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4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브렌던 웬젤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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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도, 인간 아닌 다른 존재들의 삶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누구의 삶도 귀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다른 누군가의 삶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중단시키는 것, 없애버리는 것은 얼마나 큰 우주적 사건인가요.

 

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코끼리도 태어날 때는 아주 작습니다. 그리고 점점 자라납니다. 햇빛을 받으며 달빛을 받으며 모두모두 자라납니다. 동물들에게 무엇을 가장 사랑하는지 물어볼까요?”

 



혼자 살 수 있는 존재는 없고, 다 알지 못해도 누군가의 삶이 내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미처 다 밝힐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강제로,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로 망가지고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이들의 삶도 상처를 받습니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세상에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주 많다는 것과 누군가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오래 전 현미경으로 아주 작은 날벌레를 보았습니다. 내게 누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만들어보라고 해도 절대 만들 수 없는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내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 존재를 벌레라 멸칭하고 혐오하고 눈에 띄면 죽이는 일은 괜찮은 걸까요.

 

그러니 매일 아침 부푼 마음으로 눈을 뜨세요. 삶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지만 점점 자라날 테니까요.”



 

아주 작은 존재에서 시작해서 자라나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 남아 성장한 이들이 한순간에 허망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서서 죽은 이들도 있습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인간이라면 참사라고 부르며 애도합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리 모두의 삶, 중단된 삶들을 애도하고 명복을 빕니다. 생존자들과 목격자들 모두의 회복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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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 세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공부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김민형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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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민형 교수는 동시대 최고인 (한국인) 수학자다. 세계적인 학자이니 국적이 의미 없지만, 독자와 한국 교육에는 얼마나 든든하고 반가운 존재인가.. 부디 이분 제안대로 수학교육이 구성되길 바라지만, 그런 희망이 이루어지려나.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교육현실 생각은 멈추고 즐겁고 기쁘게 책을 읽는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많이 냉정하고 깔끔해서 좋아하지만 전공할 엄두는 못 냈던 수학이 다정한 일상의 흔한 풍경처럼 설명되어 있다. 많이 읽으시면 좋겠다.

 

한 번 증명할 가치가 있으면 두 번 증명할 가치도 있다

 

수학과 대학원 수업에선 이런 멋진 대화가! 3개월 정도 짧게 업무를 봤던 수학과 대학원생이 불현 듯 떠올랐다. 이름도 기억 안 나지만, 전공 주제 -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수학 난제 - 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환하게 즐겁게 웃던 모습은 생생하다.

 

그러니까 수학을 공부하는 이들은 기쁘고 즐거운 것이다. 나는 그것이 수학문제 정답지보다 더 궁금하고 탐이 난다. 그 이유를 방법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수학을 배우면 인생을,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저자의 말대로라면 아주 멋진 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주 낯설고 새로운 내용들만 소개하시는 건 아니지만, 알던 내용도 더 재밌다. 수학은 한편 우주의 언어, 즉 인간에게 낯선 언어이다. 그러니 함의와 지혜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외국어 배우듯 상당한 노력이 초기에는 필요할 것이다.

 

이 친절한 책에는 수학을 배우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 다정한 마음과 대비되는 수험 현실과 취업 현실과 여러 참담한 상황들을 생각하니 수학책 읽으면서도 미안함에 눈물이 난다.


 

수학의 역사이자 수학 공식 해설집이자 수학자와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이자, 수학책이기도 하다. 두껍지 않은 책의 분량만으로는 담긴 내용의 충실함을 모두 짐작할 수 없다. 수학이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는 답도 없는 가장 어려운 일상을 살아오고 있다.


 

어쩌면 해법은 같을 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차근차근 하나씩 찾아가는 것. ‘어두운 방에 들어가서 겨우 전등 스위치를 발견하고, 잠시 모든 것이 보였다가, 다시 다음 어두운 방으로 넘어가는 것, 그리고 다시 전등스위치를 찾는 것.’


 

수학 공식과 도구를 사용해서 문제를 푸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부디 겁먹지 마시길 바란다. 함께 풀어보고 그보다는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암기할 부담 없이, 수학 세계의 여러 흥미진진한 순간들을 엿보면 충분하다.

 

분명한 건 수학 없이는 문명도 현실도 없다. 그러니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조금만 더 친해지자. 그래서 언젠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고통과 혐오의 과목으로부터 수학을 구하여 우리 모두를 구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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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족일까? 풀빛 그림 아이 60
마르코 소마 그림, 다비드 칼리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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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릴 적엔 가족이 무엇인지 사실 모른다. 결혼 관계, 부모 자식, 촌수 같은 것도 모른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다 부모가 결혼을 한 타인들이었다는 것에 놀라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엄마 아빠의 부모라는 것에도 놀란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경험하면서, 가족이란 개념과 규정보다 얼마나 사랑하고 함께 살고 싶어하는지가 가족을 만들고 엮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공감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대개가 아름답지 않고 때론 추악하기도 하다.

 

이 그림책은 아이보다는 성인인 내게 사회와 개인 모두의 경직된 선입견, 편견, 사유하지 않는 게으름 등등 많은 생각과 질문을 부르는 내용이었다. 글의 시작을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했지만, 성별 역시 가족을 이루는 정해진 형태가 아닐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지가 가족의 기준이어야 할까. 인류는 공통의 조상을 가졌다. 만남의 방식이 아니라, 만난 이후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함께 살고 싶은가, 사랑과 돌봄과 책임을 기꺼이 지속하겠는가의 여부가 질문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담담하게 슬프고 조용히 기쁘다.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았고, 다행이야... 싶어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들이 사랑과 진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다면, 우리도 행복하단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사랑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기 때문에 비슷해지는 건 아닐까.”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침묵하지 말고, 좀 더 자주 물어보고 싶다. 보리스가 스스로에게 묻던 말들을...

