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죽음 이후를 말하다
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 IVP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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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면밀하게 살피고, 논리적이면서도 경험적으로도 증명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명확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하게 되며, 서로의 주장을 인정합니다. 사실 여러 각론 중 그러한 주제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격차를 줄이기 힘든 주제 중 하나는 종말론일 것입니다. 실제로 죽음을 경험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도래하지 않을 일에 대해 단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주장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경험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기에 죽음 이후에 관한 신학적 지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성경의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점이 사실적인 기록이며, 어떤 점은 은유적인지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영국 성공회 주교이자 신약학자인 톰 라이트(Nicholas Thomas Wright). 그는 이 얇은 책 『톰 라이트 죽음 이후를 말하다』를 통해, 이미 널리 퍼진 잘못된 신학 지식을 바로잡아주기를 원합니다.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틀린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톰 라이트는 잘못된 교회력으로 인하여 생기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저자는 교회력이 하나님의 구원 서사를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매개가 됨을 인정하며, 그렇기에 아주 세심하고도 신학적으로 합당한 근거 가운데서 교회력이 행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미 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예수님의 재림'이 '하나님 나라'의 최종적 도래이며, 종말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하늘과 땅의 하나 됨이며, 영혼과 몸의 하나 됨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같이 종말의 때에 우리는 전인격의 온전한 부활을 경험할 것입니다.



문제는 개개인의 죽음이 종말의 시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오해가 참으로 많습니다. 흔히 '중간기'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간에 대한 이해는 교파마다 매우 다릅니다. 심지어 동일한 교파에 있더라도 개개인마다 느끼는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은 천양지차입니다.



중간기 이후(개인의 죽음 이후의 이후)가 세상의 끝이며, 그때에 우리가 온전한 부활을 경험한다면, '중간기의 성도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하는 것이 신학의 오랜 과제입니다. 이는 성도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자 물음일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 오용하는 '천국'은 이런 점에서 그동안 합의되어왔던 신학과 괴리가 있습니다. 마치 개인의 죽음 이후에 곧바로 천국과 지옥이 있는 것처럼 가정한다는 것입니다. 성경에서의 '천국'은 '하나님 나라'이며,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천국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성경에서의 하나님 나라는 장소의 개념보다 어떠한 사실을 나타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이 땅에 온 것으로 인해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다고 선언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왕적 통치(다스림)를 의미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이 주인이심을 선언하고 선포하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하나님의 전적인 다스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죽음 이후에만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고 누리라 강조합니다. 특히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해야 하며, 그러한 표지는 화목과 평화, 용서와 사랑, 정의 등입니다.



연옥 교리나 잘못된 천국에 대한 이미지 등은 이미 십자가에서 죄를 완전하게 이기시고 해결하신 예수님의 사역을 헛된 수고로 만드는 일입니다. 다른 교리에 대한 비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성경적이며 신학적인 기초 위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죽음은 모두에게 찾아옵니다. 경험해 보지 않았고, 명확하게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승리하신 우리 주님은 사망이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누군가가 어디에 가리라는 심판자를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날이 있음을 기억하며 겸손하게 한 걸음을 내딛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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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 그리스도교란 무엇인가? 비아 문고 16
로완 윌리엄스 지음, 정다운 옮김 / 비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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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내부에 들어오면 안 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그동안 긍정적으로 보았던 부분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부정적 부분들이 해명되기도 합니다. 비밀스럽게 감추어졌던 이야기를 내부에서 직접 마주하게 되면, 그 이야기에 우리는 반응합니다. 자신을 던지기도 하고, 크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조직 내부에서만 있었다면 객관적으로 그 조직을 보기가 힘듭니다. 우리의 시선이 좁아졌기에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다른 시선으로 내부를 바라볼 때, 보다 입체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윤곽을 알 수 있습니다.



종교로 한정해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자신을 던져 헌신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비합리적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선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내부의 사람이면서도 객관적이고 통전적이며, 전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요.



균형 잡힌 시각과 아름다운 언어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안내자로 불리는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그보다 더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자는 역시나 그리스도교의 핵심적인 부분을 간명하면서도 풍성하게 설명합니다.



윌리엄스는 그리스도교를 설명할 때 교리적으로 딱딱하고 거칠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교가 가진 풍부한 원천에 집중합니다. 매우 어려운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그리스도교의 근본이며 중심이라면, 과감하게 접근하여 세심하게 풀어냅니다.



