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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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상과학소설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19세기 SF소설이 이럴 진데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의 SF소설은 얼마나 대단할까? 어쩌면 너무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나열해 내가 읽기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아니,쥘 베른의 계승자이길 원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을 생각해보면 쥘 베른 이후 현대 SF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혁명적인 과학적 사건들이 출현하던 시대에 살았던 쥘 베른에게 들려오는 과학 보고들은 그 어떤 고전이나 이론 보다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쥘 베른이 <해저 2만리>를 저술한 시기는 과학적으로는 항해기술을 비롯한 다윈의 진화론, 페러데이의 전자기유도 발견, 노벨의 다이너마이트가 발명 등과 같은 과학사뿐만 아니라 인류사적 혁명을 이룬 시기이다. 사회적으로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물질의 풍요 뒤에 숨은 흉악한 자본주의에 대항하여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를 저술하였으며 미국이 남북전쟁이 치러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시기와 근접해 있다.

<해저 2만리>는 당시로서는 시선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잠수함을 만들고 바다 속 세상을 전개해 간다. 일본근해에서 시작한 네모선장의 모험은 태평양을 걸쳐 클레르몽토뇌르섬을 전환점으로 방향을 바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인도양을 지나 홍해와 지중해 사이를 통과한 뒤 남극점에서 다시 북으로 향한다. 바다의 소금을 원료로 전기를 쓰는 고갈되지 않는 연료와 어떤 압력에도 견디는 지칠 줄 모르는 ‘노틸러스’호는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 유럽에 도착한다.

그 험난한 여정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함께하게 된, 아로낙스 박사와 콩세유와 네드 세 사람은 바닷속 세상이 펼치는 경이로움에 감탄하지만 호시탐탐 탈출할 기회를 노린다. 콩세유는 생물분류학에는 천재이지만 물고기를 보고 이름을 맞추지 못한다. 네드는 최고의 작살잡이로 직접 보고 들은 온갖 바다생물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아로낙스 박사는 바다생물뿐만 아니라 지리와 화학, 기후학, 해양 탐험 사까지도 해박하다.

하지만 <해저 2만리>의 실질적 주인공은 단연 신비스러운 베일에 싸인 네모선장이라고 할 수 있다. 네모선장은 잠수함 하나로 감히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해저왕국을 차지하고 종횡무진 질주 한다. 저자 쥘 베른은 네모 선장을 통해 지구가 생명체처럼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으며, 인간들에 의한 환경파괴가 다른 생물과 인간에게 어떤 재앙을 내릴지, 19세기 당시에 이미 예견하여 경고하고 있다.

546쪽에 달하는 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위엄과 고결한 인품을 지닌 네모선장이 왜 문명세계에 원한을 품고 바다왕국을 선택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자연현상을 밝혀내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상상력이 사라져간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보면서 오히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과학 잡지를 하나 구독해서 보아야겠다는 계획을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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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1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긴이야기를~

하늘바람 2009-12-1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긴 겨울밤 읽고 픈 책이에요

수양버들 2009-12-1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난 후 더 그럴만하다 여겨집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겐 .....,
 
춘향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선아 지음, 현태준 그림 / 현암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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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에서 새로 나온 춘향전을 읽으면서 두 번 울었다.
한번은 거지가 되어 돌아 온 이도령 보고 춘향이 유언하는 장면에서 울고 한번은 이도령이 어사되어 옥가락지 꺼내어 장면보고 울었다. 뻔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울다가 웃다가 할 줄은 몰랐다. 극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하더라도 한마디, 한마디를 곡 씹어 읽는 맛을 따라 올 수 없을 것 같다.
반면, 춘향전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과연 이 소설이 우리 것인가 싶게, 구절구절마다 중국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나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춘향전이 지닌 서민문화의 한계가 무엇이며, 당시 사람들에게 사대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새로 고친이의 수고 덕분에 우리 옛말의 어투가 살아 있어 옛 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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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 러시아와 싸운 조선군 사령관 신류가 남긴 병영 일기 샘깊은 오늘고전 7
이윤엽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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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은 1658년 4월 함경도 북병마우후(종3품 무관) 신류장군이 청나라 원정군으로 러시아와 싸우러 나간 일을 기록한 글이다. 명나라를 섬기던 조선의 관리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커가는 청나라를 무시한 탓에 조선은 정묘호란, 병자호란이라는 양란을 겪으면서 조선의 왕이 청나라 황제에게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한다. 그 후 청나라와 러시아는 짐승 가죽을 두고 잦은 전투가 벌어진다. 신무기와 견고한 배를 갖고 있던, 러시아 함선 번번이 패하던 청나라는 러시아인이 조선의 포병을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파병을 명한다. 이에 신류 장군을 비롯한 152명 낯선 중국 땅에서 남의 나라를 위해 전쟁을 한 기록이 <북정록>이다.

