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시간 - 메소아메리카의 고대 문명
정혜주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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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신들의 시간-마야 문명을 비롯한 메소 아메리카 문명을 찾아서


 

북유럽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중동 신화 등은 종종 접했지만 메소 아메리카 신화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낯설게 느낄 것이다. 애초에 '메소 아메리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지만 '신화'와 '고대문명'에 관련된 책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었다. 나에게 신화는 언제나 매력적이고 신비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탄생했으며 신화 속에서 고대인들의 생각과 소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모든 자연 현상을 두렵고 신비한 존재로 여겼으며 사소한 것에도 경외의 마음을 담아 대했던 시대,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대... 문명의 이기는 잔뜩 누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대에 대한 열망과 환상을 놓지 못한다.


나처럼 메소아메리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메소아메리카는 현재의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일대를 말한다. 즉, 우리가 보통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는 중남미 지역 중 중부에 해당하는 곳이며 이 지역들은 오랫동안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였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바로 '마야 문명', 우리에게는 멸망의 날과 식인문화. 갑작스러운 멸종과 벽화 등 굉장히 신비로운 문명으로 소개되었다. 이 책에서는 마야문명을 비롯하여 떼오띠우아깐, 아스떼까 문명에 대해 소개한다. 떼오띠우아깐과 아스떼까 문명은 정말 나로서도 처음 들어본 문명이었다.

마야 사람들은 밤하늘을 관찰하며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별들이, 하늘에 있는 신들의 신호와 지시라고 생각했다. 이는 동양의 전통적인 천체관측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그래서 어느 나라나 설화에 커다란 별이 뜨면 영웅의 탄생을 말하고 밝은 별이 지면 큰 재앙을 암시한다는 내용이 있나보다. 어쨌든 마야 문명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별자리에 관련되어 있다. 마드리드의 고문서에는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체뚜말에는 하늘의 별자리인 앵무새와 사냥꾼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야 사람들의 주식이 '옥수수'였기 때문인지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세계나무를 옥수수신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계나무를 중심으로 신들이 모여 세상을 창조하였고 인간들은 네모진 공간에 옥수수가 자라는 밭을 만들어 옥수수씨앗을 뿌렸다고 한다. 밤의 신과 여명의 신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이 지하세계로 공놀이를 하러 갈 때에도 옥수수를 심으며, 어머니에게 이 옥수수가 파랗게 자라면 자신들이 죽지 않은 것이라 말한다. 이처럼 옥수수는 세상의 창조부터 마야 왕권의 신화에까지 관련된다.



떼오띠우아깐은 '신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기원전 300년-기원전 100년 사이에 멕시코 중앙 고원에서 화산이 폭팔한 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하여 세운 도시라고 한다. 마야 지역의 여러 도시들의 초기 문명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이 곳은 600년 이후 기울기 시작하여 700년 이후에는 완전히 버려졌다고 한다. 신의 되는 곳이라는 신비한 이름의 이 곳의 신화는 '희생'으로 시작된다. 새로운 태양에 대한 일을 논하기 위해 모든 신들이 모이고 직분이 없는 신 떼꾸시스떼까뜰(말하는 자)와 부스럼의 신 나나우아뜰이 여명을 가지고 오기 위해 나선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정화의식을 치르고 해를 데리고오려 하지만 해는 '피'를 원한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신들이 자신의 심장을 바치는 의례를 치르자 태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와 관련된 신화 중에서 이렇게 많은 목숨을 희생한 신화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마야 문명을 제외하고 떼오띠우아깐이나 아스떼까 문명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낯설었다. 신화는 물론 유물도 내가 이제껏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유적지 사진을 보면서 고대 메소 아메리카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었고, 이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메소아메리카에 대한 책을 낸 저자에 연신 감탄했다. 낯선 나라들의 오래된 이야기, 바로 신들의 시간을 더듬으며 나 또한 낯선 고대의 나라로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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