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기린 하얀 기린
변준희 지음, 이수연 그림 / 쉼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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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은 자연스러운 듯 보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기심이나 탐욕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면 그 아픔은 크나큰 상처로 남습니다. 생채기가 깊을수록 온전한 치유는 더딥니다.


정작 타인에게 고통을 준 사람은 착각합니다. 자신에게는 그 고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아픔에 무관심한 사람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소유한 한낱 작은 힘이 영원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평화바람'의 대표이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기를 원하는 변준희 작가. 이 책 『하얀 기린』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하얀 기린의 실제 이야기가 배경이 되었습니다. 다름으로 인한 외로움과 차별,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하얀 기린 레인은 하얀 털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기린들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레인은 늘 혼자였어요. 먹고 잘 때도 그러했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도 혼자였습니다. 이야기를 할 친구가 없었어요.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점이 힘든지 말할 수가 없었어요.


'레인'은 아카시아 나무와 달과 별들을 벗 삼았어요. 하지만 그들 또한 온전한 친구가 될 수는 없었죠.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마땅한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소원이 되는 상황. 누가 그 아픔과 외로움을 다 알 수 있을까요? 다름이 틀림이 되어버렸을 때 경험하는 아픈 현실이지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었다가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에게 매우 깊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세심하게 '너'를 보지 않으면, 그의 마음에 연결될 수 없어요. 그의 아픔은 나의 아픔과 상관없는 것이 되어버려요.


'레인'은 하얀 기린 '윈디'를 만나면서 그동안의 상처가 사랑으로 씻겨 내려갑니다. 소중하고 빛나는 아기 기린 '샤인'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비로소 '레인'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게 됩니다. 홀로 이해하고 경험한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는 것이 행복이지요. 작은 일상이지만 어떤 조건 없이 '함께' 웃는 것이 기쁨이지요.


아름다운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요. 탐욕스러운 인간은 누군가의 행복이 싫은가 봅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자행합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들을 서슴없이 행합니다. 자신의 욕심에 눈멀어 상대방의 고통을 보지 않습니다. 고작 몇 푼의 돈 때문에 상대방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공감과 배려가 없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소외를 경험합니다. 이전보다 더욱 힘겨운 외로움을 겪게 됩니다. 소중하게 아끼는 것, 그것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일상입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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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 - 교회와 선교의 방향을 묻는 이들에게
정민영 지음 / IVP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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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잘 하지 못하지만 어제는 큰맘 먹고 아이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정하고, 대화하려는 마음인 것 같아.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하면 더 이상 소통이 되지 않거든."


서로 눈물을 글썽이며 함께 마음을 나누었어요. "아빠 마음이 정말 힘들 땐 말이야.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대화하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야.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과는 마음을 나눌 수가 없거든."


저는 '좋은 소식'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이 생겼고, 그분은 어떤 근본적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심지어 엄청나게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우리는 신실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지만,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한없는 사랑을 끊임없이 베푸시면서도 무한한 능력을 갖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들어주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많이 말씀하셨어요. 우리를 사랑하시고 선택하시는 이유가 바로 삼위일체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이며, 우리는 그 넘치는 사랑 한가운데로 초청받았다는 것이죠.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그 사랑이 점점 더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원하세요. 이 세상에요.


성경 번역 사역으로 30여 년간 선교했던 정민영 선교사는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을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에 듬뿍 담아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신학전공자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계속 들어야 마음에 연결되고, 그 마음에 잇닿을 때 그분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지요. 하나님께서는 선하신 다스림 가운데 우리를 초청하십니다. 여기가 참으로 안전하며, 진정한 사랑을 누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너무도 커서 모든 만물을 감싸 안습니다. 품이 좁은 우리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죠. 사실 나만 잘 되고 싶고, 내가 젤 잘나가고 싶잖아요. 그런데 우리 하나님은 모든 사람과 피조물, 세상과 우주까지도 품으십니다. 정말 이처럼 세상을 사랑하시기 있나요?


우리가 아버지의 사랑으로 충만할 때 비로소 그 사랑, 알 수 있고, 나누고 싶어집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지요. 더 이상 우리는 우리 안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뜨거워진 가슴은 세상을 향한 따스한 공감과 배려로 표현됩니다.


