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철학자들 - 일상에 흘러넘치는 철학에 대하여
나가이 레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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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어딘가가 푹 꺼져버린 충격을 받았다. 호흡을 깊게 해봐도 잘 부풀어 오르지 못한다. 눈물이 그곳에서 차오르는 것처럼 문득 흐른다. 친절하고 재밌고, 위압적인 용어는 하나도 없는 기분 좋고 맑은 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쓰지 못한 채 여러 날이 흘렀다.

 

일상이 일상으로 존재하고 이어지기 위한 수많은 협업과 노고를 다시 기억하려 애쓴다. 여전히 누군가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워주고, 내 집엔 물도 전기도 인터넷도 공급되고 있다. 매일 마주하는 우리가 경험하는 유일한 현실에서 저자가 마주한 철학적 순간들을 재독했다.

 

말은 세계 그 자체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라고 묻고 묻고 또 묻고 싶은 시간이다. 한순간에 일상을 부수고 삶을 멈춘 이들은 언젠가는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대화란 무서운 행위다. 타인에게 무언가 전하는 것은 저기 멀리 있는 상대를 향해 힘차게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충분히 도움닫기를 하고 힘껏 뛰어도 상대에게는 닿지 않는다.”

 

타인의 비극의 나의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사유할 필요를 느낀다. 비극은 느긋함과 게으름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우리는 단 한사람과 서로 알 수 없다 (...) 그 사실이 우리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몰라도 춥고 어두운 비극 속에서 절통해하며 우는 이에게 빈손이라도 내밀 수는 있다. 그 손의 온기라도 전해줄 수 있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모른다. 당신의 슬픔을 영원히 모른다. 그래서 함께 생각할 수 있다.”


 

뜨거운 마음과 느낌은 빠르고 단단하게 우리를 연결시키지만, 식어버리면 그 결속력을 잃기도 잊기도 한다. 서늘하더라도 지식과 철학의 연대가 형성되고 확장되기를 바란다. 보고 느끼고 말하고 기록하고 대화하고 분석하고 제시하고 바꾸고. 사유 자체인 말과 글의 힘이 아닌 다른 무기가 무엇일까.



 

철학 대화는 돌봄이다. (...) 주의를 기울인다는 의미로 돌봄이라 한 것이다. (...) 타인의 생각을 듣는 나 자신을 (...) 입장이 변하는 것을 겁내는 나를 (...) 당신의 생각을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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