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씨앗일까? 샘터 솔방울 인물
최재천 외 지음 / 샘터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위인전.. 너무 오래 전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럴까 ? 타고나기를 자기와 다르게 태어난 사람같아서일까. 위인전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딱딱한 문체때문일까? 아이들은 위인전 읽기를 재미없어 한다.  훌륭한 일을 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건 알겠지만 공감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요리사가 꿈이라는 우리 아들 녀석에게는 특히나 권해줄 만한 책이 없었다.  다들 과학자, 장군, 대통령, 음악가 등이 차지 하고 있는 책들 사이에 요리사의 이야기는 끼질 못하고 있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 인터넷에서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라는 요리사를 찾고는 아들이랑 내가 함께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외국이야기.. 아들에게는 먼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받아들여질 게 뻔했다.

이제 5학년이된 아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 싶어서 알라딘을 뒤지다 만나게 된 이 책이 반가웠던 건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박효남 총주방장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들은 요리사가 얼마나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업인지를 알았다.  요리사가 되겠다고 해서 요리만 잘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아니 요리를 잘하기 위해선 다른 공부들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는 걸 알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아들이 요리사라는 꿈의 전망을 훨씬 넓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막연하지 않게 요리사라는 직업이 갖는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서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현실감있게 다가올 수 있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에겐 허황한 꿈만을 부추기거나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없이 뜬구름 잡기 식의 소개만 되어있는 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과 예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막연하게 꿈꾸고 있는 자기의 미래를 보다 현실로 맞아들일 수 있도록 그 일의 어려움도 보람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난 이 책에 아낌없이 별 다섯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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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하나 둘 셋 - 수 잼잼곰
유문조 지음 / 웅진주니어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그림풍이 약간 에릭 칼을 닮았다. 특히 딸기 그림이.. 겨우 22개월 된 아이에게 수익히기를 기대했던 건 아니고,  페이지를 넘기면 딸기가 하나씩 늘어나고, 그렇게 늘어나 양면에 꽉찬 딸기를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두더지가 나와 딸기 네 알을 야금야금 먹어치운다.  그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토끼 두마리가 오물오물 딸기를 먹어 치우고, 그다음장에선 곰 세마리가 나와서 또 먹어치우고.. 결국 딸기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는 내용.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어렴풋하게나마 아이에게 더하기와 빼기, 0의 개념도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딸기의 빨간 빛과 잎사귀의 초록빛이 대비되면서 아이들 눈을 붙잡아 두기에 충분할 정도로 다채롭다.  거기에 페이지마다 책장이 점점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하면서 그림이 바뀌는 것도 아이의 호기심을 지속시키는 장점이 된다.   딸기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딸기 밭에 딸기가 하나 열리고, 둘 열리고..'하면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어주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얌전히 글을 따라오는 걸 보니 신기하다. 

십진법에 익숙해서일까? 딸기 숫자가 여덟에서 끝나는 게 좀 어정쩡하다.  거기다 책장에 짧아지면서 딸기가 하나씩 늘어나는 건 넷까지 이다.  그다음 장에서 갑자기 딸기알 여덟개가 한꺼번에 나열되어 있다.  그 다음 장에선 열여섯개로 늘어나 있고... 아이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은근슬쩍 넘어간 듯한 찜찜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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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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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무를 심고 그 성장을 지켜본다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더구나 사람 살 곳이 못되는 황무지에 혼자 나무를 심는다는 건 얼핏 생각해 보아도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비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재테크나 경제논리같은 거에 무지하다 할 수 있는 내 머리로도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한심한 일이다.   나무가 자라는 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결정적으로 나에게 수익이 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건 뻔한 일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 속에 끼어 나는 황무지를 버리고 떠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설령 황무지에다 나무를 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치자.  황무지를 푸른 나무들이 뒤덮는 상상을 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 맴도는 말, "우공이산"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고, 우직한 엘제아르 부피에는 황무지를 생명이 숨쉬고 샘물이 넘쳐흐르고 그래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땅으로 바꾸어 놓았다.  장 지오노는 이 책을 통해서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나에게 "잔머리 그만 굴리라"고 꾸중한다. 어쩌면 현대사회엔 나처럼 잔머리가 발달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치판도 그렇고, 작년 이맘 때 터졌던 황우석 사건을 봐도 그렇고, 뉴스나 신문지상을 통해서 들려오는 소식들도 그닥 유쾌한 소식들이 없다. 

