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은 그랬다.  비니가 걸어다니고 자기의사가 분명해지기 시작하자 뽀의 공부를 도와주는 게 어려워졌다.  공부하려고 책을 펼친 뽀 옆에 앉기만 하면 비니가 와서 달라붙는다.  풀어 놓은 문제집 채점이라도 해주려고 하면 쫓아와 색연필을 뺏기도 하고, 틀린 문제 설명이라도 해주려하면 비니는 날 잡아 끌었다.  비니가 잠들었을 때 하려고 하면 뽀의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졸립다거나 친구가 놀자고 부른다거나 TV에서 재밌는 프로를 한다거나..) 비니가 잔다고 갑자기 하던일을 멈추고 학습모드로 들어가는 건 부자연스러웠고 뽀에게도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아.. 우리 첫애 지니의 5학년 시절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했는데.. 불쌍한 우리뽀는 학원에 묶기기 시작한 거다.  학원에 보내기로 결심하면서 내 속이 얼마나 뒤숭숭했는지 잠을 제대로 못이룰 정도였다.  우리 뽀, 학교에 다녀오면 집에서 게임도 하고 뒹굴거리며 놀다가   친구들과 논다고 나가서 여덟,아홉시가 되어서야 기쁜 얼굴을 하고 집에 들어오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오면 숨 좀 돌리고 간식을 먹은 후에 학원버스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웃기는건 이놈의 학원이 시험때라고 툭하면 보충이다 뭐다 해서 애를 심하면 너댓시간씩 학원에 잡아둔다는 거다.  이러다간 공부에 질려서 어디 고등학교 때까지 버티겠느냐고 초등학생이 시험을 보면 무슨 대단한 시험을 본다고 한달쯤 전부터 애를 혹사를 시키느냔 말이다.

어느날 결심을 하고 뽀에게 물었다.  "뽀야, 힘들지 않어? 학원, 끊어줄까? 끊고 예전처럼 집에서 엄마랑 해볼까?"  그랬더니 우리 아들 뽀가  "안돼, 학원 끊으면 나 성적 떨어져. 그리고 쉬는 시간도 있고 친구들이랑도 친해져서 괜찮아."한다.  학원에 다닌지 석달도 안됐는데 벌써 학원에 중독됐다.  벌써 학원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벌써 학원에 안다니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쇄뇌당했다.  "아니야, 뽀야.  집에서 열심히 하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더 공부 잘 할 수 있어." 식겁을 하고 학원에 다녀도 공부 못하는 아이들 많다, 학원에 다닌다고 공부를 다 잘할 수 있는 거면 대한민국 아이들  전부 일등하겠다며 반론을 폈는데  "집에서 공부하려면 의지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하며 말끝을 흐린다.

그래서 우리 뽀는 어제도 학원에서 장장 네시간을 머물다가 왔다.  학원에 가서 먹으라고 볶음밥을 싸줬더니 학원 아이들이 모두 부러워하더라며 행복해했다.  오늘 아침 피곤해하며 일어나 잠이 덜깬 눈으로 식탁에 앉아 기계적으로 밥을 먹고, 소파에서 엄마 무릎 베고 10분동안 더 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가며 학교에 갔다.  내일은 놀토니까 오늘만 더 힘을 내라는  내말에 우리 뽀가 하는 말'

"놀토면 뭐해? 또 학원에 가야 하는데.."

우쒸~~ 기분같아선 내일 학원에 가지 말고 그냥 놀아라 하고 싶은데, 이눔의 학원이  학원빠진 날 보충이라며 평일에 애를 또 붙잡아 앉힐 걸 생각하니 그것도 못하겠다.  도대체 공부가 뭐길래.. 요리사가 꿈인 우리 아들 뽀,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가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한다며 견디고 있는 우리 아들이 너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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