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동물 구조단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1
권은정 지음, 장아진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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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부모님께 전화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됩니다. 눈이 많이 올 것이니 제설이 안 된 길에 나가지 마시라고. 이 겨울 추위에 눈 속에 먹을 것 없이 지낼 생명들도 아프지만 그래도 우선 내 부모가 다칠까봐 열심히 말리게 됩니다.

 

아파트 주변만 나가신다고 하고 다행히 관리실이나 다른 주민들도 다정하게 돌보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위기에 처한 건 고양이뿐만이 아니지요.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이 책에서처럼 작은 새들도 사망개체수가 엄청납니다.

 

실은 인간도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3년 남았다는 기후학자의 발표를 오늘 들었습니다. 백로,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맷돼지, 제비, 흰뺨검둥오리, 수리부엉이... 인간들의 교통수단, 투명한 유리창, 로드킬...



 

오늘부터 점점 밤이 짧아집니다. 우리의 미래도 동식물도 매일 더 위기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아름답고 기분 좋은 어린이 구조단 이야기를 즐겼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을 낭비하고 과용하는 어른들이 부디 삶의 방식을 바꾸기를 바라며.

 

책에서도 문제는 어른들의 욕심입니다. ‘개발이란 단어는 이제 보기도 싫습니다. 그보다 더 보수적인 안전은 어떨까요.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방식의 개발은 인류가 저지르는 최악의 행동입니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방해만 하고 전혀 돕지 않는 건 아닙니다. 화가 날수록 위험할 정도로 생각이 단순화되지만 갈라치기는 늘 경계해야 하지요. 야생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삼촌의 역할이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덜어줍니다. 어린이들 말을 잘 듣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바라게 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은 동물들에 대해서도 배우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할 필요가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제가 쓰는 이 글처럼 투박하지 않고 다정하고 영리한 이야기와 그림들이 독서를 좋은 경험으로 만들 것입니다.

 

기사와 뉴스를 통해 접하는 기사는 책임의 소재를 돌리는 방식으로 써집니다. 조류독감이나 돼지열병 같은 제목을 보면 새와 돼지가 질병을 퍼트린 것 같습니다. 모두 인간이 한 일입니다. 인간이 먹고 살고 파는 방식이 만든 문제입니다.

 

원인과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잘못을 고칠 시간이 많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함께 사는 방식을 배우지 못하면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 동물로 대표되는 구조활동은 인간이 스스로를 구조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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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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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계속 될 것만 같던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흔들리며 인간으로 사는 일에 대해 조심스러워질 수 있었습니다. 정답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살다 보니 질문의 의미가 사라지기도 하고, 질문일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에 놓아주기도 했습니다.

 

덜컹하며 놀란 제목으로 만난 이 책을 봄에 만나, 중복 여름에 다시 한 번, 가을밤하늘과 한 번 더, 그리고 12월에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뇌가 타버릴 듯 화가 치솟던 순간들이 많았던 2022년을 함께 작별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어떤 것들 (...) 그런 것들을 다 저버린 채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로 살아가게 될 때, 비록 내 몸속에 붉은 피가 흐르고, 두개골 안에 뇌수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인간일 수 있는 것일까?”

 

계속 물을 수밖에 없었던 허망한 질문들과도 작별, 뜨겁게 들끓던 기분과도 작별, 불쑥 흐르던 눈물과도 작별, 욕쟁이 할머니가 될 뻔한... 막말과 욕설을 꾹꾹 삼키던 아슬아슬한 순간들과도 작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차곡차곡 정갈하게 장기기억화 시키고 나머지와도 작별...

 

몇 년 만에 걸린, 121일에 시작되어 아직 말끔하게 사라지지 않은 감기몸살은 겸손하게 반성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가족, 친지, 지인, 친구들의 확진 소식도 몸이 부서지고 열이 오르고 입원을 하게 되는 다른 감기 몸살 소식도 듣습니다. 올 해도 우리 모두 참 고단했습니다.

