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리틀 몬스터 책 먹는 고래 35
조서경 지음 / 고래책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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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디자인을 전공한 후 SF와 판타지 문학을 공부했다는 작가가 무척 궁금했고, 그의 작품 역시 그랬습니다. 글도 그림도 자신이 직접한다는 꿈을 이룬 분이네요. 좋아하는 장르인데, 아이들 문학으로는 많이 못 접해봤습니다.

 

스토리를 다 파악하기 전에 어떤 캐릭터들을 보는 것으로도 웃음이 납니다. 일단 이름을 외우자 했지요. 마녀 나리, 몬스터 포리, 라임이 잘 맞는다. 마녀의 할머니도 아플 수 있군요. 몬스터인데 작은 곰을 닮았다니... 결국 강아지... (귀엽).

 

마녀가 아니라 몬스터가 물약을 제조한다고? 짐작했던 것과 다른 역전된 조력관계입니다. 세상에... 할머니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데, 아이들의 점과 주근깨와 여드름 등등이 약에 들어가는 걸까... 두렵습니다. 그 물약 바르는 건가요, 먹는 건가요...


마녀답게 마법을 사용한다거나 몬스터답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재료들을 얻기 위해 협상을 합니다. 귀엽... 더구나 재료를 건네 준 아이들의 소원도 들어줍니다. ?

 

인간 아이들이여 잘 들어라, 나를 만나게 되면 점, 주근깨, 여드름 중 하나를 주면 원하는 소원이나 어려운 고민을 나의 마법으로 이뤄주겠다.”

 

작가님... 이 정도면, 할머니는 아이들 소원 들어주기 위해 아픈 신 같고, 포리는 천사 같습니다만... 엄청나게 착하고 환상적인 - 판타지 - 글입니다. 그렇지 못한 세상과 시절이라 무척 뭉클합니다.



 

그래서 결국엔 아이들이 무슨 고민이 있나만 실컷(?) 읽었습니다. 점 하나 주고 예술가의 물감을 받는다든지, ‘겨울지우개를 받는다든지, 환상적인 섬지점토, 마법 색종이, 반려동물 카메라... 주의사항 잘 지킬 테니 저도 받고 싶습니다. 점은 있는데 아이가 아니라 안 되겠네요.


 

물론! 타인의 도움으로 이룬 것들에 대한 경고와 교훈은 잊지 않습니다. 현실의 아이들도 자신만의 노력으로도 마법보다 더 멋진 일들을 하니까요. 멋진 이야기를 담은 평범한(?) 제목의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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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도전 - 16인의 기록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1천 9백 리
이용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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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무척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준다. 도전한 거리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19백리라는 것, 한 명이 아닌 16(구성원 일부 변경)이라는 것, 1,793일 동안의 기록이라는 것.

 

19백리는 무려 39구간의 거리이다. 적지 않은 - 내 기준에서는 다사다난해서 성공 확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인원수 - 16인 역시 너무 놀랍고 부럽다. 그리고 1,793일이라는 건 몇년 짜리 프로젝트인가.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을 걸어서 완주! 사진도 아닌 기록을 놓치지 않고 해서 책까지 출간. 뭐하시는 분인가 했더니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이런 건 다 사족인 정보다. 산을 좋아해서 도전한 분이다.

 



나는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가 너무도 지겨워서 - 지리산은 멋지고 귀한 산이고 무수한 생명의 터전이지만, 20대 능선만 일주일 걸으며 여름비에 젖어 머문 제게는 그 아름다움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 앞으로 어떤 종주도 하지 않겠단 결심을 했다.

 

앞으로 성삼재까지 남은 거리는 3km, 차량도 다닐 수 있는 임산도로로 걷기에는 편했으나, 지친 몸 탓인지 긴 시간 지루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끝이 보인다는 생각만으로 온 힘을 다해 내려왔다. 지리산 종주 산행 시간 18시간 40분 밤 10시 드디어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했다.”

