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ㄱ ㄴ ㄷ 비룡소 창작그림책 7
박은영 글.그림 / 비룡소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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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ㄱㄴㄷ 이라는 한글 닿소리가 제목에 붙어 있어서 '이거 무슨 한글 가르친답시고 애들한테 글자부터 들이대는 그림책 아냐?' 하며 부정적인 의심의 눈초리를 가졌었다.  기차 칸칸마다 ㄱ,ㄴ,ㄷ,,,, 닿소리 간판이 붙어 있고 그 칸마다 그 닿소리가 들어있는 낱말들이 타고 있고... 뭐 그런걸 상상했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이건 신나는 기차여행 그림책이다. 

책표지엔 강렬한 빨간색의 기차 정면 모습이 그려져있다.  붓으로 거친 터치감을 살린 그림은 기차가 금방이라도 빽빽 울릴 것 같은 생동감을 표현하기에 그만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왼쪽엔 글이, 오른쪽엔 그림이 그려있는데  글이 있는 왼쪽 페이지 하단에도 기차길은 쭈욱 이어져 있어서  끝없이 이어진 기찻길이 시각적으로 와 닿는다.  기차엔 누가 타고 있을까? 이 빨간 기차의 기관사는 초승달님이고 승객은 모두 별님들이다.  즐겁게 노래부르며 기차타고 가는 모습이 흥겹다.  그림책 마지막에 "해는 벌써 지고 있어요."라는 글처럼 해는 산을 넘어가고 하늘 가득히 빨갛게 노을이 진다. 그다음 페이지에 빨간 기차는 언덕에 서있다. 서있는 건지 어떻게 아냐고? 기차에서 연기가 안나니까. 너무 단순한가? 그리고 다른 이유는 기관사이던 초승달님이 하늘에 걸려있다.  승객이었던 별님들도 모두 밤하늘에 올라가 빛나고 있다.

글을 살펴보자. 글은 리듬을 타고 읽어주기에 좋게 되어 있다.  나는 사각틀안에 크게 쓰여있는 닿소리 ㄱ,ㄴ,ㄷ,... 은 무시하고 리듬을 붙여 읽다가 책장을 넘길 땐 "칙칙폭폭 칙칙폭폭"하고 장단을 맞춰준다. 

한글을 가르쳐줘볼까 하고 한글학습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구입하지 말길 바란다.  이 그림책은 그저 읽기가, 또는 듣기가 즐거운 기차 그림책일 뿐이다.  뭐, 워낙 스펀지같은 학습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제목에 붙어 있는 ㄱ,ㄴ,ㄷ..이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예쁜 사각틀에 두꺼운 글씨체로 크게 인쇄되어 돋보이는 한글 닿글자들, 그리고 페이지마다 두꺼운 볼드고딕체(맞나?)로 강조해 놓은 낱말들을 눈여겨 보았다가 기대하지도 않은 한글학습성과를 보여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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