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경영을 가꾸다 - 관찰학자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
최재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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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최채천 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학자, 관찰 학자, 생태학자로 언론에서 들었지만, 4대강 운하를 적극적으로 반대한 양심 있는 지식인,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역임하신 것은 몰랐습니다. 창피하지만, 국립생태원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강연 주제는 국립생태원을 경영하면서 쌓은 리더십이었습니다. 리더십 경험이 없지만,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낸 일련의 과정을 강연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리더십 강연보다 실제 더 도움을 받았습니다. 

강연을 듣고, 저자 사인과 함께 책을 받았습니다. 저자 사인이 담긴 소중한 책입니다. 2시간 강연 내용과 일맥상통하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리더십 경험이 많던 적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양심 있는 지식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와 통섭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경영 십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군림하지 말고 군림하라(임금이 아니고, 같이 무리를 이루어라)

둘.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셋. 소통은 삶의 업보다

넷. 이를 악물고 듣는다

다섯.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여섯.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일곱.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여덟.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아홉.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열. 인사는 과학이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십계명을 들여다보면,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는지를 한 문장으로 보여줍니다. 

소통과 경청은 정말 어렵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해도 잘 안됩니다. 모두 제 마음 같지 않습니다. 소통을 삶의 업보로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참아가며 들어야지 비로소 소통과 경청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을 합니다. 

실수한 직원을 마주할 때도 마음을 진정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을 바꾸고자 많은 말을 합니다. 이제 딱 하나의 문장만 생각하려고 합니다. '꾸짖지 않는다' 입니다. 

평상시에 직원들을 관찰하면서 행동일지를 작성하고, 인사를 행할 때 행동일지를 기반으로  과학적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입니다. 직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인지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과학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는 기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기록은 관찰을 통해 만들 수 있습니다. 관찰의 중요성, 관찰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조직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를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 하나만이 이유는 아니겠죠. 하지만, 리더 입장에서 가장 쉽게 착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조직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더의 사리사욕과 아집 때문이다. 사심 없이 모든 문제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상의하며 추진하면 망하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리더가 조직을 이용해 자기 욕심을 챙기려 하거나 자기가 조직의 누구보다도 훨씬 탁월하다고 믿기 시작하면 위험하다.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자기 두뇌 하나가 많은 다른 두뇌의 집단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하나의 두뇌보다 여러 두뇌가 궁극에는 반드시 더 훌륭하다. 경영이 아니라 공영이다. 혼자 다스리려 하지 말고 함께 일하면 망하기가 더 어렵다.


이 책에서 통섭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나 통섭이라는 개념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문적인 측면에서 통섭, 경영적인 측면에서 공영, 생물학적 측면에서 공생, 인간관계 측면에서 거리두기 등은 모두 하나의 개념에서 출발한 거 같습니다. 


나무는 줄기를 가운데 두고 위로는 가지와 이파리들로 분화되어 있으며 땅 밑으로는 많은 뿌리를 뻗고 있다. 하늘을 향해 펼쳐진 수많은 가지가 다양한 현상을 관찰하고 기술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일부를 의미한다면, 땅 밑의 뿌리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측정하고 이론화하는 학문들을 나타낸다. 대부분 분석과학 분야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나는 뿌리와 가지들을 연결하는 줄기가 통섭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통섭은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 영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섭을 대표할 수 있는 분야가 UX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인문학, 심리학, 행동분석 등이 가지를 구성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과 의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현재 존재하는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재료공학, 전자공학, 건축공학 등이 뿌리를 구성합니다. 가지와 뿌리를 튼튼한 줄기로 연결해야만 사용자가 쉽고 편하게 목적을 달성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예술과 UX 디자인을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UX 디자인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고,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다고 실체가 나올 수는 없는 거죠.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인간을 이해 못 하면, 아무도 안 쓰겠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면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협업이 통섭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레바논 태생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칼릴 지브란>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통섭 경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지키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는 <칼릴 지브란>을 잘 모르지만, 이 시는 정말 인생 동안 명심해야 할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다. 


2019.01.2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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