 

기계의 세상이 오지 않더라도, 우주에선 자아도 과거도 미래도 의미가 없습니다. 여전히 시작점을 모르지만, ‘빅뱅이라 불리는 그 시작조차, 이전 우주의 수축이 먼저 있은 후였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거는 미래였을 것이고 사라진 존재들의 현재가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유일한 실제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 현재, 찰나의 존재입니다. 어디서 왜 어째서 생긴 것인지 모를 의식 탓에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기쁘고도 서글픕니다. 집착하고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불행하고 정말로 모두 필요해서 진화한 것일까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우주의 모든 것은 재활용되고 공유됩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멀지 않은 이전에 서로의 일부였을 나와 나 외의 모든 존재들, 어쩌면 최초의 순간 모든 함께 태어난 존재였을 우리 모두, 어쩌면 다음 생에 함께 다른 존재로 결합될 지도 모를 존재인 모든 존재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시절, 나는 나와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로 돌아갔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직박구리가 죽어 있던 그날 아침, 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과학이 가르쳐준 지식 덕분에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2022년 제 결심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원한 작별에 이를 때까지 남은 시간을 다시 무엇으로 채울까요. 저는 조금 더 오래 고민하는 새해를 맞으려 합니다. 모두들, 미래와의 조우가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일 수는 없다고, 그럴 리는 없다고 말이야. 그 덕분에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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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퀘이크
커트 보니것 지음, 유정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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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인간의 약속은 임의적이라 아쉽게도 내일을 새해의 첫날 11일로 삼지 않았다. 0을 몰라 잃어버린 BC/AD 사이의 1세기와 그레고리력을 만들 때 잃어버린 10일처럼, 거대한 권위로 인류 전체의 시간을 수정을 할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다.

 

시간이 발명품이고 실재하는 건 공간이라는 걸 배운 이후부터 공간(우주)의 팽창과 수축에 대한 상상은 늘 흥미진진했다. 커트 보니것은 20세기에 이런 재미난 소재로 자신이 목격한 인류에 대한 촘촘한 평가와 풍자를 이 책에 가득 담았다. 그러니 전체 리뷰란 건 불가능하다. 몇 문장씩 맛있게 곱씹어 즐기는 수밖에.

 

“2001년의 타임퀘이크는 우리를 1991년의 과거로 날려보내면서 우리의 과거 십 년을 미래 십 년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되면 해야 할 말과 해야 할 행동을 전부 기억할 수 있었다.”

 

삶은 일회성이라 예측도 수정도 불가능하다. 사변적 생각이긴 한데, 인간의 자유의지는 막막함을 견디는 수단으로 창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가이드도 지도도 없는 여정이니 힘을 내어 굳건하게 헤쳐 나가보자는.

 

인생을 살면서 인생을 알아보는 사람이 도대체 있기나 할까, 인생의 매 순간, 매 순간을?”

 

소설의 설정은 전부 기억할 수 있는시간을 사는 것이라 일종의 해방감이 든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수정할 필요도 없는 대본이 있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될까. 모두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세계.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런 10년이 지난 후, 대본의 마지막 장을 덮고, 지도에서 길이 사라진 곳에 서서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이 마주한 것은 과거일까, 현재일까, 비로소 미래일까.

 

영원한 질문이란 이런 것들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커피를 끊은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콜드브루 커피 선물을 받았다. 미각이 예민하고 풍성해진 걸까. 기능이 회복된 걸까. 새로운 것에 늘 즐거워하는 뇌의 반응일까. 단지 풍미風味flavour가 좋은 커피인걸까. 아니면 과거의 기억인가.


 

헤밍웨이Hemingway라는 이름의 커피 한 모금에서 신선한 시가, 다크 초콜릿, 구운 헤이즐넛, 젖은 낙엽들의 향과 맛이 한 번에 폭발하듯 느껴진다. 뇌 속에서 우주의 수축이 순간 일어난 듯 즐거웠다. 강과 하천이 카페인 범벅이라는 사실을 알기 이전으로 잠시...

