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 - 지질학, 생태학, 생물학으로 본
유리 카스텔프란치.니코 피트렐리 지음, 박영민 옮김, 레오나르도 메치니 외 그림 / 세용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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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역사 >는 제목만큼이나 스케일이 큰 책이다. 지구의 탄생과정부터 현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자연환경의 문제점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생물학, 지질학, 생태학을 ‘누대, 대, 기, 세’라는 장구한 시간으로 나누어 지존의 학설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물학, 지질학, 생태학을 함께 한다는 것도 어렵지만 이 세 학문을 함께 말할 수 밖에 없다.

백과사전과도 같은 <지구의 역사 >을 잘 읽으려면 이 책의 구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아야한다.

이 책은 크게 5장으로 (제1장 젊은 지구, 제 2장 생명체의 폭발적인 증가, 제 3장 공룡의 시대, 제 4장 포유류의 승리, 제 5장 인간과 지구)로 이루어진 이 책의 각 장은 두 페이지에 걸쳐 펼쳐진 내용으로 시작한다. 왼쪽 면 위쪽에 있는 본문은 해당 장 전체 본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은 삽화와 삽화 설명은 각장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각 장의 시작부분에 주요사건 요약과 함께 연대표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생각별로 내용을 구별해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빨간색은 생명과 역, 녹색은 생태 환경, 파란색은 지질 및 기후와 관련된 내용을 가리킨다. 이 밖에도

지식의 최전선이라는 제목으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나 새로운 이론, 최근에 발견된 사항 과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시급한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백과사전처럼 따분할 수 있는 책을 흥미 있게 다가서게 하는 장치이도 하다. 실물보다 선명하면서 정교한 삽화는 딱딱한 내용을 친근감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명의 역사, 지구의 역사라는 광대한 주제에 맞이할 때마다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미 한가?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이런 존재의 미미함을 느끼기 위해 이런 책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나의 삶을 지배하는 욕망, 이기심, 사람들과의 갈등으로부터 떨어져 생각할 수 있고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 때문이다.

지금 인간이 모든 생물위에 굴림 하다고 생각이든다거나, 무언가 갖고 싶어 안달이 났다거나, 이웃이나 친구와 심할 갈등을 겪고 있다면 < 지구의 역사 > 같은 책을 꺼내 읽어 보고 현재 나의 위치를 한번 확인해 보라. <지구의 역사>는 우리의 삶을 겸손하게 만들고 욕망과 이기심이라는 굴레에서 조금은 떨어져 생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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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산책 한길 히스토리아 9
아베 긴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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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 산책> 중세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심리를 그들이 남긴 문화 통해 일어낸 책이다.

중세 사람들은 현대인들과는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유일신을 강조하는 그리스도교를 지향한 까닭에 고대가 지닌 이원론적 세계관을 일원론적 세계관으로 단일 화 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간과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은 구체적인 생활의 양상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에 결코 추상적이지 않았습니다. 1라스트(Rast)는 두 번의 휴식을 포함하여 1,000보를 걸었을 때의 거리를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걷는 사람의 나이나 성별, 짐의 유무에 따라 실제 거리는 다양했습니다. 시간은 구체적인 인간의 행동이나 자연의 리듬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볼 때, 시간은 원을 그리며 흐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교는 그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간의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즉, 서기 1000년을 맞이해 종말사상이 퍼져나가면서, 시간관념 가운데 큰 의미를 가졌던 시간의 종말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교에서는 시간은 직선으로 한 방향을 향해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최후의 심판을 거쳐 신에게 나아가는 것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이것을 프랑스의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의 유럽 중세 경제사에 관한 단편 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것 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현세의모든 사상을 직선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자리매김하는 그리스도교의 역사관이 사회생활 전반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던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개념이다. 나는 그리스도교 인도 아닌데도 시간은 세계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직선으로 흐른다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당연힌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세 초기 사람들 우리와 다른 관념 속에 살았다.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관념은 중세로부터 받은 영향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던 시간 개념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12간지, 24절기, 60갑자, 24절기가 반복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역시 원의 개념으로 시간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소리 세계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중세 유럽 전체를 아는 것과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고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중세의 음악은 산수, 기하, 천문과 나란히 4대 과학의 하나로서, 세계를 해석하는 사고의 한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현대처럼 오락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중세 사람들은 음악을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원리로 인식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음악 이론은 세계를 일원론적으로 파악하려는 그리스도교의 원리에 따라 만들진 것입니다. 칼 대제가 그레고리오 성가를 보급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것도, 그것이 프랑크 국왕의 중요한 통일 정책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세는 고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하층민들의 생활까지 바꿔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여전히 숲의 두려워했고 자기 나름을 음악을 즐겼다. 이처럼 숨어 있던 민중 정서는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활기를 찾게 된다.


