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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귀찮지만 독서는 해야 하는 너에게 - 집 나간 독서력을 찾아줄 24편의 독서담 ㅣ 우리학교 책 읽는 시간
김경민.김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평점 :
책읽기가 귀찮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확실한 건 독자, 특히 어린이들과 청소년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도록 강요하거나 강제하거나 수업 자료로만 인식시키거나 기타 등등 책읽기 싫게 하는 조건과 환경은 무수하다.
성인 독자로서 지난 독서 시간을 돌아보면 여러 이유로 어떤 장르문학을 한동안 기피하거나 싫어하게 된 적도 있었다. 특히 수입 학문의 비중이 엄청난 한국에서 번역청 하나 없는 현실은 다른 분야의 번역뿐만 아니라 번역문학의 수준도 신뢰하지 못하게 했다.
유쾌한 자기소개가 인상적인 저자들의 이 책은 영상매체와 휴대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지금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자 해법으로서의 경험을 전해준다. 등반하기 전에 읽어보는 사전답사기 같다. 멋진 가이드북이자 궁금한 저서들의 깊이 있는 소개글로도 유용하다.
독서에 관한 질문 혹은 고민들을 표현하는 첫 번째 질문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 책이나 읽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알아가는 시간이 충분하면 문제될 것이 없는데... 바쁘고 고단하게 사는 한국인들이라.
청소년 문해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자주 보이는데, 나로서는 어른들의 문해력이 더 문제가 커보인다. 성인인데도 그리고 성인이라서 부족한 문해력에 선입견에 편견에 악의에 이해관계에 오독에 오용에 고집에... 그 결과 우리가 도착한 현실을 보면 암담하다.
문학이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다른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질문들을 찾고 고민해보는 경험이며 사유의 훈련과정이라고 믿는다. 청소년 독자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잔소리와 간섭이 아닌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재밌고 유익한 책을 읽고 하소연이 길다. 이 책을 만나 기쁜 점 중 하나는 추천도서목록을 얻었다는 점이다. 각자가 원하는 책들을 직접 목록 작성해도 좋고 이 책의 목록을 가이드삼아 읽어도 충분히 좋겠다. 목록이 만만치 않아 보이나 그건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막연히 가지는 부담일 수도 있다.
11월부터 <모비딕>을 읽고 있다. 드디어! 오래 망설였지만 술술 읽혀 놀랐다. 과거와 달리 번역이 아주 멋지다. 실패를 한 번도 하지 않고 뭔가를 즐기고 익숙해지기란 불가능할뿐더러 경험적인 가치도 적다. 단 한 번의 나쁜 경험에 휘둘리지 말고,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이 더 즐거운 선택이다.
재밌는 책을 읽고 지루한 글만 이어지니 난감하다. 먼저 이 책을 즐겁게 읽어 보시기를 바란다. 그 다음엔 소개된 책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재밌을 것 같은 작품을 하나 읽어 보시기를. 많이 귀찮아지면 좀 쉬시다가 다시 재밌어 보이는 책을 펼쳐 보시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책은 재밌다. 책 읽기는 즐겁다. 그 세계로의 입장에는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