 

역시 내 깜냥은 작기도 하다. 일주일 만에 절레절레... 이 책은 전혀 다른 체력과 설계와 추진력을 가진, 여러 타인과 함께 오래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분의 글이다. 원하는 구간이 있다면 이 책이 분명 사접답사기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함양을 지나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할미봉은 기암괴봉의 운치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으로 오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종주는 아니라도 그나마 여러 산을 다녀본 방문해본 기억으로 반갑게 떠오르는 풍경들을 즐기며 책의 묘사를 읽었다. 읽다 보면 가보고 싶다. 그 곳에 서는 일, 그곳의 공기를 마시는 일, 그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의 특별함이 그립다.

 

저 멀리 붉게 타오르는 태양에 비춰진 요동치는 붉은 구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일출 아래로 평온해 보이는 구름마다 물결이 술렁술렁 대는 모습은 장관이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졌다.”


 

본격 등산은커녕 동네 산책을 다녀와서 연신 훌쩍이는 몸이 안타깝다. 모든 걸 퇴직 이후로 미루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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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서툴더라도 네 인생을 응원해 - 방황하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기
자회독서회 엮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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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흠뻑 머금은 나뭇잎들이 무겁게 두두둑 떨어져 내린다. 나무 밑에 잠시 서 있었더니 머리 등 팔 가리지 않고 제 무게를 전해주며 부딪혀온다. 실체보다 묵직하다, 이것이 삶의 무게라면 푸른 동안에는 나무도 때론 버거웠을 것이다.





누구의 삶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천수를 누려보기를, 사라지기 전에는 잠시라도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이 욕먹을 욕심인가, 슬프다. 몇 년간 너무 빠르게 개발 적용되는 세상의 근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당황과는 다른 무게의 슬픔에 오래 걸어도 불안과 혼란은 잘 가라앉지를 않는다. 애도는 어떻게 충분해질 것이며, 조사는 얼마나 걸릴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상처들은 얼마나 깊어지고 새롭게 생길 것인지.

 

회원이 600만 명이나 된다는 모임에서 공감한 작품들만 모은 책이다. 지리적으로는 멀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머나먼 나라의 여성들이 성장하고, 꿈꾸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갈등하고, 아프고, 휘둘리고 사는 순간들에 서로 건네 위로, 격려, 용기가 기록되어 있다.



 

후회와 원망도 평생을 가고, 가장 어두운 밤을 겪었음에도 햇빛에 대한 기대를 품는 마음도 평생 간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살아오면서 무척 좋아한 사람들이 이미지처럼 지나간다. 씩씩하고 당당하고 내 길이다 인정하고 뚜벅뚜벅 계속 걷던 언니들. 나는 왜 이들은 이토록 어른스럽고 의연한가 늘 열등감을 느꼈다. 그래서 무척 좋아했다.

 

더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웠으면 내게도 그런 태도가 섞여들었을텐데 서둘러 익숙한 내 세계와 내 일정으로 숨어 든 것이 후회스럽다. 어쩔 수 없으니 나 역시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밖에. 아주 드물게는 나도 누군가에게 친구 같고 언니 같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세대차이에 아주 민감하지는 않지만, SNS와 미디어를 보고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는 무척 낯설다. 그건 타인의 삶이 아니라 그들이 선별하고 편집한 이미지들일 뿐이다. 실상과 전체가 아니다. 진실과 진심은 담겼을 지라도 부러워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를 못한다.

 

체력이 달라서 그런지, 나는 완벽과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 작은 일들이 실패 없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자주 즐겁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나이가 들수록 여유롭게 살 시간이 늘었으면 한다. 혼자서도 만족스럽기를 바란다.

 

가벼운 날개와 적당한 물욕만 갖기를, 물건의 역사와 사용 가치를 따지고, 각각의 물건에 담긴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소중히 생각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어디든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모든 통속은 진실일지 모른다. 기대와 환상이 클수록 실패와 불가능에 좌절하기 쉽다는 것. 속 시원하게 팩트를 받아들이고, 가령 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그 다음 대책들(?)을 천천히 조금씩 마련하면 된다. 어쨌든 나로선 다른 방법은 모르겠다.

