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은 엽기스러운 괴기 소설인데, 책 표지는 연예소설로 보이니 자연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췌장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한 소녀와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소년의 러브스토리입니다. 병원에서의 우연한 만남, 방과 후 도서관 활동, 시내에서 같이 밥 먹고, 쇼핑하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 어찌 보면 상투적인 스토리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은둔형 소년이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명랑하고, 밝고, 인기 있는 소녀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이런 소설을 접하면, 순식간에 결말로 달립니다. 읽으면서 뭔가 애틋한 감정이 발생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두 명의 이별이 전혀 예상치 않게 다가오기 때문에 다소 놀랐지만, 뭔가 뻔한 결말을 피하기 위한 저자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남녀 간의 썸 타는 흔한 이야기는 진부하다고 무시를 하지만, 찾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감정을 이제 느낄 수 없으니 과거의 애틋했던 시절을 기억하기 위함일까요?


가장 슬프게 읽었던 소설이 <가시고기>입니다. 알을 낳고, 엄마 가시고기는 떠나고, 아빠 가시고기가 남아서 끝까지 알이 부화될 수 있도록 애쓰다가 결국 죽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 가시고기가 아빠 시체를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가시고기 스토리를 모르니 왜 책 제목이 <가시고기>인지 이해 못 한 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슬퍼서 버스에서 곤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황급히 내려서 버스정류장에서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아득하게 오래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해피엔딩, 슬픈 결말 어찌 보면 다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를 접하면서 감정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통쾌함, 슬픔, 안타까움, 분노 등의 감정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거죠. 이 소설에서 소녀를 만날수록 소년의 생각은 바뀝니다. 소녀의 풍부한 감정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별 후 소년은 더욱 성장합니다.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연애 소설도 책을 읽는 즐거움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줍니다. 


2019.6.2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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