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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거짓말주의보>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 공모전 수상작 대상 (공감0 댓글0 먼댓글0)
<거짓말주의보>
2025-04-07
거짓말주의보 - 제2회 한솔수북 선생님동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초등 읽기대장
이경아 지음, 김연제 그림 / 한솔수북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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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거짓말주의보>는 한솔수북의 선생님 동화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생님이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춘 내용 선정과 여자 아이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경아 작가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두 번째 담임을 맡았을 때 뇌병변 장애를 가진 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그 친구와 함께 생활하고 지켜보고  <거짓말주의보>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작은 용기가 큰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초등학생인 유리는 수영을 좋아한다. 체육관에 들어가다 텔레비전에 '수도권 국지성 호우 예상'이라는 자막을 보게 된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걱정되었지만 수영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탈의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수영 모자를 챙겨오지 않아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전화하고 있는 또래 여자아이를 보았다. 예전에 수영 모자를 깜박하고 챙기지 않아 엄마에게 전화했지만 유준이 때문에 나올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그대로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간 경험이 떠올랐다. 예비용 수영 모자를 집어들고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는 유리, 새로 온 아이는 고마워하며 유리의 선의를 받아들인다. 

수영 선생님은 유리의 수영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칭찬하신다. 부모님과 상의 후에 두 달 뒤에 있는 어린이 수영 대회에 나가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하는 선생님, 저번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올해는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유리의 가슴이 쿵쿵 뛴다.


체육관을 나서니 비가 오는 하늘,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세차게 내린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엄마는 받지 않는다. 수영 모자를 빌려줬던 지원이가 자기 엄마 차를 함께 타고 가자고 말한다. 혹시 부모님과 엇갈릴지 모른다고 연락을 드리라는 지원이의 어머니, 유리는 아무도 못 오실 거라고 대답한다. "그래? 두 분 다 일하시나 보구나." 하는 말씀에 그렇다고 말한다.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안전 안내 문자, 호우주의보가 발령했다고 한다.


무슨 일일까? 왜 유리의 엄마는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고 유리는 수영 대회에 나가지 못했던 걸까? 바로 유리의 남동생 유준이때문이었다. 엄마는 열이 나던 유준이를 돌보다가 깜박 잠이 들어서 유리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몸은 유리의 방에 있지만 시선은 다른 곳에 있는 엄마, 유준이를 향해 있다고 짐작한다. 우산은 들고 갔는지, 왜 전화를 여러 번 했는지 엄마는 묻지 않는다. 대회를 나가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토요일은 아빠 일하는 날이잖아. 유준히 맡길 데도 없고 힘들 것 같은데."라고 작년과 똑같이 말한다. 


유리의 마음속에 가시 하나가 삐쭉 솟아났다. 엄마는 유리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고 유준이 일은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준이에게 주는 관심의 반의반만큼만 신경 써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심지어 "꼭 대회 같은 거 안 나가도 재밌게 수영할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대회 같은 거'라니, 유리의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못한다.


평소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 유준이를 좋아하고 잘 돌보기도 하는 유리, 그러나 엄마의 무관심과 동생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희생들이 있다. 3학년 때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왔을 때 겪은 아픈 경험은 문득문득 떠올라 유리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 일로 인해 유리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얼떨결에 작은 거짓말 하나를 시작하게 된다. 유리와 친구 사이의 우정, 가족간의 관계, 수영 대회에 꼭 나가고 싶은 마음이 이리저리 뒤섞인다. 


초등학교 교사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마음이 글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뇌병변 동생을 둔 유리의 심리 묘사가 세세하다. 이맘 때의 아이들이 어떤 것에 신경을 쓰는지, 왜 그 전까지는 잘 해왔던 일을 엄마에게 투정 부리는지, 어떤 점에 마음이 상하는지 등등. 유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아이의 아픔을 드러내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눈물을 훔치게 된다. 


<거짓말주의보>의 가장 큰 장점은 장애인 아이를 둔 엄마나 아빠의 이야기를 대변하지 않고, 오롯이 유리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이다. 사실 장애아를 둔 가정의 부모들은 여러 창구를 통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아동들은 어른들과 다르다. 아무리 아픈 동생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마음 속에 서운함이 쌓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여러 불합리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이 일을 성인처럼 상세히 털어놓지 못한다. 유리가 그 동안 겪었던 일을 상세히 엄마나 그 누구에게도 풀어놓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꼭 유리와 비슷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많은 10대 아이들이 여러 방식으로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감정적 갈등을 겪고 있다. 유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기도 하고, 유리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기도 하면서 <거짓말주의보> 속으로 푹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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