무엇보다 사랑을 충만하게 경험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에 나아가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의 열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요. 낮아짐과 들어줌은 아버지의 방식이었어요. 우리는 나가서 다른 삶을 삽니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서, 힘겨운 사람에게 다가가고 들어주고 함께 합니다.


교회는 그러한 사랑이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나며,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러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줍니다. 선교적 교회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가득 차서 그 사랑이 넘쳐흘러. 빛이 나는 교회이지요. 대화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 교회입니다.


저마다 거창한 것을 외쳐요. 하지만 우리는 작은 것에서 무너집니다. 또한 사소한 것으로 감명받아요. 긁히고 찢긴 우리를 감싸달라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는 그런 것입니다. 일상에서부터 하나님의 마음으로 한 사람을 들어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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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금욕적 고행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탕자가 아버지께 돌아올 때 참된 평안이 회복되고, 아기가 엄마의 품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만족을 누리듯, 인간은 하나님의 자비롭고 공의로운 통치 아래 그분의 영광을 추구할 때 행복과 만족이 극대화되도록 창조되었다. 이것은 기독교가 제의(祭儀) 중심의 율법주의 종교가 아니라,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시고 삼위 하나님의 완전한 교제로 초청하시는 사랑의 관계가 그 본질임을 드러낸다. - P25

강한 신념이 좋은 믿음이라면, 그건 은혜가 아니다. 구원의 확실성은 신념의 강함에 있지 않고, 우리가 의심할 때조차 우리를 내치지 않고 보듬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근거한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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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가들 - 김지수 인터뷰집 : 불안의 시대, 자존의 마음을 지켜 낸 인생 철학자 17인의 말 김지수 인터뷰집
김지수 지음 / 어떤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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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불안이 벗이 된 시대입니다. 기쁨보다는 슬픔과 아픔이 더 친숙합니다. '너'의 힘겨움보다 '나'의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는 듯합니다. '너'를 향해 마음을 연다는 것은 함께 고통을 경험하고, 너의 아픔에 동참한다는 의미입니다. 무관심으로 인한 자유가 달콤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람에 대한 무감각이 어느 정도 평안을 보장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도전 없는 인생과 같죠. 사랑과 사람이 없는 무채색의 삶인 것이죠. 이러한 삶은 고통이 적을 수 있습니다. 관계의 어려움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뜨거움과 살아있음을 느낄 수가 없어요.


통통 튀어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를 숨 쉬게 합니다. 내 안의 틀을 무수히 깨게 합니다. 그것은 아프고 쓰라립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나를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깊고도 넓게 나를 형성해갑니다. 함께 우는 만큼 더욱 크게 웃을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우리는 변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올곧게 지켜내는 지혜의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우리네 인생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입니다. 그렇지 못할지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겠네요.

이 책 『자존가들』을 통해 불안을 넘어 자신을 지켜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어 김지수는 상대방을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정성을 다해 묻는 질문에는 공감과 배려의 언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을 존중하는 한 사람에게 자신을 열어 보입니다.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언어로 흘러나옵니다.


이 책은 자기다움을 지킨 17명의 사람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위치나 직업, 생각과 성향은 천차만별입니다. 김혜자와 리아킴, 이승엽과 요시타케 신스케, 이적과 정혜신, 최대환과 이어령 등은 살아온 환경이나 삶의 궤적이 매우 다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삶과 직업을 사랑했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세부적인 이야기와 삶의 목표, 추구하는 가치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서 보이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함과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들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감사합니다. 자신의 치열한 노력도 있었지만, 선물로 주어진 삶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은 공존하기에, 행복 자체를 추구하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 자체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입니다. 주위에 귀를 기울이되, 시류에 휩쓸리지는 않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반복되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수한 선택에 진심을 다했노라 말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나만을 위한 끄적임이었다 하더라도,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캐릭터가 됩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사람들이 됩니다.


힘겨워서 홀로 숨고 싶은 날이 많습니다. 때로는 시대와 힘이 원하는 그럭저럭 눈치 보는 적당한 사람으로 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삶은 가슴 뛰지 않습니다. 신선함이 없습니다. '나'로 살아가는 삶이 아닙니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그러면서도 품 넓고 사랑 그득한, 따스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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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올라가면 어느 순간 내려갈 일만 남더라고요. 성공은 높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걸 넓이로 느껴요. 많은 사람과 연결되면서 제 경험도 그만큼 넓어지고 다양해졌거든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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