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인문학 -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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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옛그림 인문학-그림으로 배우는 선현들의 지혜


 


자주 보아야 예쁘다.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라도 자주 접하다 보면 그것을 대하는 눈이 바뀐다. 우리나라의 옛그림들도 그렇다.


현대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그림보다 서양의 그림에 익숙하다. 우리의 옛그림보다는 서양의 인상파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익숙하고, 그것들이 더 화려하고 예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의 옛그림을 자주 접하다 보면, 그리고 찬찬히 그것들을 살피다 보면 점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음들, 민중들의 소박한 생활, 추구했던 정신적 가치들 등등 수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옛그림 인문학>은 그림과 함께 선조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책이라 그런지 각 챕터의  제목들부터 굉장히 낭만적이엇다.


배움, 달빛 언덕에서 시를 논하는 행복


물론 현대의 학생들처럼 입신양명을 위해 억지로 공부했던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과거에는 學而時習之不亦說乎 [학이시습지불역열호]​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직접 실천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선의 <독서여가도>는 책을 읽다 잠시 쉬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으며 조선의 화가들이 자주 그렸던 것은 선비들의 서재를 담은 <책가도>였다. (참고로 정조도 독서광이라 <책가도>를 좋아했으며 책가도를 그리지 않은 화공에게 벌을 내리기도 했다.) 공부를 위해 은거하는 선비를 찾아온 지인의 모습을 그린 조영석의 <설중방우도>는 고즈넉하게 눈 쌓인 배경 안에서 두 사람이 진지하게 무언가를 토론하고 있어서 벗과 함께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눈에 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김홍도에 얽힌 이야기와 달리 꼿꼿한 자세를 하고 새하얀 도포를 입은 김홍도의 자화상은,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그의 면모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애초에 그의 이름 자체가 유가의 핵심 가치를 체득하여 도를 넓히는 군자가 되라는 바람이 담겨 있으니 이런 모습이 당연한 거 같기도 하고 다른 그림들을 보면 풍류를 자유롭게 즐기는 그의 모습이 진짜인 것 같기도 하고.


 

하늘과 사람을 알다


커다란 보름달 밑에 나무들만 지키고 서 있는 길, 쓸쓸함이 밤의 정취와 섞여 누군가에게는 고독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편안함을 준다. 우리나라의 밤 풍경을 그린 김두량의 <월야산수도>이다. 산과 물을 좋아했던 조상들의 '요산요수'가 절로 떠오르는 이 풍경은 현대에 와서는 즐기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고구려 벽화의 사방신, 그리고 해신과 달신. '하늘과 사람을 알다'에서 다루는 다른 그림이다. 주몽 신화와 관련이 있는 이 그림은 '인간의 삶이 곳 신의 뜻'과 같을 때 비로소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옛그림 인문학>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조금은 낯선 그림 등을 주제에 맞게 나열하여 선조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자연스럽게 그림과 연결하였다. 주로 인간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면서 조상들이 추구했던 주제들에 대해 다뤄 진정으로 내가 추구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바쁘게, 성공과 효율만 생각하면서 앞으로만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휴식처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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