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 - 16인의 기록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1천 9백 리
이용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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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적어도 세 가지 점에서 무척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준다. 도전한 거리가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19백리라는 것, 한 명이 아닌 16(구성원 일부 변경)이라는 것, 1,793일 동안의 기록이라는 것.

 

19백리는 무려 39구간의 거리이다. 적지 않은 - 내 기준에서는 다사다난해서 성공 확률을 현저히 떨어뜨릴 인원수 - 16인 역시 너무 놀랍고 부럽다. 그리고 1,793일이라는 건 몇년 짜리 프로젝트인가.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을 걸어서 완주! 사진도 아닌 기록을 놓치지 않고 해서 책까지 출간. 뭐하시는 분인가 했더니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이런 건 다 사족인 정보다. 산을 좋아해서 도전한 분이다.

 



나는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가 너무도 지겨워서 - 지리산은 멋지고 귀한 산이고 무수한 생명의 터전이지만, 20대 능선만 일주일 걸으며 여름비에 젖어 머문 제게는 그 아름다움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 앞으로 어떤 종주도 하지 않겠단 결심을 했다.

 

앞으로 성삼재까지 남은 거리는 3km, 차량도 다닐 수 있는 임산도로로 걷기에는 편했으나, 지친 몸 탓인지 긴 시간 지루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끝이 보인다는 생각만으로 온 힘을 다해 내려왔다. 지리산 종주 산행 시간 18시간 40분 밤 10시 드디어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했다.”

 

역시 내 깜냥은 작기도 하다. 일주일 만에 절레절레... 이 책은 전혀 다른 체력과 설계와 추진력을 가진, 여러 타인과 함께 오래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분의 글이다. 원하는 구간이 있다면 이 책이 분명 사접답사기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함양을 지나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할미봉은 기암괴봉의 운치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으로 오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종주는 아니라도 그나마 여러 산을 다녀본 방문해본 기억으로 반갑게 떠오르는 풍경들을 즐기며 책의 묘사를 읽었다. 읽다 보면 가보고 싶다. 그 곳에 서는 일, 그곳의 공기를 마시는 일, 그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의 특별함이 그립다.

 

저 멀리 붉게 타오르는 태양에 비춰진 요동치는 붉은 구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일출 아래로 평온해 보이는 구름마다 물결이 술렁술렁 대는 모습은 장관이고,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행복해졌다.”


 

본격 등산은커녕 동네 산책을 다녀와서 연신 훌쩍이는 몸이 안타깝다. 모든 걸 퇴직 이후로 미루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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