우리는 중세를 암흑기라고 한다. 그리스도교라는 종교 속에 일원론적 세계관을 강요했기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걸치면서 문명이라는 한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세에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나 기부 문화는 예이다. 고대의 자유분방함에도 매력이 있지만 중세의 단순함, 규율 속에도 충분한 매력이 느껴진다.

이밖에도 <중세 유럽 산책>에는 중세 문화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림 동화>나 전설이 갖고 있는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 그림 속에 담겨진 세계관의 변화, 누구든 보호 받을 수 있는 ‘아질’이라고 하는 신성한 장소, 죽에 대한 관념,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중세인들, 어린이에 대한 생각 등을 그림과 기록, 건축물 따위를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를 거쳐 중세, 근대를 이어오면서 우리의 문화가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풍요로운 문화 충분히 숙지하고 즐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양성은 오히려 분열과 산만함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문명이 전파되는 속도는 너무도 빠르다. 그래서 중세 인들에게서 느끼는 거리감을 우리 다음 세대에겐 더욱 빨리 느끼게 될 것 같다. 불과 30년 전의 우리의 생활과 현재의 생활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을 갖고 아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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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12
정범진. 허용우 지음, 정수연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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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는 정범진.허용우 글로 아이세움에서 펴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인문 과학 총서 아이세움 배움터 시리즈 중 하나이다. 어린이 책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막 세계사를 접하는 중학생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한나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과학의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보는 과학사,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경제사, 여성사 등 다양한 관점에 따라 역사적 자료를 모아 기술하는 것이 요즘 흔히 쓰는 역사 기술방식이다. 하지만 처음 역사를 접할 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굵직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맥락을 잡아 두는 것이 좋다.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 미국사를 굵직한 사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더했다.

콜럼버스 이후 미국인들이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다.

헨리 8세가 아들을 낳지 못한 왕비와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교황이 허락하지 않았어. 그는 영국 국교회를 만들고 스스로 최고 우두머리가 되었어. 그래서 국교회의 교리는 가톨릭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 철저한 개혁을 원한 청교도들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게 되었지.

영국은 버지니아 회사와 플리머스 회사에게 특허장을 주어 이주민을 보내고 식민지를 세울 권한을 부여했어. 두 회사는 각각 남쪽과 북쪽을 맡아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아메리카로 떠나 보내는 일을 했지.

많은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새로운 땅에 정착했기 때문에 초창기 미국하면 떠 오른 것이 청교도 정신이다. 대서양이 닿는 육지의 남북으로 길게 미국의 거대 도시가 형성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남과 북은 자연환경에 따라 공업과 농업을 분리되어 발전하면서 영국으로 독립을 쟁취하기도 하고 남북 전쟁을 치루기도 하였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 경찰국을 자처하면서 국내외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동안 미국을 짝사랑해 왔다. 1882년 청나라의 주선으로 미국과 ‘조·미 수호 통상 조약’체결이후, 조선을 둘러싼 열강의 쟁탈전이 심해지자, ‘거중조정’(제1조 만약 조약결국 중 한 나라가 제3의 국가로부터 홀대 내지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게 되면 상대국에 알려 반드시 서로 돕는다.)을 근거로 미국이 나서서 보호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미국은 조선의 기대를 저버리고 중립을 고집했다. 당시 조선 주제 미국 공사였던 알렌은 한술 더 떠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일본에 의해서만 수습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는 것이 미국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후에도 조선인의 미국에 대한 짝사랑은 계속 되었는데 3.1운동 직후 ‘조선의 여학생들이 파리 평화 회의에 보내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 윌슨 씨여,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독립 선언을 받아들여 세계 여러 나라에 선포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문 154쪽-

조선의 여학생들이 이런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윌슨이 제시한 ‘민족 자결주의’ 때문이었는데, ‘민족자결주의’는 미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나라들의 식민지를 이긴 나라들이 나누어 갖기 위한 전략일 뿐이었으니, 미국의 답변은 냉담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은 일본의 영토이기 때문에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 즉 독립은 불가능한 일이다”

