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팬데믹 - 코로나19가 부활시킨 식량위기
최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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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원인이 기후위기라는 것에 80% 이상의 사람들이 동의했다는 보고서는 이전에 보았다부정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시끄러웠던 세월이 길어서 격세지감을 혼자 크게 느꼈다문제는 팬데믹이 끝났다고 기후위기도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기후위기는 재앙으로 비상으로 현현하고 있다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그동안 배출한 결과를 피해갈 도리는 없다가장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은 가뭄홍수와 같은 극한 기후와 그로 인한 식량 재배/수급/유통의 변화일 것이다.

 

“UN은 2015년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를 선정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식량 손실을 줄이기 위해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이라는 의제를 포함시켰다. (...) 기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 및 유통 과정의 음식 손실을 줄이고 식량 활용도를 높여 2030년까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자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그러나 (...) 전 세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2022년 2월에 시작된 전쟁으로 인해식량과 에너지 문제는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아직은 전 세계적인 식품 사재기로 인한 공황 상태는 아니지만어쩌면 대비할 틈 없이 어떤 식재료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

 

정치/경제적 혼란이 큰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의 메뚜기 떼도중국 및 남아시아 지역의 대홍수도 식량 위기를 가속화시킬 요인들이다살던 국토가 물에 잠겨 기아와 사망에 이르는 이들도 많다이들의 탄소배출량이 미미한 것을 생각하면 환경정의 역시 시급한 논의이다.

 

우리가 적게 버리고육류를 적게 먹고자동차에 바이오 연료를 적에 채우기만 해도 오늘날의 수확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다따라서 더 많은 식량 생산보다는 더 적은 손실과 적정한 분배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우리가 더 많은 식량을 수확한다고 해서 그게 굶주린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계속 변이하는 바이러스들과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현생 인류가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바이러스와의 접촉은 더 늘어날 것이다기아로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은 무방비로 노출/감염되고 사기업이 개발한 백신 구매력이 없으니 높은 확률로 사망에 이를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은 세계 식량 분배 체제가 불공평하다는 방증이다.”


 

우리는 변화를 선택할 수 있을까

 

식량권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식량 투기 거래를 금지하고

식량 작품을 연료 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농가공식품 거래에서 문어발식 카르텔을 차단하고

거대 자본에 의한 농지 갈취에서 농민을 보호하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농업 기술 향상을 위해 투자하고


 

이런 등등을 당장 전 세계적으로 시작하면 우리에게 기회가 아직 남았을까있다고 누군가 보장한다면인류는 그 답을 믿고 행동할 것인가호소는 공허하고 제안은 무시당한다인류는 팬데믹 이전에도 어리석은 일들을 수없이 저질렀다.


 

특히 식량 분배 문제에서는 최악의 멍청한 선택을 했다생존과 관련된 일에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은 문제를 난제로 만들었다식량자본 카르텔은 이미 거대해졌고한 두 국가에서 제어할 수도 없다누가 실마리를 찾아 말끔하게 풀 것인가.

 

현재의 여러 위기 상황에 동참한 공범이자 무책임하게 좌절한 기성세대로서염치없지만 미래세대가 해결해 주기만을 희망한다어른들을 믿지 말고 기대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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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변방 울산 - 역사를 담은 정책 에세이
김상육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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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살다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도시의 역사와 환경에 대한 공부를 조금 했다. 여전히 외부인의 입장으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느라 도시 전체를 애정을 가지고 대하진 못했다.

 

그래서 1998년부터 울산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계신 저자의 글이 궁금하고 드물어서 귀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업무를 주로 하셨겠지만, 지역에 대한 업무 이상과 관심과 애정을 가지신 분일 것이다.

 

향토사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정책과 사업으로 전개되는 사고방식이 자주 접하지 못하는 종류의 글이라 더 흥미로웠다. 블로그와 언론에 여러 해 꾸준히 쓴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도 글도 무척 좋아한다.

 

수도와 지역으로 충분했을 텐데 중앙과 변방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그런 현실이 된 것이 안타깝고 잘못이라 생각한다. 수도권이라고 해도 인구를 분석하면 대부분은 지방 이주민들이다. 명백한 정책 실패와 차별의 역사가 만든 기형이라고 믿는다.