 

정말 행복해? 정말 원하는 삶이야?”

 

그리고 내게도 물어보고 싶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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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 집 나간 독서력을 찾아줄 24편의 독서담 우리학교 책 읽는 시간
김경민.김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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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가 귀찮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확실한 건 독자, 특히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도록 강요하거나 강제하거나 수업 자료로만 인식시키거나 기타 등등 책읽기 싫게 하는 조건과 환경은 무수하다.

 

성인 독자로서 지난 독서 시간을 돌아보면 여러 이유로 어떤 장르문학을 한동안 기피하거나 싫어하게 된 적도 있었다. 특히 수입 학문의 비중이 엄청난 한국에서 번역청 하나 없는 현실은 다른 분야의 번역뿐만 아니라 번역문학의 수준도 신뢰하지 못하게 했다.

 

유쾌한 자기소개가 인상적인 저자들의 이 책은 영상매체와 휴대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지금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자 해법으로서의 경험을 전해준다. 등반하기 전에 읽어보는 사전답사기 같다. 멋진 가이드북이자 궁금한 저서들의 깊이 있는 소개글로도 유용하다.




독서에 관한 질문 혹은 고민들을 표현하는 첫 번째 질문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 책이나 읽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알아가는 시간이 충분하면 문제될 것이 없는데... 바쁘고 고단하게 사는 한국인들이라.

 

청소년 문해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자주 보이는데, 나로서는 어른들의 문해력이 더 문제가 커보인다. 성인인데도 그리고 성인이라서 부족한 문해력에 선입견에 편견에 악의에 이해관계에 오독에 오용에 고집에... 그 결과 우리가 도착한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문학이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다른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질문들을 찾고 고민해보는 경험이며 사유의 훈련과정이라고 믿는다. 청소년 독자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잔소리와 간섭이 아닌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재밌고 유익한 책을 읽고 하소연이 길다. 이 책을 만나 기쁜 점 중 하나는 추천도서목록을 얻었다는 점이다. 각자가 원하는 책들을 직접 목록 작성해도 좋고 이 책의 목록을 가이드삼아 읽어도 충분히 좋겠다. 목록이 만만치 않아 보이나 그건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막연히 가지는 부담일 수도 있다.

 

11월부터 <모비딕>을 읽고 있다. 드디어! 오래 망설였지만 술술 읽혀 놀랐다. 과거와 달리 번역이 아주 멋지다. 실패를 한 번도 하지 않고 뭔가를 즐기고 익숙해지기란 불가능할뿐더러 경험적인 가치도 적다. 단 한 번의 나쁜 경험에 휘둘리지 말고,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이 더 즐거운 선택이다.

 

재밌는 책을 읽고 지루한 글만 이어지니 난감하다. 먼저 이 책을 즐겁게 읽어 보시기를 바란다. 그 다음엔 소개된 책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을 하나 읽어 보시기를. 많이 귀찮아지면 좀 쉬시다가 다시 재밌어 보이는 책을 펼쳐 보시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책은 재밌다. 책 읽기는 즐겁다. 그 세계로의 입장에는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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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리틀 몬스터 책 먹는 고래 35
조서경 지음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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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디자인을 전공한 후 SF와 판타지 문학을 공부했다는 작가가 무척 궁금했고, 그의 작품 역시 그랬습니다. 글도 그림도 자신이 직접한다는 꿈을 이룬 분이네요. 좋아하는 장르인데, 아이들 문학으로는 많이 못 접해봤습니다.

 

스토리를 다 파악하기 전에 어떤 캐릭터들을 보는 것으로도 웃음이 납니다. 일단 이름을 외우자 했지요. 마녀 나리, 몬스터 포리, 라임이 잘 맞는다. 마녀의 할머니도 아플 수 있군요. 몬스터인데 작은 곰을 닮았다니... 결국 강아지... (귀엽).

 

마녀가 아니라 몬스터가 물약을 제조한다고? 짐작했던 것과 다른 역전된 조력관계입니다. 세상에... 할머니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데, 아이들의 점과 주근깨와 여드름 등등이 약에 들어가는 걸까... 두렵습니다. 그 물약 바르는 건가요, 먹는 건가요...


마녀답게 마법을 사용한다거나 몬스터답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재료들을 얻기 위해 협상을 합니다. 귀엽... 더구나 재료를 건네 준 아이들의 소원도 들어줍니다. ?

 

인간 아이들이여 잘 들어라, 나를 만나게 되면 점, 주근깨, 여드름 중 하나를 주면 원하는 소원이나 어려운 고민을 나의 마법으로 이뤄주겠다.”

 

작가님... 이 정도면, 할머니는 아이들 소원 들어주기 위해 아픈 신 같고, 포리는 천사 같습니다만... 엄청나게 착하고 환상적인 - 판타지 - 글입니다. 그렇지 못한 세상과 시절이라 무척 뭉클합니다.



 

그래서 결국엔 아이들이 무슨 고민이 있나만 실컷(?) 읽었습니다. 점 하나 주고 예술가의 물감을 받는다든지, ‘겨울지우개를 받는다든지, 환상적인 섬지점토, 마법 색종이, 반려동물 카메라... 주의사항 잘 지킬 테니 저도 받고 싶습니다. 점은 있는데 아이가 아니라 안 되겠네요.


 

물론! 타인의 도움으로 이룬 것들에 대한 경고와 교훈은 잊지 않습니다. 현실의 아이들도 자신만의 노력으로도 마법보다 더 멋진 일들을 하니까요. 멋진 이야기를 담은 평범한(?) 제목의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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