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본 다른 일본 - 미디어 인류학자가 읽어주는 일본의 속사정
김경화 지음, 김일영 그림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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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하게도 201912월부터 격주로 사회 이슈와 현안을 분석하고 이면을 살핀 글이다. 팬데믹 시절에 자신이 사는 사회를 깊이 들여다본 글이라 가장 최근의 소식이자 당사자의 이야기다. 틀거리가 잡힌 지겨운 분석이 아닌 새로운 풍경을 만날 거란 기대를 했다.

 

친한 친구가 한국에서 산 시기와 거의 비슷하게 일본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도쿄에서 오래 살다가 몇 해 전 교토로 이사했다. 하는 일은 비슷하나 사는 풍경은 아주 달라졌다. 늘어난 출퇴근 시간 대신 번다함이 줄어든 농촌(?) 풍경이 친구에게 힘이 되길 늘 바란다.

 

이래저래 익숙하다고 느끼지만 정확히 아는 것은 많지 않은, 따지자면 성실히 배운 적도 없는, 그러나 늘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일본의 현재와 변화에 대해 배울 기회다. 거의 모든 지식이 그렇지만 잘못 알고 있던 내용들을 검토할 수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직장에서 업무를 마친 상사가 직원에게 회식을 제안했다고 하자.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던 직원은 "안타깝지만 업무가 남아서 회식에 갈 수 없습니다"라고 거절했다. 이 말을 들은 상사가 그래? 그렇다면 업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라고 대답한다면 아주 큰 '삑사리'이다.”

 

혼네는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겨두는 속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들켜야 하는 속마음이다. 달리 표현하면 다테마에는 속마음을 감추는 수단이 아니라, 속마음을 들키기 위한 수단이다.”




 

엄청나게 부정적인 예로만 들었는데 이런 사회적 행위였구나. 완곡하게 거절하는 한 방법이구나 싶다. 눈치도 없고 촉도 없는 나로서는 지난 시절을 다 뒤집어 보고 싶은 뜨끔한 내용이다. 어쩐지 일본인들만 이런 건 아닌 듯해서...

 

책을 읽고 배우면서 거듭하는 결심은 늘 비슷하다. 너무 빨리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지, 말로 꺼내지 말아야지. 일단 보고 들어야지. 다정하고 따스하고 솜씨 좋은 친구들도 새롭게 그립고 오랜 친구의 안부도 더 궁금하다.

 

민주정도 외교고 고도로 진화한 예민한 체제인데 어째서 양국 모두의 정치판이 xx인지, 이래서야 솔직히 기대할 것도 없지만, 욕망에 충실한 체력 좋은 이들을 제외한 민간인들은 친교와 우애를 이어왔다고 믿는다. 내 경험이기도 하고. 모두의 평화를 간절히 바란다.

 

! 체력 관리 후 완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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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가을 국민서관 그림동화 184
케나드 박 글.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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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나니 무척이나 서늘해집니다.

이젠 예외 없이 가을로 접어들었다고 느낍니다.

아는 모든 분들이 무탈하고 강건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매일 더 어둡고 추워지겠지만

짧은 가을은 더없이 찬란한 빛으로 빛납니다.

저는 가을에 볼 수 있는 모든 색들이 가장 좋습니다.

 

푸르고 높은 하늘, 흰 구름, 석양의 신비로움

아직 남은 초록에 겹쳐지는 노랑과 주황

그리고 마침내 흙을 닮아가는 갈색과 검은 색




 

계절에 경계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지만

변화를 보며 인간은 자신의 일상을 채워나갑니다.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현실 풍경만큼 아름다운 책 속에서

익숙하지만 늘 좋은 풍경들을 천천히 봅니다.

목도리를 하고 멋지게 걷는 아이가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늦여름에게 '안녕' 이라고 인사를 하네요.

숲속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인사를 합니다.

대벌레, 나비들, 다람쥐, 비버들과 저도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변화들을

우리의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겠지요.

우리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텐데... 그저 흘려보내는 날들입니다.

 

이제 아이는 가을에게 인사를 합니다.