저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과 관계를 그리스도교의 중심으로 생각합니다.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세상 가운데 어떻게 다시 그 사랑을 회복하시길 원하셨는지를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어두운 이 세상을 꿰뚫고 온 사랑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며,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여전히 연약한 우리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거룩하고 풍성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계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책임지시고, 철저하게 순종하셨기 때문입니다. 성령님이 끊임없이 우리를 돕고 인도하십니다. 이제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가야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본받아 그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갈 때, 우리 또한 빛이 됩니다. 어두운 세상 가운데 빛으로 드러납니다. 신앙한다는 것은 주님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며, 우리의 좁아진 시각이 넓혀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두렵기도 하지만 보다 넓은 세상을 보게 됩니다. 달라진 시각으로 말입니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참으로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초대받았듯이 우리 또한 힘의 논리나 방법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초대해야 합니다. 사랑과 용서, 배려와 포용은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베풀어주신 방법입니다. 우리 또한 세상과 이웃을 보듬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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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제자도
탐 사인 지음, 김동규 옮김 / 터치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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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에서 강조하는 그리스인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어릴 때는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교회에 출석하고, 헌금 생활을 하며,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조금은 더 정직하게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말씀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무엇인가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삶은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삶이 우리의 전인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존재의 모든 것을 바꾸는 급진적 부르심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더하여 복음은 참으로 좋은 소식인데, 그 영향력은 단순히 한 개인의 변화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나'를 바꾸어, '너'와 함께 하게 하며, '우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대한 꿈이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로 초대하는 복음 메시지는 우리를 풍성하게 하여 그 사랑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하나님의 비전입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 미래학자이자 선교 전략가인 탐 사인(Tom Sine). 그는 이 책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제자도』를 통해 참된 복음의 급진성과 더불어 그 복음이 가지는 광범위한 영향력에 대해 강조합니다. 저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수록 우리의 삶은 전폭적으로 변화됩니다. 그 변화는 우리 안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우리를 살아내게 합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선순위와 가치관이 바뀝니다. 이제 주님을 따르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존재를 원하십니다. 우리 삶을 원하십니다. 우리의 전부가 예수님의 메시지로 충만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리하여 그분은 우리를 하나님 나라 사역의 일원으로 부르십니다. 이것은 고통이나 억지가 아닙니다. 부족한 우리를 하나님 사역의 동반자로 불러주시는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초대입니다.



하나님 나라로 가득 차 있지 않는 사람들은 성과 속을 재빨리 분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거룩과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지 않아야 하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의 사역과 섬김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부분까지도 하나님의 다스림이 필요합니다.



충만하게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며 누릴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상적인 구호나 이상적인 명제로만 머물면 하나님 나라 사역의 생명력은 소멸됩니다. 끊임없이 하나님의 사랑과 평안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곳이 바로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여야만 합니다.



비록 서툴고 아쉬울 때도 있겠지만, 방향은 올바르게 가야 합니다. 더딜 수 있지만 목적지는 분명해야 합니다. 연약한 인간들의 모임이지만, 정체성은 뚜렷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하며, 서로를 통해 하나님의 샬롬을 맛보아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를 하나님 나라로 경험하는 제자들은 교회 안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위아래가 뒤바뀐 세상을 바로잡으러 나가야 합니다.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우리의 삶과 존재를 통해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진짜 좋은 소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미약하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많은 새들이 평온을 누리는 넉넉한 안식처가 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계획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철저히 우리를 내려놓고, 예수님을 뒤따라갈 때, 서서히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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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포기 - 하나님 섭리에 맡기는 삶
장 피에르 드 코사드 지음, 엄성옥 옮김 / 은성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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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을 따른다'하면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을 봅니다. 자신의 기준에 적합한 율법들을 잘 지키는 것이 '순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탐심으로 그득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살피지를 않습니다. 내 영혼이 말씀 앞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고 생각하는 틀 안에서 섣불리 '하나님의 뜻'을 가르칩니다. 자신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신비한 지식이 있는 듯 생각합니다. 가령, '지금의 고통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 정도의 고통에서 끝난 것에 감사하세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입니다.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 그 말로 인해 밤새 운다는 것을 모릅니다.



진정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은 침묵합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의 생각보다 큰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고난이 우리에게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그 가운데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함께 하심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더한 고통 속에서도 그분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장 피에르 드 코사드'는 17세기 프랑스의 예수회 사제입니다. 그의 출생과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수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어렴풋하게 알려졌습니다. 그러한 편지와 담화의 메모를 취합하여, 그의 책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는 삶: 자기 포기』는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습니다.