 

살아 있는 한 곤란한 일은 늘 벌어진다. 크고 작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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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철학자들 - 일상에 흘러넘치는 철학에 대하여
나가이 레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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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어딘가가 푹 꺼져버린 충격을 받았다. 호흡을 깊게 해봐도 잘 부풀어 오르지 못한다. 눈물이 그곳에서 차오르는 것처럼 문득 흐른다. 친절하고 재밌고, 위압적인 용어는 하나도 없는 기분 좋고 맑은 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쓰지 못한 채 여러 날이 흘렀다.

 

일상이 일상으로 존재하고 이어지기 위한 수많은 협업과 노고를 다시 기억하려 애쓴다. 여전히 누군가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워주고, 내 집엔 물도 전기도 인터넷도 공급되고 있다. 매일 마주하는 우리가 경험하는 유일한 현실에서 저자가 마주한 철학적 순간들을 재독했다.

 

말은 세계 그 자체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라고 묻고 묻고 또 묻고 싶은 시간이다. 한순간에 일상을 부수고 삶을 멈춘 이들은 언젠가는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대화란 무서운 행위다. 타인에게 무언가 전하는 것은 저기 멀리 있는 상대를 향해 힘차게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충분히 도움닫기를 하고 힘껏 뛰어도 상대에게는 닿지 않는다.”

 

타인의 비극의 나의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사유할 필요를 느낀다. 비극은 느긋함과 게으름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우리는 단 한사람과 서로 알 수 없다 (...) 그 사실이 우리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몰라도 춥고 어두운 비극 속에서 절통해하며 우는 이에게 빈손이라도 내밀 수는 있다. 그 손의 온기라도 전해줄 수 있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모른다. 당신의 슬픔을 영원히 모른다. 그래서 함께 생각할 수 있다.”


 

뜨거운 마음과 느낌은 빠르고 단단하게 우리를 연결시키지만, 식어버리면 그 결속력을 잃기도 잊기도 한다. 서늘하더라도 지식과 철학의 연대가 형성되고 확장되기를 바란다. 보고 느끼고 말하고 기록하고 대화하고 분석하고 제시하고 바꾸고. 사유 자체인 말과 글의 힘이 아닌 다른 무기가 무엇일까.



 

철학 대화는 돌봄이다. (...)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로 돌봄이라 한 것이다. (...) 타인의 생각을 듣는 나 자신을 (...) 입장이 변하는 것을 겁내는 나를 (...) 당신의 생각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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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선 나린글 그림동화
제시 올리베로스 지음, 다나 울프카테 그림, 나린글 편집부 옮김 / 나린글(도서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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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경증 치매를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운영하시는 식당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화 다양성이란 연령과 질병에 따른 배제와 분리, 차별도 지양해야 한다는 귀한 가르침을 배우고, 치매에 대한 두려움만으로 실상을 보려하지 않았던 시간을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펼치고선 나이 들어 더 쉽게 흐르고 마는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사회와 의사로부터 치매 판정을 받았지만, 언제부터 기억을 잃기 시작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앞으로도 점점 잃어갈 자신에 대해 당사자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 순간마저 곧 잊으시겠지요.

 

단지 타인을 동정해서 이토록 마음을 아픈 건 아닙니다. 내 부모와 나 자신의 일기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난 우리 모두가 암보다 더 두려워하며 겪어야할 미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치매는 너무 슬픈 병입니다. 살아서 하는 이별이라고 친구에게 들었습니다. 억울하게도 어머니께서 막내인 자신부터 잊어버렸다고.

 

기억을 못하니 이해를 못하고 영문 모를 당황스런 시간만을 겪으실 겁니다. 사회에서 이분들을 그저 치워버리고 가둬버리려고 한다면... 그게 우리가 애써 살고 맞이할 노년의 모습으로 정말 옳은 것일까요. 바라는 것일까요.

 




손자와 할아버지와 풍선... 소리 없이 나는 그 가벼움처럼 잔잔하고 위태롭고 애틋하고 안타깝고 아픕니다. 눈물이 아무 데서나 흐릅니다. 그들이 함께 한 행복한 시간들, 서로를 애정으로 기억하던 시간들이 어디로 흩어졌는지 아깝습니다.

 

잃어버린 할아버지의 기억은 아이가 오래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기억을 담은 풍선들이 망가지지 않고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치매여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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