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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서툴더라도 네 인생을 응원해 - 방황하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가기
자회독서회 엮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1월
평점 :
가을을 흠뻑 머금은 나뭇잎들이 무겁게 두두둑 떨어져 내린다. 나무 밑에 잠시 서 있었더니 머리 등 팔 가리지 않고 제 무게를 전해주며 부딪혀온다. 실체보다 묵직하다, 이것이 삶의 무게라면 푸른 동안에는 나무도 때론 버거웠을 것이다.

누구의 삶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천수를 누려보기를, 사라지기 전에는 잠시라도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이 욕먹을 욕심인가, 슬프다. 몇 년간 너무 빠르게 개발 적용되는 세상의 근미래가 잘 보이지 않아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당황과는 다른 무게의 슬픔에 오래 걸어도 불안과 혼란은 잘 가라앉지를 않는다. 애도는 어떻게 충분해질 것이며, 조사는 얼마나 걸릴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상처들은 얼마나 깊어지고 새롭게 생길 것인지.
회원이 600만 명이나 된다는 모임에서 공감한 작품들만 모은 책이다. 지리적으로는 멀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머나먼 나라의 여성들이 성장하고, 꿈꾸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갈등하고, 아프고, 휘둘리고 사는 순간들에 서로 건네 위로, 격려, 용기가 기록되어 있다.



“후회와 원망도 평생을 가고, 가장 어두운 밤을 겪었음에도 햇빛에 대한 기대를 품는 마음도 평생 간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살아오면서 무척 좋아한 사람들이 이미지처럼 지나간다. 씩씩하고 당당하고 내 길이다 인정하고 뚜벅뚜벅 계속 걷던 언니들. 나는 왜 이들은 이토록 어른스럽고 의연한가 늘 열등감을 느꼈다. 그래서 무척 좋아했다.
더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배웠으면 내게도 그런 태도가 섞여들었을텐데 서둘러 익숙한 내 세계와 내 일정으로 숨어 든 것이 후회스럽다. 어쩔 수 없으니 나 역시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밖에. 아주 드물게는 나도 누군가에게 친구 같고 언니 같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세대차이에 아주 민감하지는 않지만, SNS와 미디어를 보고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는 무척 낯설다. 그건 타인의 삶이 아니라 그들이 선별하고 편집한 이미지들일 뿐이다. 실상과 전체가 아니다. 진실과 진심은 담겼을 지라도 부러워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를 못한다.
체력이 달라서 그런지, 나는 완벽과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 작은 일들이 실패 없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자주 즐겁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나이가 들수록 여유롭게 살 시간이 늘었으면 한다. 혼자서도 만족스럽기를 바란다.
“가벼운 날개와 적당한 물욕만 갖기를, 물건의 역사와 사용 가치를 따지고, 각각의 물건에 담긴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소중히 생각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어디든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모든 통속은 진실일지 모른다. 기대와 환상이 클수록 실패와 불가능에 좌절하기 쉽다는 것. 속 시원하게 팩트를 받아들이고, 가령 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그 다음 대책들(?)을 천천히 조금씩 마련하면 된다. 어쨌든 나로선 다른 방법은 모르겠다.
“살아 있는 한 곤란한 일은 늘 벌어진다. 크고 작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