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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언어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
양정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양정철 님을 아실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조종하는 비선 실세라는 거짓말과 오해를 듣고 싶지 않아서 선거후 한국을 떠난 분이죠.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 두 분 가치를 저자 나름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두 분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말과 글, 즉 언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일을 대단히 중히 여긴다는 점이라고 하네요. 남이 써준 연설문을 외우지도 못하고, 앵무새처럼 그냥 줄줄이 읽고, 질문은 받지도 못하는 그런 수준의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서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영어와 일본어의 영향으로 국어를 얼마나 잘못 쓰고 있는지를 알았고,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일상 용어가 전혀 다른 뜻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나의 글을 쓸 때 심사숙고를 해야 하고, 하나의 단어를 선택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왜 이리 피곤하게 사느냐고 누가 반문할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정의는 꽤나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쓰는 언어를 공존, 평등, 배려, 존중의 가치로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무언의 실천인 애국을 포함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민주주의 실천을 말과 글로 할 수 있습니다. 깨어난 시민이 할 수 있는 올바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이 사과를 한다면서 '유감'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절대로 사과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유감'을 '사과'의 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감'은 결코 사과가 아니다. 사과할 때 구사하기에 매우 부적합하다.
우리말 사전은 '유감'을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안타깝다', '섭섭하다' 등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면 된다. 결국 사과한다고 하면서 "(비록 내가 사과는 하지만) 내 속으로는 섭섭하고 아주 불만스러워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방송계에서도 많은 말이 잘 못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공인'이라는 말입니다. 인기가 있다고 신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얼굴이 많은 사람에게 공개되었다고, 공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인'이라는 말뜻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연예인은 아무리 스타라 한들 사인이지 공인이 될 수 없다. 대부분 몰라서 쓰는 말이겠지만, 겸손한 표현은 아니다.
연예인 관련 보도에도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있다. 바로 '일반인'이다.
......
일반인은 '특별한 지위나 신분을 갖지 아니하는 보통의 사람'이다. 연예인은 인기 있는 사람이지 특별한 지위나 신분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들과 비교해 연예인 아닌 시민이면 모두 일반이라고 부르는 것은 엄청난 결례이고 오만이다.
재미있는 광고 관련 실화가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광고의 거장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만든 문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어느 레스토랑 앞에 한 노숙자가 서 있었다.
......
노숙자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집이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마케팅 전문가 패트릭 랑보아제가 레스토랑을 들어가려 하자 노숙자가 적선을 부탁했다. 랑보아제는 노숙자에게 약간의 돈을 주며 피켓 문구를 바꿔줬다. 그가 레스토랑을 나오자 노숙자는 두 시간 동안 60달러를 벌었다며 고마워했다. 랑보아제가 바꾼 새 피켓 문구는 "배고파보신 적이 있나요?"였다.
데이비드 오길비 일화도 비슷하다. 화창한 봄, 오길비는 길을 걷다 우연히 구걸하고 있는 장님을 보게 된다. 장님이 든 푯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는 장님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오길비는 그냥 지나치려다 다시 되돌아가 장님의 푯말 메시지를 수정해주었다.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이 푯말을 보고선 하나둘 빈 깡통에 동전을 넣기 시작했다. 오길비가 바꿔준 문구는 이러했다. "참 화창한 날입니다. 하지만, 전 볼 수조차 없어요."
이 책에서 인용하고 싶은 내용이 많지만, 몇가지로 축약해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가 맞는 표현이죠.
- 위 사람에게 "수고하십시오."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 "저희 나라", "저희 학교" 같은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굳이 낮출 필요가 없습니다.
- 습관적으로 "~인 것 같아요"라는 말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 "좌파"는 "용공", "북한"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 수동문은 가급적 안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주어와 서술어를 같이 쓰면 안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12세 미만의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부적절하므로 보호자의 시청 지도가 필요한 프로그램입니다."
어렸을 때에 흑석동에서 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다녔던 국민학교(초등학교)가 "명수대 국민학교"입니다. 명수대가 일제 시대 일본인 별장 이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흑석 초등학교"로 개명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명수대 국민학교"를 다닌 사실이 우울하네요.
"산본", "북창동" 등도 일본식 지명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패망한 후 일본의 잔재를 청산했어야 합니다. 일본이 저지렀던 많은 일들을 조사하고, 바로 되돌렸어야 합니다. 일본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해고하고, 친일파를 제거했어야 합니다. 30년의 세월이 넘는 시간동안 지배를 받았으니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을 두고, 청산 작업을 계속 진행했어야 합니다.
아직 글을 쓸 때 많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아침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점차 나아지겠죠.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2019.01.25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