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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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과 뇌역학 연구 분야의 권위자가 저자인 책의 제목에 사랑이라니 엄청나게 궁금하고 염려(?)도 되었다. 이 주제에 대해 총체적이고 완결적인 설명을 한 이는 없기 때문이다. 분석이 불가능한 각양각색의 감정에 인간의 생사가 좌우되는 저항 불가한 매력이자 함정이다.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불완전하다는 게 줄 수 있는 가장 후한 점수일 것이다. (...)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과학자라면 그냥 계속해서 양파 껍질을 벗겨 내 볼 수밖에 없다.”

 

나도 진실로 사랑에 빠진적이 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즐겁게 책을 펼쳐본다. 고해처럼 솔직히 인정하자면 근래에 신뢰하는 정답지들 중 하나가 뇌과학 분야이다. 따라서 독서 효능에 대한 기대가 아주 높다. ‘사랑자체와 그와 관련된 많은 것들에 대해 배워보리라.



 

MRI란 기계가 뇌의 단층을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드디어 인류는 사랑에 빠진사람들의 뇌를 스캔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사랑에 빠진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이 책을 만들었다. 사랑이 드디어 신경생물학적 현상이 된 것이다.

 

차근차근... 정말로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시절이 왔구나, 감동하며 읽었다. 어쨌든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지라 모두 동의하진 못하지만, 진화와 뇌의 풍경이 이 책 덕분에 이미지들처럼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실험 내용이 방대하여 구체적인 소개 생략) 결론적으로,



 

사랑... 힘이 센 진화의 산물이자 용기의 바탕이자 생존의 무기가 맞다. 과학 인지적인 감동을 느낀다.

 

사랑은 자유롭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것(“마음으로 진짜 원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이 말했듯 감정에는 이성이 알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쓸모없는 감정은 없다는 심리학자의 글을 읽었는데, 저자 역시 사랑이 욕망과 같은 뇌의 영역에서의 반응이라는 논문을 언급한다. 즉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 변환된 것, 생존을 위해 진화되고 유전된 본능과 감정의 영역에서 사랑은 욕망보다 추상적인 영역의 발현이라고.

 

그렇다면, 외로움과 혐오 역시, 같은 메커니즘에서 발생하고 진화하고 유전되는 것들 - ‘혐오 신호aversive signals’ - 이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들을 혐오하도록 특정된 능력이다. 두려움도 외로움도 뇌의 판단 기능에 따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인 것이다.

 

두려움이란 행복과 마찬가지로 우리 뇌 안에서 화학물질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해도 말이다.”


 

형언 불가한 참혹한 상황에서도 흐릿한 빛과 미지근한 온기를 찾아서,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위로하던 다정한 시인들의 시를 만난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사랑은 생물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자, 우리는 사랑의 일부이다.

 

인류가 모든 가용 수단들을 통해 지키고 싶던 믿음에 과학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기대 이상의 사고 전환과 큰 위로가 동시에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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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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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죽음과 악랄한 산업 구조에 상처를 입어서,

잠시 이게 다 내 눈에만 보이는 망상인가 싶기도 하고,

지인들도 다들 화를 내니 더 참담한 현실이 느껴진다.

가끔 어지러워서 감각이 사라진다.

농담 아닌 여긴 어디...’ 싶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 기계에 흰 천을 두르고 작업을 지시했다니...

오늘 나도 택배를 받았다.

슬픔이 담겨 있진 않았지만,

대신 하루 종일 내가 슬펐다. 무서웠다. 이런 세상이라니.

아무 데나 펴보았다. 특별히 책점을 신봉하는 건 아니다.


 

너무 슬픈 시다...

 

그런 이유를 읊는 자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제목이 된 시...


 

죽어갈 날이라니...

 

이 시도 너무 슬프다...

 

정호승 시인의 다정하고 따뜻한 시를 만날 줄 알고 펼쳤는데...

 

슬픔이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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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 - 2016 뉴베리 상 &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비룡소의 그림동화 239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맷 데 라 페냐 글,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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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환승을 세 번이나 해야 하는 일정에 조금 초조해졌다.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더니 환하게 인사를 건네시고 일정을 조금(?) 캐묻고는 마침 도착한 버스기사에게 당부를 하셨다. 다음 환승지까지 늦지 않게 잘 데려다 주라고.

 

버스를 타기 전 타고 나서 내리고 나서도 내내 행복했습니다. 제목이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국적입니다.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 위계가 강한 것이 참 슬픈 일이지만, 이 버스에서만큼은 함께여서 아름답습니다.

 

저도 시제이의 할머니와 함께 이 버스에서 마지막 정류장까지 가보는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란 찬찬히 보고 알게 되면 얼마나 다채로운지. 다들 원하는 것은 비슷한 다를 것 없는 우리는 그저 사람.

 

저는 얼마나 지혜로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오래 살아 이것저것 더 구경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제이 참 귀엽습니다. 덕분에 시제이의 시선을 따라 저도 여러 사람들을 봅니다. 대답도 어찌나 멋진 지.


 

아름답고 재밌고 오래 생각해볼 귀한 가치를 전해 주는 참 좋은 책입니다. 수상작은 수상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거듭 경험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세상에서도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버스를 타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길.

 

시제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알아보지 못할 뿐이야.”


 

오늘도 바빠서, 생각이 복잡해서 아름다운 많은 것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별 일 없으니 오늘도 행복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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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온난화 - 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될수록 세상이 나아진다는 착각
찰스 아서 지음, 이승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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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늦기전에

#눈을뜨라

#깨어있으라

 

인류의 문명을 비가역적irreversible으로 바꾼 것 중에는 물론 인터넷이 있습니다. 최근 며칠 간 개인과 사회 모두가 SNS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도 실감하는 중입니다. 곧 다시 연결될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잠시 디톡스를 즐길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제목이 무척 놀랍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지구온난화, 즉 기후위기에 비견될만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저자가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읽기 전에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는 주장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맞습니까?

