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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ㅣ 두레아이들 그림책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은정 옮김, 최수연 그림 / 두레아이들 / 2009년 12월
평점 :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다석 유영모 선생님은 오산학교 교장으로 부임해서 톨스토이를 접하고부터 교회를 나가지 않고 혼자 성경을 읽으며 신앙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유영모 선생의 관련 저서를 읽다보면 그분이 얼마나 간절히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고자 했으며, 예수님을 스승으로 섬기었는지 알 수 있다. 유영모 선생은 톨스토이의 어떤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톨스토이의 작품을 통해 미루어 집작해 보고자 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어 두 번째 펴낸 두레 출판사의 그림책이다. 까다롭게 엄선해 만든 그림책 4권 중 2권이 톨스토이의 작품이라니, 고집스럽고 진실 된 출판사의 성향을 느낄 수 있었다.
톨스토이의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의 주인공 마틴도 구두수선공이다. 마틴은 남의 집 살이를 하지만 하느님을 믿으며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마틴은 두 아이와 아내를 잃고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아들마저 죽자 더 이상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절망에 빠져 살아가던 마틴에게 8년째 성지 순례를 하고 있다는 한 노인이 찾아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떠난다.
“우리는 신이 하시는 일을 판단해선 안 돼.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신의 판단에 맡겨야지. 신은 자신의 아들에겐 죽음을 주셨지만, 자네에겐 살라고 하신 거야. 그러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지. 절망하는 것은 바로, 자네가 자신의 기쁨만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마틴, 신을 위해 살아야 하네. 신이 자네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신을 위해서 살아야지. 자네가 신을 위해 살게 되면 그땐 그 무엇에 대해서도 슬퍼하지 않게 되고 모든 것이 쉽게 느껴질 걸세.”
“신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몸소 보여줬다네. 자네 글을 읽을 줄 알지? 성경을 사서 읽어 보게. 그러면 신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될 것야. 성경에 모든 것이 나와 있어.”
톨스토이는 순례자 노인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미하일을 통해 전했던 자신의 신앙적 성찰을 전하고 있다. 이것이 톨스토이가 전하고자 했던 사상의 핵심이고 다석 유영모 선생이 따르고자 했던 길이다. 그렇다면 성경에선 어떻게 살라고 하였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에선 (마태오 복음 25장)를 예를 들어 알려준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오 복음 25장)
늙은 구두수선공 마틴은 순례자 노인의 말을 듣고 매일 매일 열심히 성경을 읽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고자 한다. 그런 자신의 신앙심을 확인하고 싶어 하던 마틴에게 어느 날 꿈인 듯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오고 다음날 그에게 나타나기로 약속한다. 마틴은 종일 하느님을 기다리며 남의 집에 의지해 사는 늙은 퇴역병사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는 모자, 가난한 사과 장수 노인에게 사과를 훔치다 잡힌 소년에게 친절을 베푼다. 그러나 정작 기다렸던 하느님은 나타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성경책을 펼치자, 하느님이 음성이 들리고 마태오 복음 25장이 펼쳐져 있다.
아!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변하지 않고 전해 내려온 감동적인 진리인가, 그런데도 ‘어려운 이웃을 돕자’라는 만고불변의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지도 못하면서 식상해하는 이유는 뭘까? 이 진리는 ‘이것이 하늘의 뜻이다, 인간의 도리다, 해탈의 길이다’라고 해도 통하지 않자, 자본주의 논리에 맞게 이타주의로 변질되었다. 그러자 새로운 소리다, 신선하다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진리는 이미 단순명쾌하게 밝혀주신 성인들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롭게 포장된 변질된 진리가 아니라 실천적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