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 진짜 살림꾼 장일순 ㅣ 우리 인물 이야기 20
김선미 글, 원혜영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9월
평점 :
내가 한살림 회원이 되어 무농약.유기농 식품을 먹기 시작한지는 10여녀 년 전부터이다. 당시 아토피피부염으로 밤낮없이 긁어대는 아들을 고쳐보고자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을 때였다. 친구의 소개로 한살림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한 살림물품들을 이용하고 있다. 전에 다니던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물건보다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한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농약 묻은 농산물만 먹는 세상이구나 하며 불평을 했다.
그러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토피피부염도 사라지고 교육비로 지출되는 돈이 늘다보니, 한살림 이용는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게 되었다. 내가 한살림 물품을 이용한 목적은 오로지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을 고치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이었지, 힘들게 키운 농산물에 대한 소중함이나 농민에 대한 감사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니 한살림 설립자가 누구인지 어떤 취지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얼마 전에야 한살림 설립자 장일순 선생님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주라는 도시는 우리나라에 있는 다른 도시들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만든 신용협동조합, 학교, 다양한 작목반 따위가 활성화 되어
그야말로 모범적인 지역자치를 이룬 도시다. 이런 지역 분위기를 형성하기까지는 장일순 선생과 지학순 주교의 영향력이 컸다.
장일순선생은 어려서 독립운동을 하던 차강 박기정선생님께 서화를 배워 서화에 능했고 조부와 아버지께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와 쌀 한 알의 소중함을 배웠다. 기독교인기도 했던 그는 이웃집 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해월 선생을 흠모하게 된다.
그런 장일순은 국립대 설치 반대 운동을 하다가 학교에서 쫓겨난다. 6.25전쟁 땐, 국군으로 의심받기도 하고 빨갱이로 의심받기도 하여 죽을 고비를 넘긴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자, 정치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루고 자신이 세운 학교에서도 쫓겨나 군정에 감시를 받으며 살았다.
새로 부임한 지학순 주교와 뜻을 합해, 다양한 협동조합을 결성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협동조합이 1989년 10월 29일 ‘한살림 선언’이라는 것을 발표하게 되고 오늘날의 원주를 만들게 되었다. 온 우주와 인간이 결국 한 몸이란 사실을 깨닫고 내 몸처럼 자연을, 지구를, 우주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게 ‘한살림 선언’의 내용이다. 이런 ‘한살림 선언’을 실천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한살림 이다.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운 농산물을 중간 거래상을 거치지 않고 도시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여 땅도 살리고, 농민도 살리고, 소비자들의 건강도 살리자는 것이 한 살림의 취지인 것이다.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걸쳐 한살림 정신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야 한살림 물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이 밖에도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에서는 장일순 선생님의 인품이 어떠한 분이지, 알 수 있는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장일순 선생님이야 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고 있던 어른이고 원주야 말로 우리가 그리는 꿈의 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곧잘 우리 시대에는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교육에서 출간된 우리 인물이야기를 보니 본받을 만한 인물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표면으로 드나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한 알에 온 우주가 들었다는 장일순 선생님의 정신, 자신을 조 한 알과도 같이 미세한 존재로 낮추면서도 그 조 한 알에 우주를 담는 분, 그분이 바로 장일순선생 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