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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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버전

 

느긋하게 읽기 시작한 것을 반성한다. 청소년 소설인가 했던 엉터리 짐작도 반성한다. 장편소설을 조금읽은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경험이다. 그래서 가제본 읽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는 못 버티고 궁금해서 덥석!

 

아주 길고 두꺼운 장편이면 좋겠다. 의심하기(?) 시작하니 모든 단어와 대화가 모두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의 단서들처럼 보인다. 그러니 오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날 뛰기 시작한 내 상상은 방향을 모르고 모든 것을 즐겁게 의심하며 사방으로 뻗는다.

 

동화 속의 얼음장 같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아이들의 허풍을 진심을 다해 믿어주려 노력하는이 멋진 어른 성주는 돌봄교사이자 또 다른 무엇이다. 생일초대장을 보고 혹시... 했던 41일은 역시 스토리가 있었다.

 

올 해 돌봄반에는 봄에 태어난 아이가 하나도 없었다.”

 

차분하게 계속 읽어야 한다. 단숨에 거칠게 호러 판타지 전개가 절대 아니다. ‘상주를 가장 사랑했을 종옥에서 다시 멈칫했다. 촉이라곤 전혀 없는 유형이지만, 이름에서 느껴지는 세대와 묘하게도 바로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떠올랐다.

 

퇴원하는 날로 생일을 신고했어요.”

 

졸이던 마음이 한결 놓인다. 그러니 애린이는 아픈 몸으로 태어났지만 퇴원해서 만우절을 생일로 삼았다. 물로 나는 의심을 다 거두지 않았다. 언제 반박할 수 없는 반전으로 심장을 덜컹이게 할지 모를 일이니까.

 

상주는 빵과 과자를 보고 탄수화물 지옥이라고 한다. 체중조절에 민감한 사람이란 뜻인데, 저체중 마른 몸매를 원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상주는 인파이터 복서(). 격렬한 운동이다. 그의 삶을 펼쳐내는 이야기 역시 그러할 지도.

 

, 그때 그 장례식장에서...... 애린이 엄마의 영정이, 그리고 종옥의 영정이 (...)”

 

삶만큼 일상적인 것이 죽음이라지만, 소설의 장치로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한 장례식장에서 같은 시기에... 두 사람이... 종옥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애린의 엄마는 어떻게 돌아가신 걸까. 궁금증이 끓는 물처럼 요란해진다.

 

갈레트 브르통, 말차 테린느,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 버터바, 크림치즈 피낭시에, 또 뭘 먹었더라. 티라미수였나.”

 

이걸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다니... 다른 의미로 충격과 두려움이...



 

스포일링을 잔뜩 한 듯하다. 엄청 재미있어지려는데 - 저승사자, 귀신, 귀신이 보이는 아이... - 가제본이 끝난 괴로움 탓이다. 다른 버전을 읽는 분들의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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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 영국 최고 법정신의학자의 26년간 현장 기록
리처드 테일러 지음, 공민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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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땐 직설에 살짝 놀랐다책커버가 없다면 혼자서 읽어야할 듯그런데 며칠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세상엔 사람을 죽이고 죽인 사람 또 죽이는 이들도 있()빈소에 자사 빵 가져다 놓은 SPC 행태에 분노와 소름유족분들...

 

잭 더 리퍼와 사립탐정들의 인기(?)로 잔혹범죄나 연쇄살인과 관련해 영국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저자도 영국인 법정신의학자다연구 주제는 살인자의 범행 동기와 심리 분석이며, 26년간 현장에서 100여 건 이상 강력 범죄를 수사하였다.

 

실화라서 더 생생한 충격일 듯도 했다. “왜 죽이는가...” 정말 궁금하고 이유라도 속 시원하게 알고 싶은 질문이다설사 살인자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해도.

 

살인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세계 공중 보건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살해당한 피해자의 수는 전 세계 46만 4천 명으로 매일 1천 건 이상의 사건이 일어났다테러 피해자만 2만 6천 명에 이른다계획범죄로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8만 7천 명그중 5만 명은 애인이나 가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짐작보다 더 많다는 기록어쩌면 누락도 상당할 거란 의심... ?

 

분노충동두려움질투와 같은 '평범한혹은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정신 상태의 극한에 도달했을 때 주로 일어나지만 사건 당시 이런 감정 상태와 정신병 사이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정신 이상으로 벌어진 살인의 경우 일반적인 범위에서 벗어나버린다살인자는 현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망상과 환각 상태에 들어선다.”

 

어느 정도라야 이상으로 진단을 받는지살인을 행할 정도의 극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이들도 이상이 아닐 수 있는지나는 늘 이 지점에서 혼란스럽다다들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을 이탈한 이상’ 상태가 아닌가아무리 멀쩡한 척 연기를 하더라도.

 

물론 이건 비전문가인 나의 분노가 주장하는 바임을 알지만저자가 가해자들을 살피고 질환이 발견된 이들을 치료하였다고 하는데여전히 내게는 부글부글 의문이 남는다질환이 아님에도 살해한 가해자는 뭔가일시적 이상’?

 

강간(성폭력살해

정신 이상자(진단/발견된)의 살해

존속 살해

영아 살해

자식 살해

애인(성별 불문살해

알코올 중독 등 뇌손상으로 인한 살해

살해 당시 기억 상실

절도 살해

폭력적인 극단주의/테러에 의한 살해

대량 학살 등등

 

잊을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살해들도 떠오른다선천적인 것도 후천적인 것도 아니며복합적으로 받은 영향이 살인자를 만든다고 한다특히 지속적인 학대가 성장배경에서 뚜렷하게 발견된다고.