-본문 154쪽-

당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대부분이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나 의료시설에서 교육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짝사랑은 그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해방이후 미·소 강대국의 끼고 6.25 전쟁을 치룬 뒤, 휴전 상태로 미군이 주둔해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반민감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군 철수만을 외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먼저 한국군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군사 정보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이란다. 미군의 군사 위성과 정찰기 등으로 얻는 정보가 없다면 거의 눈 뜬 장님인 셈이래. 그러니 한국군과 과학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

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육·해·공군의 균형적인 발전, 특히 그 중에서도 공군의 강화가 필요한데 우리 공군의 자립도가 너무 낮다는 것도 문제란다. 게다가 미군 철수 후 일본이나 중국의 군사력이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란다.

이처럼 <두 얼굴의 나라 미국 이야기>에서는 미국의 역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우리와의 관계를 기술하고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균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사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한 문체로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어, 이제 막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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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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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초판은 제1차 걸프전 직후인 1992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의 피해자가 미국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안’에도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만화 전개도 미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가 자신의 아이에게 군사패권주의가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주는 방식 택하고 있다.

2003년 미국 연방정부는 예산 총액에서 국채 관련 비용을 뺀 자유재량 예산 중 51.6%를 군사비로 교육 관련 예산은 6.7%를 책정하였다. 이런 정책 때문에 국민은 세금을 내면서도 충분한 사회복지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외국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치루는 희생은 돈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병사들이 생명을 잃거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병들었다.

미국이 이처럼 광적으로 전쟁을 치루기 시작한 배경은 1776년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에서 찾을 수 있다.

“지상의 모든 나라들과 모든 사람들은,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묶여 있던 자신들의 정치적인 사슬을 끊고, 자연의 법과 하나님의 법에 의해 주어진 본래의 독립적이고 대등한 지위를 주장해야 한다.”

독립을 쟁취한 이들 식민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북아메리카 전역을 지배하도록 신에 의해 선택받았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선택되었다는 확신을 ‘명백한 운명’이라고 표현하며 정당화하였다. -<전쟁중독> 13쪽-

이와 같은 종교관으로 무장한 미국의 지도자들은 인디언을 몰아 낸 뒤, 멕시코 영토의 반을 빼앗는다. 그들의 욕심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 필리핀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미국의 기업가들은 그런 미군을 앞세워 경제적 침략을 가하고, 독재정권의 권력층을 옹호하여 미국에 순종하는 체제를 만들어 왔다.

세계의 패권의 유지하려는 미국의 욕심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냉전체재를 유지하면서, 전쟁의 새로운 명분을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치룬 6.25전쟁도 미.소 양국의 땅 따먹기 한판 승부였던 것이다. 이 책에선 현재 한반도가 둘로 분단된 상태이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상황을 다음 전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표현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섬뜩한 공포가 느껴진다.

이 밖에도 <전쟁중독>에선 미군이 여러 약소국을 상대로 치루는 다양한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국 서민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황폐해지고 있는지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가, 전쟁의 피해자가 외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살고 있는 서민들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미국 기득권층의 패권주의가 미국 서민들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는가를 알려 국민을 전쟁반대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이다. 미국 국민이 패권주의 전쟁을 반대한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평화를 원하는 새로운 정치가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버락 오바마 제 44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먼저 그의 당선은 흑인 대통령의 등장이라는 것으로 백인 우월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 각 처에서 ‘악의 축’, ‘테러국’이라 몰아세우며, 군사적 침략은 물론 경제적 압박을 가해 많은 생명을 아사상태로 만든 부시 정부와는 달리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유지된 백인 자본가들의 권력 구조 속에서 오바마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국민은 백인 우월주의를 깨고 흑인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더 이상 백인 권력자들 아래서 불이익을 받으며,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변화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전쟁중독> 같은 책들이 미국의 패권주의의 실체를 알리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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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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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사회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이 지은 <미국 민중사>를 폴 불이 만화에 맞게 각색하였다. 폴 불은 하워드 진의 책을 만화책으로 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예술형태인 만화는 동굴의 벽화만큼이나 오래 된 것이다. 만화는 글로 쓰인 역사보다 먼저 있었으며, 구전 역사처럼 이야기를 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뛰어난 이야기꾼의 글에서는 대개가 자연스럽게 만화가 흘러나온다. 이 책의 편집자와 만화가의 원서를 임으로 재구성하였는데 이는 좀 더 극적인 제시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며, 원본과 비교해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또한 하워드 진의 자서전인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도 이 책에 나오는 20세기와 그 후의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시각적 기록들과 독창적인 예술을 함께 접목시키는 기교를 통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폴 불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피로 얼룩진 미 제국주의 역사를 실감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사 중에서도 폭력적이고 잔혹한 제국주의와 인종차별, 권력가와 자본가들의 횡포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개척자나 청교도 정신 나열하지 않고, ‘운디드니 학살’로 시작한다.