<북정록>에 기록된 전쟁은 우리가 드라마이나 소설로 보는 전쟁과는 달랐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는 전투가 벌어지는 격한 전투 장면과 전투가 벌어진 후의 참혹함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신류가 쓴 전쟁은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사흘간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위해 몇 달을 오고가는 데 보내야했던 여정, 무거운 짐, 식량 조달문제, 적이 아닌 비열한 청나라 장군의 욕심 때문에 죽어간 조선군인들, 전쟁 속에 난무하는 유언비어들 등에 대해 상세히 적혀있다. 전쟁 씬 보단 지루할지 모르지만 사실감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350여 년 전 기록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눌려 이라크로 파병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파병된 지금의 우리 군인들도 350년 전 낯선 땅에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했던 조선의 군인들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제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를 위해 명분 없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서글픈 청춘의 설움이 시대를 지나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기를 기록한다고 해서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먼 훗날 누군가에겐 역사 현장을 체험하는 자료로 흥미롭게 읽힐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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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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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예술의 전당 토월 극장에서 리어왕 공연을 보았다. 이 공연은 극단 미추의 2008 정기공연으로 올린 것으로 이병훈이 연출하였고 리어왕 역으로는 정태환이 맡았다.

토월극장, 극단 미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주는 중후한 무게는 한껏 마음이 부풀었다. 고전이 전하는 무게는 무대장치에서부터 전해졌다. 무대장치는 갈색마루바닥과 갈색발이 전부였지만 그 색은 고전의 이미지를 단순한 장치는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배우들의 의상이 인상 깊었는데 고전의상을 복원하기 보다는 인물 각각의 성격을 잘 들어내는 의상이었다. 공연 중 글로스터의 적자 애드가는 알몸 연기로 열연을 하였는데 그가 이 역을 맡게 된 대에는 몸매가 한몫했을 것 같다. 그 만큼 배역에 신경을 썼다는 거다.

리어왕은 아주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너무 오래되어 줄거리조차 기억에 없었다. 다만 폭풍 속에서 장면만이 어련 풋 떠오를 뿐이었다. 공연 관람 후 다시 책을 읽었는데 공연관람 당시 보다 더 큰 박수를 보냈다.

김정환 번역 리어왕이 원전에 가깝게 번역하였기 때문에 읽기가 어려워 공연을 보지 않았으면 이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런 글을 토대로 그런 공연을 하다니 공연예술이 얼마나 대단한가? 새삼 깨닫는 계기였다.

한편으로는 공연을 보면서 미쳐 다 알아 들을 수 없었던 내용을 책을 통해 다시 읽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꽤 많았는데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바보광대 : 지금 처녀인 여자, 그러면서 나의 떠남을 비웃는 여자는, 오랫동안 처녀 못하지, 물건들이 더 짧아지지 않고서야.( 52쪽 )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 의미 없는 광대의 헛소리, 사실 리어왕에는 미친 리어왕과 거지로 변장한 애드가, 바보광대가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떠들어댄다. 하지만 이 대사는 헛소리라기보다는 셰익스피어가 글을 당시에는 통용 되는 은어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시대적 간극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원전에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역자의 의도리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것이 ‘리어왕’이다. 리어왕은 딸들의 말을 믿고 자신의 영토 상속한다. 리어왕의 의도는 단순하고 순수했지만 결과는 부모형제간에 살육을 불러오는 비극에 불러온다. 고전은 시대를 막론한 보편성을 지닌 다는데 리어왕이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세치 혓바닥으로 놀리는 말을 믿지 말라, 늙을수록 재산이 필요하다, 끝까지 의리를 지켜야 한다. 물론 이런 것도 틀릴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리어왕을 볼 때 참 잔인하다는 것이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배려한다하더라도,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저주를 퍼부을 수는 없다.