 

지방을 방치하고 소외시키고 지역을 특색을 없애고 인구를 줄여서 사회 전체가 이득이 될 것이 무엇이 있나. 멍청할뿐더러 망국적이다. 얻을 건 하나도 없고 읽을 것만 태산 같다. 나부터 무지했던 향토사를 이 책을 통해 처음인 듯 배운다.


 

자연적 입지로 인해 감당해야했던 역할들, 전투의 흔적, 오랜 상공업 전통, 개방적인 지역 분위기, 포경의 역사. 예전엔 분명 더 풍성하고 다채로웠을 모습들이 거듭 안타깝고, 환경정책을 담당한 분의 생명에게 고통을 주는 연구조사 근절이라는 단호한 의견도 반갑다.

 

25년 경력의 공무원인 저자가 업무 보고가 아닌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역사와 문화와 사회와 바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존경스럽다. 무려 44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나는 내가 속한 장소와 시절에 대해 몇 가지나 정확히 알고 전달할 수 있을까.

 

울산시민 독자들이 많이 읽으시면 좋겠다. 인구와 자본이 많지는 않아도, 지방자치체만의 장점과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지역을 제대로 아는 기관장, 담당공무원,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지와 협력으로 중앙정부와는 다른 섬세하고 유용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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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굴까? 고래책빵 동시집 28
박현주 지음, 양은서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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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너무 커서인지 하루 종일 몸이 시달리는 기분이다목요일이기도 하고 아주 피곤하다그래도 아름다운 날불만은 없다읽지 않은 동시집이 있다는 것이 즐거운 위안이다.

 

제목이... 반평생을 고민했던 주제라서 살짝 겁이 났지만분명 다정하게 그림으로 시어로 들려줄 것이다이제 나는 내가 누군지 알겠고더 궁금한 것은 없다.

 

여전히 자신들이 누구인지 궁금하고세상이 사람들이 궁금한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풍경과 생각 속에서 풍성해지는 상상을 기억해보려 애쓰며 읽었다.

 

오래 전 어릴 적에 잠깐 잠들었다가도 구름 위로 폴폴 날아오르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었는데심해에서도 자유롭게 고래와 여행도 떠나고그런 세상이 모두 사라진 현실은 문득 시시하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도 배웠고믿지 않던 기적이 매일 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보다 훌륭하게(?) 사는 듯해 무임승차가 늘 미안하다.

 

무척 철학적인 이 질문을 제외하고도 시인은 넉넉한 시선을 시선이 닿는 모든 것에 골고루 주었다그 풍경을 따라 천천히 문자와 그림을 따라다니다 보니 피곤이 풀린다.


 

무슨 우연으로 나는 가 되었을까계획도 의미도 의지도 없는 촉발과 찰나의 형태에 고맙고도 신기하다어째서 이 모든 경험을 뒤로 하고 원소들은 그토록 훌훌 헤어져 버리는 걸까.

 

태어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

지금 나는 내가 믿는 나일까

다음의 나는 누굴까

 

그리고

너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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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살지 않는 집 고래책빵 동시집 27
김영서 지음, 아몽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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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서 같기도 합니다통상 누구네 집누가 사는 집이라고 명명한다는 점에서궁금증이 커지지요왜 고래가 살지 않는’ 집이라고 했을까요혹은 살지 않았으면 하는 뜻일까요.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동시들을 차례로 읽어 봅니다그림을 보고 불쑥 현실 어른이 튀어나옵니다저런 신발은 미끄러울 텐데엄마 마트 상자에 비싼(?) 채소들이 많구나... 부럽구나... 좀 더 동심을 회복하고 동시를 읽어야 할 듯!

 

여름을 힘들어 하면서도별 일 없이 지나면서도여름엔 괜히 설레는 저는 올 해 한 여름 풍경이 어땠더라기억을 찾아봅니다해마가 가장 빨리 늙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벌써매미 소리도 깜짝 놀랄 만큼 컸는데기억하지 못한 어느 날부터 그쳤겠지요.



