 가급적 차나 지하철을 타지 말 것

- 걷는 단위를 보로 측정할 것. 핏이나 와치 등 만보계 기능을 써서 걸음수를 측정할 것

- 하루 목표치를 정하고, 부족하면, 채울 것

- 여행을 가기 전 어디를 걸어 다닐 지 동선을 계획할 것

- 힘들고, 귀찮아도 일단 해볼 것

- 아침에 일찍 일어날 것

- 몸을 움직여서 회복할 것


마지막 '몸을 움직여서 회복할 것'은 저자의 다음 말을 읽어보면 이해를 할 수 있다.


흔히 '번아웃' 혹은 스트레스 중후군으로 불리는 이런 상태에 빠지면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육체 피로로 여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쉬려고 한다. 극단적으로 지쳤을 때 이외로 많은 이들이 계속 먹거나 종일 자거나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이러면 분명 쉬긴 쉬었는데도, 통 나아지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닥쳤는데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왜 푹 쉬었는데도 여전히 피곤할까 의아해하면서 말이다.(p.163)

나는 힘들수록 주저앉거나 눕기보다는 일단 일어나려 애쓴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온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은 귀찮음을 탁탁 털어내본다. 그렇게 걷다 보면 녹슬어서 삐걱거리던 몸과 마음에 윤기가 돈다.(p.164)

 

개인적으로 지난 7~8월은 엉망이었다. 6월 말까지 30권을 읽었는데,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갑자기 시작된 무기력증과 권태감이 6월 말까지 했던 것들을 모두 송두리째 없애 버리고, 비디오 게임에만 몰두하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에 나오는 대로 게임만 하니 어깨, 등 근육이 나빠지고, 결국 손까지 저리는 현상이 생겼다. 6월까지 영어 회화책 한 권을 모두 외웠으나 2달 동안 영어도 안 하고, 홍재 도서관도 안 가고, 오로지 비디오 게임에만 탐닉하는 생활이 나의 육체, 정신을 망가뜨린 것이다. 


8월 마지막 주부터 다시 정신 차리고, 게임을 줄이고,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페이스를 회복하는 중에 만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른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은 언제나 나에게 긴장과 활력을 주는 거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탈리아, 스페인 여행을 하기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걸어 다니면서 예술적인 장소를 여행했다고 한다. 

오로지 여행을 가도 남이 추천하는 기념품이나 상품을 사기 위해 근처 매장을 서성대는 것이 전부인 나는 여행 계획을 별로 세워본 적이 없다. 7~8월 동안 영국 런던과 브라질 상파울루 출장이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하루와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었는데, 남이 이끄는 대로만 따라다녔다. 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니 별로 기억나는 것도 없고, 내가 간 곳이 어디인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갑다. 19년이 이제 3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 좀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북플에서 새롭게 이벤트를 하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부분을 인용했던데, 참 마음에 와닿는 말이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p.206)


2019.09.22 Ex. Libris. HJK


서울에서 해남까지 장장 577킬로미터를 걷게 된 것은 그놈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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