 

의도된 대로, 설계된 대로 이용될 경우 소셜네트워크들은 (...) 결국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되기 마련이다. (...) 작은 차이가 더 큰 의견 충돌로 증폭되며,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신념이나 극단적인 행위로 치닫는다.”

 

존재하는 위험들 중에는 인류가 감당할 만한 것들도 있고 절대 발생하면 안될 것들도 있습니다. 차 사고나 비행기 사고가 난 경우와 핵무기와 핵발전소 사고를 생각해보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소셜미디어가 인류사회에 끼치는 부작용과 유해함은 어떤 쪽에 가까울까요?

 

만약 후자라면, 더 크게는 기후위기에 준하는 피해를 야기하는 문제라면, 과연 인류가 해결할 능력이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읽을수록 체온이 식어가는 주장입니다. 사회학적 분석이 없이도 단톡방의 해악은 최소한 선거 하나쯤은 거뜬히 망칠 수 있다는 경험을 했기에 더 두려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미디어 때문에 포퓰리즘이 확산되기가 더 쉬워졌다. 그리고 분노를 이용하는 매커니즘과 알고리즘의 증폭이 이를 돕는다.”

 

다양한 applications'들이 우리의 생각, 판단, 선택을 편향시키고, 결과적으로 정치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면, 그 시스템에 저항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싸워야할 지도 모릅니다. 무시무시한 SF 설정 같습니다. 이렇게 과격한(?) 주장을 하는 책인 줄 몰랐습니다.



 

아무리 궁리해봐도 우리는 이전으로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소로의 삶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수만 명이 생겨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다행인 것은 저자는 무서운 이야기만 하고 만 것이 아니라 해법도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낙관적일 수는 없습니다. 인류가 정답을 방법을 몰라서 여태 문제들을 해결 못한 것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그럼에도 저는 모르고 휘둘리는 것보다는 알고 힘든 편이 더 좋습니다. 변화의 여지는 지식과 고민에서 출발하니까요.

 

대단한 일은 못하지만 확증편향과 자기합리화에 대한 반성과 의심을 멈추지 말아야겠습니다.

 

민주주의의 구조 자체를 파괴하고, 인간관계의 기본 구조를 파괴하고, 중독이라는 이름의 습관성 약물을 불법 판매하고 있다.” (조애나 호프만Joanna Hoffman 스티브 잡스 고문 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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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줌마의 봄
앤줌마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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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혼자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재밌고 멋진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펜팔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예전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어떤 글들을 써서 주고받았을까 무척 낭만적인 상상을 해보았다.

 

인터넷은 인류문명을 영구적으로 바꾸었고 덕분에 읽고 쓰기는 몸의 이동 없이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되었다. 세상엔 사람 수만큼 다양한 글이 있고,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때로는 최초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누군가와 각별한 글 친구가 된다.

 

저자는 블로그 글쓰기를 오래 하신 분이다. 오래 함께 한 이웃분들의 축하와 기쁨이 가득해서 나도 표지처럼 화사한 기분으로 읽었다. 여성의 서사가 온통 꽃길이기만 할까.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여러 문장에서 이전에 읽은 다른 여성들의 서사가 튀어나왔다.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선택으로서 결혼, 경제적 어려움이 있던 시절의 임신, 바쁜 시댁일, 자식과 조카들 육아, 혹독한 갱년기... 그리고 이제 비로소 한가한 시간을 만났다고 한다. 정말 축하드리고, 다른 무엇도 아닌 창의적인일을 원하신 것에 감탄한다.

 

결핍을 급하게 채워야한다는 식의 과욕도 조바심도 없이 일상적인 삶을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시는 모습도 존경스럽다.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생각을 헤아리고 수용하고 마음을 맞추려 노력하시는 모습도 따라하고 싶다. 무엇보다 시집살이를 대물림 하지 않으신 점!

! 파서방 이야기는 정말 최고입니다. 목이 아프도록 웃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할머니로 살아가시는 분을 만날 때마다 오래 살고 싶다. 급작스럽게 떠나지 말고 배운 것, 다듬은 마음을 나누며, 새로운 관계를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한가롭게 즐겁고 싶다. 햇볕도 실컷 쪼이고, 오디오북이라도 들으면서 무릎 위에 고양이도 재우고 싶다.

 

에세이의 장점이라면, 어떤 인물의 삶을 고유한 흐름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때론 그 삶이 너무 순식간이라 애틋하고 때론 너무 무거워서 도중에 도망가고도 싶다. 그래도 읽기 시작한 글은 끝까지 읽어내고 싶다. 저자의 삶을 담은 글이니까.

 

이대로 무너지기엔 너무 아까운 인생이야 그쟈.’

 

건강도 잃고 몸도 감각도 정신도 약해지는 생의 계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더 무겁고 고약한 통증과 괴로움을 겪었을 것이며, 그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도움을 만났을까. 내 어머니의 갱년기에 아무 도움도 못 된 처지라 미안함 외에 할 말이 없다.

 

지혜로워지진 못하더라고, 살아 낸 세월만큼의 담대함만은 좀 갖췄기를, 그래서 부디 자신에 대한 결정을 결단코담대하게 내릴 수 있는 모습이기를, 내 갱년기를 염려하며 불안해하며 그려본다.

 

노을을 보며 가야 하는 나이에 가지를 뚫고 나온 보드라운 이파리 같은 삶의 시간을 마주하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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