 

첫 동시집을 발간하신 저자시라 처음 만납니다일상이 무척이나 정겹고 다정합니다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시는 것이겠지요가을을 만끽하시고 무탈 강건하게 잘 지내시다 다음 시집 소식을 들려주시길 고대하겠습니다.

 

9월이 끝나고 10월이 주말과 함께 여유롭게 시작합니다늘 월말과 월초 사이 휴식이 없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인데이번 징검다리는 무척 행복한 날짜 배치입니다휴일이 이렇게 좋으니 이제 일하는 기쁨은 거의 다 사라졌구나 싶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밌어서 동시를 짓던 아이들은 어느새 시작의 재미를 잃고 창작을 하지 않지만어쩌면 훨씬 더 나이가 들어서는 오래 잊었던 동심을 찾아낼 지도 모를 일입니다제가 지켜봐줄 수 없더라도 그때가 되면 저자처럼 행복한 시를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상하고 힘이 들면서도 쨍하고 더운 볕이 잠시 좋기도 하고종잡을 수 없는 날씨입니다우울하면 비타민과 유산균 생각이 먼저 나는 현실인간이지만어쩌면 따근해질 정도로 볕을 쬐며 산책을 하면 어른거리는 우울도 바삭 말려질지 모르겠습니다.

 

일상이 귀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입니다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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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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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렵지도 지겹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오래 나눠 읽자는 계획이 필요 없게 될 정도로 일독은 빨랐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져서 글은 쓰지 못했다. 이 글은 그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한 담담한 기록이고자 한다. 부디 하소연이 더 많지 않기를 바라며 썼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가족이 있다. 그 전에는 장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다. 16년 전에 시작된 새로운 삶은 다중우주 저리가라 할 정도로 낯선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장애의 종류는 비장애인이 짐작하는 것보다 다양하다. 종류가 같아도 중증 정도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그러니 우리 가족은 뇌병변 장애에 대해서만 알 뿐 자폐스펙트럼에 대해선 모른다. 발달 장애 전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는 실은 다른 모든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도 적용되는 역사이다. 그래서 잘 모르는 장애 종류라 하더라도 모든 이야기를 경험한 것처럼 익숙하게, 오래된 아픔까지 떠올리며 읽게 된다. 소수여서 약자이고 약해서 소수인 모두의 경험이라서.

 

북클럽 덕분에 여러 이유로 읽게 될 것 같지 않던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1930년대 자폐 개념이 형성되었다는 것도, 지금은 당시의 무지와 차별을 열심히 극복하고 자폐가 인간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 속에서 배웠다.

 

얘가 왜 그러냐구? 얘는 자폐인이요. 이제 당신들이 왜 그러는지 말해봐요. 아니면 입 닥치고 조용히 가든지.”

 

무지했으니 나도 자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배워서 알고 나니 시시한 그 벽이 조용히 사라진다. 어떤 장애도 특정인의 잘못과 책임이 아니고 치료 가능하지도 않다. 오래 전 모르고 본 영화 <레인 맨>의 결말이 무척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눈부신 표지가... 감추고 격리시키던 암습한 시절을 꺼내어 볕 좋은 날 잘 말린 자폐의 역사처럼 찬란하다. 자폐인들, 권리 옹호 활동가들, 의사들, 과학자들... 모두가 영웅들이다. “신경다양성을 인정하라!” 이제 배운 이 표현을 현장의 힘찬 고함으로 듣는다.

 

살던 대로 있는 그대로가 숨 쉬는 공기처럼 편하기만 하다면, 기득권자이거나 기득권의 삶만을 경험한 것이다.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불편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길 부탁한다. 그 이야기에 이해를 넓히고 낡아버린 사유의 경계를 늘리는 지혜와 힘이 있다.

 

세상의 돈키호테들, 이상주의자들이 좋다. 이 책을 저술하고 번역하고 출간한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더 늦지 않게 읽을 수 있어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알던 그리고 모르는... 외로움과 어려움 속에 애쓰다 삶을 끝낸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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