한마디로 우린 우공愚公이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나 보다.  산을 옮길만큼, 황무지를 나무로 뒤덮을 만큼의 우직한 힘을 가진, 단순하지만 선량하고, 이해타산에는 바보에 가깝지만 묵묵한 힘을 가진 그런 우공이 그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나보다.  그러게,, 한 번 만나고 싶다.  그래서 눈앞에 것만 가지고 안달복달 살아가는 진짜로 어리석은 내 삶의 먼지들을 한 번 말끔히 닦아내고 싶다. 

우리는 모두 우공이 되고 싶다.  그러나 모든 걸 다 버리고 철저한 고독 속에 있을 권리도 상실해 버린지 오래라서, 그러면서도 외로워 조바심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슬픈 현대 문명인의 회색 피를 바꿀 수 없어서  내 자신이 우공이 될 생각은 못하고 어딘가에 우공이 살아 있기를 바래본다.  그래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메마른 우리 마음속에서 우물이 되어준다. 

문득 내가 엘제아르 부피에가 심은 나무 중에 한 그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공이 될 수 없다면 온통 회색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이 도시에서 엘제아르 부피에가 심은 한 그루의 나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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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0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역겹다고 여겨지 않습니다.^^ 우리도 부피에가 심은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괜찮지 않나요. 좋은 아침이에요^^ 늦둥이 데리고 힘드시죠? 그래도 보면 예쁘구요. ^-^

섬사이 2006-12-0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헛먹어서 부피에같은 실천력이 따르질 못해서.. 언행불일치가 부르는 역겨움이죠. 늦둥이는.. 힘들기 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서 온기를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어요. 아시죠? 애들한테서 느끼는 온기로 얼마나 힘을 얻는지.. 엄마들이란 다 그런거 같아요.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구판절판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9쪽

이 사람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웠다. 다음 날에도 나는 그의 집에서 하루 더 머물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무엇도 그의 마음을 흐트러뜨릴 수 없다는 인상을 나는 받았다. -25쪽

이 모든 것이 아무런 기술적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오직 한 사람의 영혼과 손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인간이란 파괴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하느님처럼 유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0~41쪽

창조란 꼬리를 물고 새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엘제아르 부피에는 그런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주 단순하게 자신이 할 일을 고집스럽게 해 나갈 뿐이었다. -43쪽

그동안 나는 그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가 겪은 시련을 잘 아실 것이다. 나는 그가 겪었을 좌절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을 것이고, 그러한 열정이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절망과 싸워야 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46쪽

하지만 이런 뛰어난 인격을 가진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가 홀로 철저한 고독 속에서 일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다. 그는 너무나도 외롭게 살았기 때문에 말년에는 말하는 습관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아니, 어쩌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48쪽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 고산지대의 살아 있는 공기, 소박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이 노인에게 놀라우리만큼 훌륭한 건강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하느님이 보내준 일꾼이었다. -55쪽

한 사람이 오직 정신적, 육체적 힘만으로 황무지에서 이런 가나안 땅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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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날이건만,, 하늘이 찌뿌둥하다.  어쩐지 비니데리고 외출하기가 꺼려져 늑장을 부렸다.  아니나 다를까.. 눈이 날린다. 이럴 땐 서두루지 않고 게으름 부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으른 자의 변명이긴 하지만.. 도서관에 전화로 대출연장신청을 하고 날씨 좋을 때 반납하기로 했다.

발코니 창밖을 보니 어느새 집 앞 단풍잎이 많이 떨어져있다.  화단에 떨어져 누운 단풍이파리들의 빛깔이 화려하다. 그러고보니 초록빛은 산수유나무에만 얼룩덜룩하게 남아 있을 뿐이고 감나무도 잎사귀 몇 장 남지 않았다. 화단 나무들이 모두 잎을 떨구고 나면 아파트 중앙의 작은 소나무 숲과 단청고운 정자가 우리집 거실창을 채울 터이다.  이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마음 먹었던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그 소나무 숲과 정자였다.  여기 지난 겨울에 찍은 사진을 올려본다.

겨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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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1-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겨울 사진이군요. 조만간 올해도 이런 풍경 볼 수 있겠죠. 근처의 풍경들도 아주 새롭고 낯설고 그래서 오히려 정겨워 보이는 그런 풍경이요..^-^

섬사이 2006-12-02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지난 겨울 사진이에요. 전 겨울을 싫어하는데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움이죠.

치유 2006-12-0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니감기는 좀 어때요??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참 멋스러운 곳이라 정말 소나무숲땜에 이사결정하실만 했겠어요..넘 좋아요..^^&

섬사이 2006-12-0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우리 아이 감기 걱정도 해주시고, 고맙습니다. 감기가 깨끗하게 떨어지질 않네요. 배꽃님도 감기 조심하세요.