그러니 범죄는 누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를 물어야 한다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대책은 를 알아야 만들 수 있다모색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접근은 있어야 할 것이다.

 

가끔은 인간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살인으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를 치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응급실에서 수련의로 생활하는 동안 칼에 찔린 피해자를 치료하면서 법정신의학의 길로 들어섰다. (...) 인간이 인간을, ‘’ 공격하고해치고살해하는가?’ 저자 소개의 일부이다이 책을 통해 본 법정신의학자의 일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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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시 -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성장의 무기로 만드는 법
조용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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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다보면 서로 다른 분야들의 책들이 의외로 유사한 입장의 주장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분리, 배제, 부정하던 대상들 역시 그 필요가 확실하다고 재긍정하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도 기존에 부정적인 명명들 - 단점이나 열등감 - 로 불리던 특성들이 가능성으로 활용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즉 없는 것, 타인의 것을 만들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발견하여 활용하자는 격려입니다.

 

목표가 분명한 조직생활에서 합치되는 능력인지의 여부가 문제이긴 하겠지만, 상황별로 모두 다른 문제들에 직면할 때는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한 능력을 가진 집단보다 대처능력과 유연성이 클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단 모든 것을 반짝반짝한 새 것처럼 멋지게 양성한 다음 활용하자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비유하자면 현상태 그대로, 에너지 레벨 그대로 쓸모를 찾자는 제안이라서 부담은 확 줄어듭니다. 동일화하지 않아야 특성이 특성으로 남겠지요.

 

무척이나 과격하고 조금은 무서운 제목 언리시unleash’*가 뜻하는 바가 이해됩니다. 훈련을 더 시켜서 챔피언 대회 같은 곳에 내보내는 게 아니라, 그저 개의 목줄을 풀어준다는 것. 그리고 뭘 할 수 있는지 관찰하고 발견한다는 것.

 

가능성과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다.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것이 바로 언리시다. 또한 언리시는 내게 없는 것을 새로 만들거나 갖추려 하는 대신 이미 가진 것을 다시 해체하고 재결합하는 일, 그리하여 아무도 보지 못한 가치와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반성이 되었던 점은, 내가 해본 일들을 시도하는 상대에게, 선의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서, 상대가 경험하기 전에 미리 이런저런 말을 얹은 일입니다. 책 읽다가 당시의 행동의 의미를 깨닫고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의도임은 알겠다. 그러나 내가 실패한 아이디어니까 너도 분명 실패할것이라는 생각은 아집이자 독선이다. (...) 같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시기와 주체가 달라지면 결과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안다. 가능성 유무를 성급히 재단하지 않고 (...) 이런 사람이 리더, 교사, 부모, 동료일 때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대한민국에서 사는 건 망한 일 같다’, 너무나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해서 예측 의지도 의미도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즉각적으로 공감이 되는 바도 있지만, 다시 나를 추슬러봅니다. 그건 부정이라기보다는 이 상태로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이젠 자조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건 살아내자는 결심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이 시절을 생존하는 방식은 이미 방향 대전환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수한 스펙을 쌓는 시절을 지나, 변별력도 경쟁력도 없어진 무용한 경쟁 대신에,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와 돌발이 항존하는 현실에서 지치지 말고 살아 나가자고. 그렇게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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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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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교수의 강연을 듣던 중 누군가 한 질문이 떠올랐다. 비밀공간이란 거주자가 의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원제가 変な家, (이상하게) 변한 집이라 상상 속에서 오싹해진다. 모든 것을 노출한 평면도를 보고 비밀을 알아내는 대비가 강렬하다. 벌써 강력 추천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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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쓰레기 1제로 - 지금 바로 실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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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이 복잡한 환경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말은 못합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겠지요. 기후학자들은 이제 연구를 멈추고 거리에서 시위를 합니다. 얼마나 더 증명해야 하는 거냐고.

​​​​​​​

 

우리의 행동이 바로 환경을 보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동으로 판데믹 대응하듯 그렇게 행동한다면, 아마 그것이 인류가 기대할 가장 가능성 높은 희망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 때를 기다리며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는 계산만하기로 했습니다. 뭐든 하면 0이 아니다. 하면 확실히 그만큼은 바뀐다. 그렇게 자잘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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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에 새롭게 결심한 것은...(내내 후회막심이지만...) 커피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얼마나 오래 할 지 두렵습니다. 그래도 뭘 더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면 되는 거니까...

 

나의 대처 방법은 제로 웨이스트의 이기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삶을 사는 이유는 기분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야. ‘가 더 건강한 음식을 먹고, ‘가 돈을 더 아끼게 되기 때문이야,”


 

전 세계의 물이 독성 수준의 카페인/약물 범벅이라고 합니다. 알면서도 오래 모른 척 했지요. 이제 남은 커피는... 선물 받았던 드립백 하나입니다. 마지막 커피 언제 마실까 날을 고르는 중입니다.



 

대신 여러 종류의 차tea를 마셔보는 중입니다. 기후위기는 의지로 낙관하기 참 힘들지만 뭐라도 해야겠지요. 시의적절하게 만난 책에서는 뭐할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101가지 제안을 담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따라 해보려합니다.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것을 개인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사람마다 할 수 있는 범위와 내용이 다르다. 자신의 일정, 의지력, 게으름 정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자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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