저는 늦여름에도 인사를 못 했으니

늦었지만 서둘러 가을에게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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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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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장르는 문제를 풀어야 끝나기 때문에 엉터리만 아니면 분량에 관계없이 몰입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순삭이라는 주변의 평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밌게도 2001년 일본에서 첫 출간되었을 때 20대였던 나는 인물들과 더불어 20대로 회상 여행을 하게 되었다.

 

재미와 즐거움만 있어도 별로 불만 없는 장르문학이 사회파 본격 이슈를 다루면 독자 입장에서는 한층 더 반갑다. 무려 2001년에 출간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살인우정사랑이 원래 한 팀 소속인 듯 한 그릇에 넣고 버무려 맛있는 한 상을 차려낸다.

 

청춘, 첫사랑, 짝사랑, 우정이 얽힌 위험한 경계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아슬아슬해서 긴장되는 전개! 젠더로 고민하는 이들은 선택과 결정에 꼭 이렇게 생을 몽땅 걸어야 했나... 아프고, 부디 지금은 같은 무게감이 아니었으면 해서... 조마조마하다.

 

나름 노력도 했어. 줄곧…… 계속 연기했어.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연기가 아닌 날이 오리라 생각하고. 하지만 소용없었어. 마음은 얼버무릴 수 없었지.”

 

내 모습을 보는 것은 타인만이 아니야. 이 세상에는 거울이라는 게 있어.”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그 사진 속 인물도 육체는 여자인데 마음은 남자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어요. 내가 그러하듯.”




2001년에 제기된 젠더, 신체, 이성애, 연애, 결혼, 가부장제, 정상가족, 정상성.... 이런 주제들을 마주하며 현재의 나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 버블 붕괴 후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혹 한국사회에도 닥칠 미래 풍경이 아닌가 불안해하면서.

 

좀 더 몰입해서 현실을 잊고 보면, 추리 미스터리만의 구성과 장치들이 보이고 결말에 속 시원해하며 잊었던 전작들에 대한 감탄을 반복하게 된다. 여전히 놀라는 반전, 2001년 출간 사실을 잊고 새롭게 누리는 결망이 아쉽지 않다.

 

옛날책 같은 느낌은 크지 않다. 작품으로만 만나던 작가의 세계관을 무척 가깝게 만났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로 제기될 때마다 잠시 배우고 생각하다 둔 정체성에 대해 내가 여전히 가진 편견을 고민하게 한다. 청춘을 청춘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미워진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내용을 전하기가 어렵다. 출간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작가라 독자로서 반가우니 좋아했고, 높아지는 기대만큼 엇갈리는 평이 안타까웠다. 잘 하는 것만이 아닌 무척 다양한 도전을 하는 작가가 나는 좋다. 분명 다음 작품도 기대와 호기심으로 펼쳐볼 것이다.

 

! 깊이 있는 고민을 오래 잡고 견딜 힘이 내게도 있었으면 바라게 됨

 

결국은 자신 역시 낡아빠진 꼰대들과 같은 부류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기혐오에 빠졌다. 입으로는 아내의 자립을 바란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강한 저항감을 품었다는 말인가. 그런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여는 거야. 형태는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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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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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로 다친 상처는 이기호로 치료? 아니 이런 뚜렷한 목적은 없다.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연애소설이라 낯가림(?)이 심해 모셔두었던 책을 펼쳤다.

 

<눈 감지 마라> 일독 후 마신 핫초코가 서럽고 씁쓸한 맛이라 멍했다. 연애소설로 다시 당충전... 될까. 잘못하면 혼쭐 날 수도 있다. 어떤 연애는 세상 어렵고 무서운 일일 수 있으니.

 

으음... 모두의 연애는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연애를 하려면 시간과 분량이 필요한데, 재밌어 지려하면 이야기를 끝낸다. 주제가 29개인데 10개 넘어가니 인물들이 막 헷갈린다. 이렇게 비슷한 패턴들이면 굳이 분리할 필요가...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건 나인가...

 

연애 관계에 머물다 이별하고 이별 후를 사는 모습들이 비슷비슷... 그게 연애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왜 반복하시는 건지 뜻을 잘 파악 못하고 계속 읽다 혼동...

