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방 친구들이 뭉쳤다. 학원이니 숙제니 단어시험이니 하는 걱정거리를 잠시 접어두고 우리 큰딸 친구 효주의 생일 맞이하여 같은반 친구 4인방이 뭉친 것이다.
2시 30분경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오늘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수업이 일찍 끝났는데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서 딱 1시간만 놀다가 갈게요." 한다.
"그려그려그려, 신나게 재밌게 실컷 놀다와"
그래, 풀어야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 맨날 정해진 코스대로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기계인형처럼 사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는데 잘됐다 싶었다.
주말마다 애들을 데리고 뭐가를 하고 어딘가를 가려고 하는 편이다. 지난 주엔 과천 서울대공원에 갔었고, 지지난주엔 우리 지니가 보고싶어하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느다'영화를 보러 갔다왔다.
하지만 사춘기 소녀가 아닌가. 가족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친구가 더 좋을 나이다.
한시간만 놀다 오겠다던 아이가 4시 반이 되었는데 소식이 없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딸 가진 엄마 마음이란 게 이렇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봤다. 신호가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금방 받는다.
"응, 엄마! 아직 노래방인데 조금있으면 끝나."
"알았어. 아직 노래방이구나. 그럼 됐어. 재밌게 더 놀다와."
쿵짝쿵짝 노래방 기계 반주소리, 아이들의 꺅꺅대는 소리, 웃음소리... 나도 슬며시 웃음이 난다. 5시쯤이 되어서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이제 노래방 나와서 집에 가는 길이야." 딸의 목소리에 아직 신나게 놀고난 흥분이 남아있다.
"왜? 더 놀지." 은근히 저녁에 가야 하는 영어학원이 맘에 걸리면서도 뭐, 하루 좀 늦거나 단어시험 망치면 어떠랴 싶은 마음도 있었던 거다.
"에이~ 영어학원 가야잖어. 주은이는 걔네 엄마가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야단쳐가지고 중간에 갔는데.."
지니랑 같은 영어학원에 다니는 친구다. 걔가 중간에 집으로 가버렸으니 놀던 우리딸도 맘이 편치 않았을 것 같아 불쌍하다.
집에 돌아온 딸아이가 핸드폰을 내민다.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노래하며 노는 걸 동영상으로 찍어온 것이다. 노래방 모니터 화면만 번뜩이는 어두운 노래방에서 미친 듯 춤추고 노래부르고 망가지면서(?) 깔깔대고 웃는 사춘기 소녀들이 담겨 있다. 완전히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가 왔구나 했더니 씨익 웃는다. 저런 에너지를 어디다 꾹꾹 눌러 감추고 지냈을까 싶다.
오늘 아침, 학교가는 딸아이에게 "이번 기말고사 끝나면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서 또 놀아야 겠다, 그치?" 했더니 베시시 웃는다.
우리 아이들은 다이나믹하다. 학교라는 제도, 공부라는 굴레로 묶어두기엔 아이들의 세상이 너무 크다. 내일이 놀토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