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포기 - 하나님 섭리에 맡기는 삶
장 피에르 드 코사드 지음, 엄성옥 옮김 / 은성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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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을 따른다'하면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을 봅니다. 자신의 기준에 적합한 율법들을 잘 지키는 것이 '순종'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탐심으로 그득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살피지를 않습니다. 내 영혼이 말씀 앞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고 생각하는 틀 안에서 섣불리 '하나님의 뜻'을 가르칩니다. 자신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신비한 지식이 있는 듯 생각합니다. 가령, '지금의 고통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이 정도의 고통에서 끝난 것에 감사하세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입니다.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 그 말로 인해 밤새 운다는 것을 모릅니다.



진정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은 침묵합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우리의 생각보다 큰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고난이 우리에게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그 가운데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함께 하심을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더한 고통 속에서도 그분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장 피에르 드 코사드'는 17세기 프랑스의 예수회 사제입니다. 그의 출생과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그는 수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어렴풋하게 알려졌습니다. 그러한 편지와 담화의 메모를 취합하여, 그의 책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는 삶: 자기 포기』는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습니다.



코사드는 당시의 영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당대의 영성가들은 인간의 의지를 억제하고 하나님께 자신을 모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코사드는 우리의 감각과 은혜의 방편(서적, 영적 지도, 구송 기도 등)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의 성례"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우리 일상의 작은 순간들 모두가 하나님의 뜻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했습니다. 단조롭고 평범하며 하찮은 결정들이 가득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이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며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의 글은 단순하며 명쾌합니다. 가령 '거룩'하게 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임을 피력합니다. 그저 하나님의 뜻에 철저하게 충성하는 것이 거룩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충성은 하나님의 법과 교회의 법에 순종하는 것과 동시에 하루의 순간순간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쉽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 가운데 경험하는 일들은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부당한 압력이나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피곤하고 혐오를 일으키는 일을 체념하고 사랑으로 참고 견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코사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거룩함이라 말합니다. 매우 사소한 것들이지만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소중하고 고귀한 것들이 있습니다. 친근하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일들이라 생각하며 사랑함으로 인내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거룩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코사드는 하나님의 의도를 이론과 설명만으로는 온전하게 알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한 지적 지식만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무지할 수 있지만 순종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코사드는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포기라 이야기합니다. 거룩함이란 힘이 닿는 한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러하기에 거룩함에 이르는 것은 평범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습니다.



때로는 힘겹고 어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항상 좋고 기쁠 수가 없습니다. 믿음 안에 거한다는 것은 그러한 순간에도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막막한 순간에 하나님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일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진정으로 자기를 포기하여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들은 세상적인 관점으로 볼 때 미약하고 볼품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도전하거나 자신만이 하나님의 섭리를 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사람들보다 더 큰 통찰과 힘을 하나님으로부터 얻습니다.



우리의 영혼을 변호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그저 모든 것 가운데 충만하신 하나님을 누리며, 주어진 말씀에 묵묵히 순종하면 됩니다. 신실하신 그분은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우리를 끝까지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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