 

연애도 그렇지만 푸욱 빠져서 한참 머무는 이야기 - 장편 - 을 좀 더 좋아하는 내 취향 탓일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감정의 타래를 살살 풀어가는, 간혹 싹둑 자르기도 하는 그런 몰입과 집중의 과정이 아쉽다.

 

매력적인 연애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건 평범한 삶과 특별한 연애로 분리시키고픈 내 의식 탓인가 싶기도 하다. 연애소설이래 놓고 살다 마주치는 아픈 곳들을 넘어가주지 않는 문장들 때문인 듯도 싶고.

 

너도 그러지 말고 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게 어때? 넌 친구가 없어서…… 누구 봐주고 뇌물 받고 그러진 않을 거 아니야?”

 

그가 내심 의기양양하게 채팅창에 제가 당근밭만 2천 평이 넘거든요라고 치기만 하면 그다음부턴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거 왜 먹통이 됐지? 이게 버그인가? 괜스레 컴퓨터 본체를 퉁퉁 치기도 했다. 이젠 그것도 다 옛날 일이 되었다.”

 

공무원 아빠를 둔 아이나, 교사인 아빠를 둔 아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걔들은 인생이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처럼 저절로 흘러가는 줄로만 알고 있다.”

 

삶도 연애도 흐리고 쓸쓸... 달달한 거 하나 찾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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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지 마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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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 후 올 해 첫 핫초코를 만들어 벌컥벌컥 마셨다날이 흐려서도 혈당이 낮아서도 아니고 속이 헛헛했다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불쑥거린다이 작품을 읽고 나면 이것저것 메가톤바고사리호빵 등등 먹고 싶어진다는 게 정말이었다.

 

일단은 자주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이기호 작가의 작품들이 다루는 주제는 늘 진지하고 묵직하다겁쟁이에 자기연민에 잘 빠지는 내게 주제에 짓눌리지 않고 외면하지도 않고 거듭 목격하게 하는 무서운 저자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는 가족소설이라기에 읽기도 전에 마음이 답답했지만푸슉웃게 되는 표지에 속아(?) 읽었고마음이 한참이나 징징 울렸다<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특별히 짧은 소설이란 문구가 매력이라 또 속아 읽었는데훨씬 더 정교하고 세련되고 절묘했다.

 

<눈감지 마라>는 표지가 두렵도록 쓸쓸하고 직설적이라 마음이 덜컹했다늙어가는 처지라 미안해서 어떻게 읽어야할지괴로운 무거움으로만 이야기를 건네는 분이 아니라고 경험으로 신뢰한다하지만 이미 현실이 이토록 잔혹하니...



 

49편의 짧은 소설이 가능한지 의아했다가 타인의 일기를 넘겨보는 것처럼 읽었다이 불안이 끝내 다 뒤집어졌으면 좋겠단 생각에 점점 더 겁을 내며 읽었다불길한 짐작을 부정하고픈 내 안의 저항이 그의 시간처럼 툭... 멈췄다.

 

즐거운 행복한 특별한 화려한 찬란한 일도 없던 짧게 스쳐가던 일상들이라 49편이나 쓸 수 있었던가... 슬프다다정한 작가가 그게 아파서 이들의 일상을 말끔하게 펴고 다듬어 버릴 수 없는 기억처럼 글로 옮겨 담은 것만 같다.

 

살던 대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 쓰는 기성세대인 나는 일상이 깨어지는 것이 두렵다돌발과 변화가 발생하기도 전에 버겁다그러니 하던 대로 살려 한다그래서 안부를 묻고 손을 내미는 일도 아주 사소한 것들만 가능하다.

 

그런데 청년들의 현실과 미래는 해시태그와 클릭과 후원과 서명만으로는 더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충분하게 충분히 빠르게 개선시킬 수가 없을 듯하다이 지점에 나의 수많은 고민과 갈등과 죄책감이 살고 있다.

 

그래서

 

눈감지 마라

.

.

.

흐리다

어둡다

춥다

위태롭다

 

그래도 아직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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