리어 : 그렇겠지 경

들으라, 자연이여, 들으라, 친애하는 여신이여, 들으라!

그대의 목적을 연기하라. 정말

이 짐승이 열매 맺게 하려는 의도라면!

심으라, 그녀 자궁 속에 불임을!

그녀 안에 든 증식의 기관을 말려 버리라,

그러면 결코 없으리로다. 그녀의 타락한 몸에서

아이가 솟아 그녀를 존경하게 될 일은! 굳이 낳아야 한다면,

악의에 찬 아이들을 만들어 주라, 그것이 살아

위협을, 자연에 어긋난 고통을 그녀에게 가하도록!

그것이 그녀 청춘의 이마에 주름을 낙인찍게 하라.

흘러내리는 눈물로 수로를 파게 하라, 그녀 두 뺨에,

그녀 모성을 온갖 심려와 인자한 행동을

비웃고 또 경멸하라, 그러면 그녀가 느끼리로다.

독사 이빨보다 더 모진 고통은

배은망덕한 새끼들 두는 것임을! 떠나자, 멀리! (퇴장) (46쪽)



이 대사로 딸에 대한 리어왕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는 백배 이해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어떠한 경우에도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리어왕은 저주를 자신을 배반한 두 딸에게만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말로는 하지 않겠다는 코델리어에게도 냉혹한 처사를 보였다. 리어왕은 자식을 사랑하는 자혜로운 아버지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분별력 없는 변덕쟁이다. 게다가 자신의 편의대로 왕위를 물려주고도 권위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욕심쟁이다. 두 딸에게 배은망덕을 얘기하기 전에 부모로서의 자혜와 지혜가 부족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리어왕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인간다운 면을 보이는 인물은 애드가이다. 다음은 애드가의 대사인데 이런 비극에서 보여주는 유일한 자비이자 희망이다.



애드가 : 용서는 서로 하자꾸나.

나도 너 못지않게 피를 보았으니, 에드먼드,

비록 더 많은, 더 많은 악행을 네가 내게 했지만.

내 이름은 에드가, 네 아버지의 아들이다.

신들은 공명정대하지, 그리고 우리가 즐기는 악덕을

수단으로 우리에게 역병을 내린다.

그분이 너를 만드신 그 어둡고 사악한 곳이

값을 치르게 했다. 그분께 그분의 두 눈으로


리어왕이 가장 이성적인 말을 할 때는 오히려 광인일 때였다.


리어 : 그리고 비참한 거지는 똥개가 무서워 줄행랑을 치지? 거지 서 너는

보는 게야. 권위의 위대한 상을, 개의 공무에 복종하는 거지.

너 매질 담당 관리 놈, 네 피비린 손을 멈추지 못할까!

왜 그 창녀를 때리려는 게야? 네놈 등을 벗겨야지.

네놈이 할딱할딱 정욕을 퍼질렀던 그녀를

퍼질러 쌌다고 네가 매질하다니 고리대금업자가 사기꾼을 목매다누나.

누더기 옷 틈새로 작은 악행이 보이는 건 살이야.

법복과 모피 가운은 모든 것을 숨긴다. 죄악에 금칠을 해 봐.

그러면 정의의 강건한 창도 맥없이 부서진다.

누더기를 씌우면, 난쟁이 지푸라기도 그것을 꿰뚫지.

·······, (150쪽)

애드가 : 오, 조리와 부조리가 뒤섞였어!

광기 속 이성이로다!



리어왕은 권력의 자리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을 광인이 되어서 느끼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미친 후에야 비로소 이성을 발휘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대사는 저작거리에서 나도는 말처럼 천박하고 잔인하다. 품위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우리 전통극인 마당극과 탈놀이였다. 마당극과 탈놀이는 대중문화이기 때문에 그 입담이 거칠다. 이런 거칠면서도 재기발랄한 대사가 셰익스피어 혼자 썼다는 것이 놀라웠고, 대극장에서 품위를 갖추고 관람해야할 것 같은 셰익스피어 작품과 우리 전통 극이 닮았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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