 

오늘이 지나면 밤이 조금씩 짧아질 것이다. 올 해는... 상당히 괴로웠다. 노래방이라도 가서 욕설이 포함된 노래를 왁왁 비명처럼 불렀다면 후련했을까... 못해본 게 조금 후회된다. 수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정대로 오늘 2022년과 이별한다. 다시 무해한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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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2.11.12 - no.045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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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압도되는 천천히 음미하는 악스트, 처음으로 리뷰를 남겨볼까 하는 연말 결심. 목차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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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뀌는 제로웨이스트 습관
고금숙.이주은.양래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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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내 삶이 무척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방식으로 몇 해 살다 보니 의식자체도 없었다그런 편안함과 오만은 내가 속한 시스템을 벗어나자마자 무너졌다친환경 재료와 제품만 파는 다양한 지역의 작은 가게들자연스러운 분리배출과 재활용채식을 하면서 생긴 음식쓰레기를 공통으로 퇴비화하는 마법이 사라지자내겐 개인적 분투 이외의 옵션은 남지 않았다.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 이해와 설명도 필요 없던 안락함도 사라졌다뭐라도 하려면 갖가지 방해와 오해와 비난이 들리기도 했다하소연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개인의 실천과 윤리 의식을 훈련하는 대신시스템을 갖추면 훨씬 적은 스트레스로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포장개별 포장과대 포장 물건들을 사서 쓰레기를 매일 산더미처럼 만드는 것은 우리가 고민도 의식도 없는 나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물건들을 찾고 구매하기가 가장 손쉽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무수한 타협을 했다후회나 원한은 없다비로소 진짜 현실에서 살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여긴다논문과 학계와 동료들이라는 울타리 밖의 세상은 20-30년 전에 배우고 주장하고 다소 지겨워진 이론이 적용은커녕 알려지지도 않은 곳이었다.

 

그러니 친환경은커녕 제대로 만족할 만한 소비생활을 한 적이 거의 없다무슨 짓을 해도 결국엔 순환하지 않는 쓰레기가 내 삶에 어떻게든 들어온다.

 

집에서는 일 년에 20L 쓰레기봉투 3-4개 정도만 필요하지만 집 밖의 내 일상을 유지해주기 위해 타인들이 한 노동으로 생긴 몇 배의 쓰레기가 어딘가 쌓이고 있을 것이다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내 집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가 위로가 되진 않는다이런 시스템이라면 누구도 매일 쓰레기를 만드는 삶을 피할 수 없다.

 

어쨌든 소득노동을 하느라 나는 개인적 실천 이외의 사회적 참여를 거의 못하고 살았으니 크게 불평을 늘어놓을 처지는 아니다놀라고 충격 받고 포기하고 타협하며 근근이 사는 동안힘차게 멋지게 세상을 바꾸는 분들은 늘 있어왔다이 책 역시 그런 분들이 전하는 동아줄이다.

 

인간의 태아부터 심해생물들남극의 펭귄까지 모두 숨 쉬고 먹고 마시는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관련된 탄소배출도 줄이고 싶은 이들을 위해플라스틱 포장용기 버리는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알맹상점을 만들었다어떤 상점인지 짐작은 충분히 가능하실 것이다.

 

고금숙양래교이주은 세 분이 공동대표다시민활동가 세 분이 얼마나 고초를 겪으며 생활용품을 구하고 공급과 납품 거래를 찾아다녔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어 마음이 아프고 뜨거워진다처음 하는 일의 기준은 하나부터 다 새로 만들어야 하니 그 또한 힘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자꾸 시스템을 갖추자고 하는 것은 1년만 버텨볼까 했던 이 상점을 지탱해주는 공감하고 실천하는 분들 때문이다선택 가능한 옵션들이 마련되면 반드시 찾아서 실천하는 분들이 있다할 방법이 있으면 하는 분들이 많다그동안 하기 싫었던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었던 분들이 많은 것이다.

 

알맹상점을 찾는 분들은 알짜라고 불린다. ‘알맹이만 원하는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제 본 피할 수 없는 연구자들의 보고서에는 5년 내의 기후격변에 대한 자료가 가득했다수만 년 동안 살아본 적 없는 기후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을 재빨리 해서 살아남는단 말인가수백 년 된 나무들로 퍽퍽 갈라지고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제로로 만들고 배출한 탄소를 포집해도그동안 펑펑 낭비하며 산 대가의 여파는 짧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부디 제발 껍데기는 가라알맹이만 남으라!

 

생존에 필요한 일에는 공공기관과 공적영역의 결단과 시행이 시급한데언제나 기대 이상으로 느리니알맹상점들의 번창과 확장을 더 간절히 응원한다든든한 실천 가이드가 될 이 책을 반갑게 읽어 주시면 좋겠다동영상 자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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