코사드는 당시의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당대의 영성가들은 인간의 의지를 억제하고 하나님께 자신을 모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코사드는 우리의 감각과 은혜의 방편(서적, 영적 지도, 구송 기도 등)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의 성례"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우리 일상의 작은 순간들 모두가 하나님의 뜻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했습니다. 단조롭고 평범하며 하찮은 결정들이 가득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이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며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의 글은 단순하며 명쾌합니다. 가령 '거룩'하게 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임을 피력합니다. 그저 하나님의 뜻에 철저하게 충성하는 것이 거룩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충성은 하나님의 법과 교회의 법에 순종하는 것과 동시에 하루의 순간순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쉽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 가운데 경험하는 일들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부당한 압력이나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피곤하고 혐오를 일으키는 일을 체념하고 사랑으로 참고 견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코사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거룩함이라 말합니다. 매우 사소한 것들이지만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소중하고 고귀한 것들이 있습니다. 친근하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일들이라 생각하며 사랑함으로 인내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거룩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코사드는 하나님의 의도를 이론과 설명만으로는 온전하게 알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한 지적 지식만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무지할 수 있지만 순종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코사드는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포기라 이야기합니다. 거룩함이란 힘이 닿는 한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러하기에 거룩함에 이르는 것은 평범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습니다.



때로는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항상 좋고 기쁠 수가 없습니다. 믿음 안에 거한다는 것은 그러한 순간에도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막막한 순간에 하나님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일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진정으로 자기를 포기하여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들은 세상적인 관점으로 볼 때 미약하고 볼품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도전하거나 자신만이 하나님의 섭리를 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사람들보다 더 큰 통찰과 힘을 하나님으로부터 얻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변호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그저 모든 것 가운데 충만하신 하나님을 누리며, 주어진 말씀에 묵묵히 순종하면 됩니다. 신실하신 그분은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우리를 끝까지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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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더디 온다 - 말씀에서 말씀으로 살아 낸 사막 교부와 교모의 인생 가르침
사막 교부와 교모 지음, 이덕주 엮음 / 사자와어린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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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중시되는 사회입니다.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말합니다. 그리하여 과정은 무시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윤리도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습니다. 오로지 경쟁 우위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회는 인내가 없습니다. 성실함은 도외시됩니다. 일상은 무너집니다. 효율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참된 교육과 배움의 공간이 줄어듭니다. 고민하고 질문하고 사유하기보다는 더 빨리 답을 찾는 방법을 배웁니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접근보다 순간적인 처세술만이 난무합니다.



신앙의 영역까지 이러한 현상이 보입니다. 진득하게 말씀 앞에 기다리기보다, 재빨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을 찾습니다. 자신에게 더 유익하고 편한 말씀을 들으려 합니다. 하나님의 임재에 잠잠하게 잠겨있으면서 그분을 누리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강렬하게 찾고 울부짖는 매달리는 기도를 선호하는 듯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침묵의 영성, 사막의 영성, 기다림의 영성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참 어른이 절실합니다. 그럴듯하고 번지르르한 말만 하고 뒤에서는 탐욕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믿음의 선배 말입니다.



사막의 교부와 교모는 '압바'(abba)와 '암마'(amma)로 불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뜻하는 단어인데, 묘하게 우리의 말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더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엮은 이덕주 교수는 교부와 교모를 한 마디로 정의합니다. '말씀에서 말씀으로' 산 사람들이라고요.



이들의 중심은 간단합니다. 오로지 주님과 가까이하고 싶은 열망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님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그러한 질문 앞에 정직하게 반응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말씀에 순수하게 순종합니다. '떠나라'라는 말씀을 따릅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훈련받는 곳은 대부분 광야나 사막입니다. 모세와 엘리야, 다윗과 예수님까지도 말입니다. 바울 또한 아라비아 사막에서 3년간 은둔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장소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사막의 교부와 교모는 이러한 깨달음 가운데 그들 또한 하나님 한 분만 바라고 그곳으로 갑니다. 다른 모든 것은 그들에게 무의미했습니다. 오로지 하나님 한 분이면 족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광야의 상황에서 하나님과의 더욱 풍성한 교제를 갈구했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을 이덕주 교수가 엮어내고 해설한 이 책 『깨달음은 더디온다』는 속도와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들에게 매우 소중한 가르침을 줍니다. 참 어른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말씀대로 살아냈던 혹은 끊임없이 말씀대로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사막의 교부와 교모를 만납니다.



이 책은 사막의 교부와 교모들의 가르침을 20가지의 주제로 엮었습니다. 포기와 영적 훈련, 의식주와 기도생활, 노동과 시련, 죄의식과 순종 등 이 모든 주제들은 우리 삶에서 핵심입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으려 밀어냈던 것이었지만 실제로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것들입니다.



다시금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 앞에 섭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께 무릎 꿇습니다. 번잡스러운 세상을 뒤로하고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그 가운데 작은 깨달음들은 우리를 크게 요동치게 합니다. 더디지만 천천히 말씀대로 살아보고자 합니다.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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