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8
조지 손더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여우8-슬프고 사랑스러운 여우의 이야기





우연하게 손에 걸리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가기 때문인지 요새 환경생태와 관련된 책을 자주 보게 된다. 호주에서 일어났던 거대한 산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 온갖 오염물질이 섞인 황사, 온갖 곳에서 발견되는 폐플라스틱들 등 인간들이 환경을 엉망으로 만든 대가를 하나씩 치르고 있기 때문일까?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이면 울긋불긋하게 올라오는 눈꺼풀 알러지를 느끼면서 환경문제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여우8>은 맨부커상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가 쓴 여우의 이야기이다. 바로 인간의 말을 배워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똑똑하고 순수한 여우8이 화자이다. 여우8에서 알 수 있듯이 여우7이나 여우 10, 여우 111 등도 있다. 이름이 아니라 숫자가 뒤에 붙는다. <여우8> 책과 함께 예쁜 엽서가 동봉되어 왔는데 바로 독자에게 올리는 여우의 편지였다. 황토색 땅 배경에 귀여운 여우8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고 작은 여우들과 듬성듬성한 나무, 그리고 열심히 땅을 파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착하고 호기심 많은 여우는 서툰 글로 자신이 어떻게 글을 배우게 되었는지 소개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여우8은 인간들의 말과 글을 배운 뒤 인간들이 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엉이가 똑똑하다든가, 곰이 주로 자고 있다는 점에선 자신 또는 친구들이 겪었던 일을 말하며 반박한다. 호기심 많은 여우8과 친구들의 평범한 생활이 이어지나 싶더니, 여우들의 서식지에 큰 변화가 생긴다. 바로 인간들이 개발을 하면서 폭스부커먼스라는 커다란 쇼핑몰을 세운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땅을 파고 커다란 차들이 왔다갔다 하더니 동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여우 친구들은 먹이 부족으로 굶어죽기도 한다. 여우 8은 인간들의 말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닭고기를 얻어먹고 '푸드코트'가 음식이 나오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여우 7과 함께 폭스부커먼스에 들어가 음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여우8, 그러나 인간들의 손에 여우7은 죽고 만다. 여우8이 창가에서 들은 인간들의 동화 속에 이런 슬픈 일은 없었다. 아마 그 동화 속에서는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동물들이 굶어죽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여우8이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감과 호기심은 순식간에 차가운 것들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여우8>은 환상동화나 낯선 딴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인간이 주변에 끊임없이 해 온 일이다. 돈과 편의를 위해 자연을 개발하고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보다는 눈 앞에 있는 경제논리가 훨씬 중요하다. 맛있고 예쁘고 편리한 것을 누리는 것이 먼저다. 여우8이 어떻게 되든, 다른 여우 친구들이 굶어죽는 것은 인간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여우8은 인간의 착한 본성에 기대하고 인간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남겼다. 틀린 철자로, 진심을 담아서. 인간들은 우리의 다음 세대와 함께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생각하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