1889년 종족의 죽음과 영토의 강탈, 자신들의 파괴된 생활방식을 애도하기 위해 인디언들은 ‘고스트댄스’라는 새로운 영적인 운동을 전개했다. 미 정부는 이 고스트댄스가 백인 개척민을 두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고스트댄서들을 검거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결국 그들은 운디드니 협곡으로 도망간 300명의 인디언 중 250명을 죽이고 5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당시 인디언들이 갖고 있던 무기는 화살이 전부였고 미군에게 살육당한 사람들 중에는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눈 속에서 죽인 인디언들을 찾아 한 구덩이에 던져버리고 일당으로 2불씩 받았다.


백인들의 횡포는 인디언이나 흑인들에게만 자행 되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 초기의 악덕 자본가들은 유럽 제국주의를 모방하고 이들과 경쟁하면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악덕 자본가들이 엄청난 부를 즐기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광산의 붕괴, 화재, 폭발로 인해 죽거나 신체가 절되는 등 그 부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제철공장과 직물공장에서는 수천 명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다.


그 중 가장 악독한 사람은 조지 폴먼으로 폴먼 시티를 세워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고 높은 주택 임대료를 부가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을 통제했다. 폴먼은 노동자들을 ‘내 자식들’이라 불렀지만 그 곳은 바로 백인 판 인디언 보호구역 시스템이었다. 이런 사실을 기존의 역사는 개척정신으로 미화하여 초창기 미국사를 도전과 희망 시대로 그리고 있다.


정부는 인디언과 농민, 노동자들의 저항을 진압해도 경제 불황을 해결하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멕시코를 비롯한 일본, 니카라과, 우루과이, 포르투칼, 아르헨티나에 문호 개방을 요구하고 쿠바침공, 베트남 전쟁, 최근 이라크 침공까지 직접적인 침략 행위는 물론, 분쟁지역에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경제적 지원과 무기를 팔아 간접적 침략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들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인권, 민주주의 수호, 세계 평화 등을 내세우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몇몇 자본가와 정부가 결탁하여 세계 최강자로서 횡포를 가하고 이익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한 사실들을 하워드 진이 직접 강의 하는 형식을 빌러 설명하고 있는데, 하워드 진 자신의 경험은 물론,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들을 진술하고 있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리듬앤블루스에 엉킨 흑인들의 저항정신과 명분 없는 베트남 침공에 대한 시민은 물론 군인들의 저항. 이란 국왕과 미국 정부의 결탁과 이란의 석유통제권을 영국으로부터 되찾은 모사데그의 축출로 비롯된 중동과의 대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실제 사진과 함께 만화로 그려져 사실감 있게 전해진다.


이 책은 우리 시위대에서 자주 듣게 되는 ‘미 제국주의의 횡포’라는 것이 어떤 거 인지 구체적으로 잘 설명한 책이다. 미국의 제국주의 횡포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 같은 평범한 주부에게까지 알려졌으니, 그들의 횡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겠는가?

그런데도 어제 뉴스에 부시 대통령 임기를 두 달 앞에 두고 자신이 "(이라크 등에서) 5000만 명을 해방시키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알려지길 원 한다." 하니, 눈뜨고 키 뚫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를 비웃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국이 저지를 횡포 중에서 우리가 간과하게 되는 것 중하나가 경제봉쇄로 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이 그랬고 북한이 테러국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또 한 가지는 대중들은 9.11테러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사건엔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지만, 익숙해진 끔찍한 일들엔 무관심과 체념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워드 진은 다음과 같이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강의를 맺는다.

“어려울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믿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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